자바 저작권 전쟁, 구글이 졌다

한애란 입력 2018. 3. 29. 00:06 수정 2018. 3. 29.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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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과 8년 끈 소송 최종 패소
안드로이드 OS 만들며 무단 복제
배상액 9조원대 훨씬 넘을 듯
안드로이드 폰·태블릿에 로열티
"스타트업들 SW 개발에 찬물"

8년을 끈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JAVA) 저작권 전쟁이 오라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구글과 안드로이드 생태계엔 충격적인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만들면서 오라클의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를 허락 없이 사용한 것은 불공정한 저작권 침해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구글이 오라클에 지불해야 할 구체적인 배상금액을 결정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으로 이 사건을 보냈다. 오라클이 이전에 요구한 금액은 90억 달러(약 9조6700억원)였다.

판결 직후 오라클 변호인은 “가치가 올라갔다”며 배상액이 그 이상이 될 거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두 정보기술(IT) 공룡의 법정 다툼은 2010년 시작됐다. 자바를 개발한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2009년 인수한 오라클은 2010년 구글이 자바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개발하면서 자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37개를 허락 없이 복제해 쓴 것을 문제 삼았다.

API란 일종의 명령어로 OS에서 응용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구동될 수 있게 한다. 구글은 자바 API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을 그대로 따서 안드로이드를 개발했다. 자바 API에 익숙한 개발자들을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구글은 이용자가 손쉽게 앱을 개발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오라클은 자바 API의 상업적 사용은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구글은 API는 ‘공정 이용(fair use)’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공정 이용이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저작권자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미국 저작권법의 규정이다.

2012년 1심은 구글이, 2014년 2심은 오라클이 각각 이겼다. 2015년 구글은 대법원에 심리를 요청했으나 기각당했고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으로 돌아갔다. 2016년 두 번째 1심에서는 다시 구글이 이겼다. 법원은 구글이 자바 API를 사용한 건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며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오라클은 구글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자바 API를 사용한 데다, 이로 인해 오라클의 현재·잠재 시장가치가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며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이번엔 항소심이 이러한 오라클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구글의 자바 API 이용은 공정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 저작권 침해라는 판결이다. 연방항소법원은 56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이용해 경쟁 플랫폼에서 원래 목적과 동일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구글은 손해배상과 함께 앞으로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태블릿PC에 대해 오라클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전망이다. 구글 측은 성명서에서 “자바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적이고 무료라는 배심원의 평결을 뒤엎은 판결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판결은 앱과 온라인 서비스를 더 비싸게 만든다”며 “다음 단계 대응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라클의 승소는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물론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에 파장이 크다. 파멜라 사무엘슨 UC버클리 법대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이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T 대기업들이 API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 지불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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