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조건 中 핵우산 합의?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부인 리설주(왼쪽)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 번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김일성 및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다."(김정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시진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상세한 대화 내용은 29일 방한하는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에 의해 우리 측에 전달되겠지만 북ㆍ중의 발표대로라면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한 양국 협력과 소원했던 북ㆍ중관계 회복에 방점이 찍혀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북한이 중국에 비핵화를 약속하는 대신 중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데 합의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중국 언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6일 시 주석을 만나 "우리는 자발적으로 긴장 완화 조치를 했고 (한ㆍ미에) 대화를 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ㆍ미가 선의로 평화 안정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대화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전략 소통을 강화하고 대화 추세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함께 지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올해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북한의 중요한 노력에 대해 찬성한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고 각국과 함께 한반도 정세 완화를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주변인으로 남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김 위원장은 첫 해외 순방지가 중국인 것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이 마련한 연회 연설에서 "나의 첫 외국 방문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다. 조중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 나가는 게 나의 숭고한 의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먼저 제의한 방중을 중국이 쾌히 수락해줬음도 시사했다. 시 주석 역시 연회 연설에서 "고위급 래왕(왕래)을 강화하고 전략적 의사소통을 심화시키며 교류와 협조를 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방중 일정 마지막까지 시 주석을 챙겼다. 조선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날 중국 단둥역을 떠나며 시 주석에게 보낸 감사 전문에서 "이번 상봉과 회담 과정에 견해일치를 이룩한 데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