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在野고수]①고상운 "첫 출전대회서 덜컥 우승"

2018. 3. 2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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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에 회의 느껴 중단했다 작년 7월 다시 큐 잡아
'5년 공백' 딛고 1, 2월 동호인대회 연거푸 석권
"가장 자신있는 샷은 제각돌리기와 횡단샷"
좋아하는 선수 브롬달 최성원 조재호.."조명우도 대단"

[편집자주] 흔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야에 묻혀있는 실력자를 ‘재야(在野)의 고수’라 일컫는다. 당구계에도 전국 곳곳에 그런 실력자들이 있다. 세계 당구 강국 반열에 오른 한국당구를 떠받치는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당구의 재야 고수들, MK빌리어드뉴스가 이들을 찾아나섰다.

흔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야에 묻혀있는 실력자를 ‘재야(在野)의 고수’라 일컫는다. MK빌리어드뉴스가 전국 곳곳에 있는 당구계 "재야고수"를 소개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올해에만 두 차례 전국대회 동호인 우승에 빛나는 고상운(수내SBS) 동호인이다.

[MK빌리어드뉴스 이우석 기자] 첫 번째 ‘재야의 고수’는 고상운(34·수내SBS) 동호인. 그는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아마추어 최강자 중 한 명이다. 수지는 무려 40점. 지난 1월 800여 명의 동호인들이 참가한 ‘제7회 대구 캐롬연합회장배 국제식 3C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더니, 2월 인제에서 열린 ‘2018 인제 캐롬3쿠션 전국 당구아마추어 최강자전’마저 정상에 올랐다. 한 달 사이 두 개의 전국대회 우승컵을 거머쥔 것이다.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동호인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2010년 ‘한국당구 3쿠션 실업리그’ 1차에서 우승하면서다. 총 3차까지 진행된 당시 대회는 전국 ‘재야고수’들이 총출동한 대회였다. 그 대회에서 고상운은 우승, 4위, 3위를 차지하며 주가를 높였다.

2013년 서른에 접어든 그는 갑자기 찾아온 회의에 당구를 그만뒀다고. “당구가 내 삶을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당구를 접어두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5년을 보냈지만,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결국 그는 지난해 다시 큐를 들었고, 가둬놓았던 실력들을 발휘하고 있다. 당구판으로 다시 돌아온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고상운 동호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동호인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2010년 ‘한국당구 3쿠션 실업리그’다. 사진은 4위를 차지했던 2011년 2차전 대회(왼쪽에서 두 번째 고상운 동호인). 임철(경기연맹·가운데), 임정숙(경기연맹·맨 오른쪽) 등 현재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이 보인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사는 34살,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하. 학창시절 친구들과 처음 4구를 접했고, 300점까지 점수를 올렸다. 본격적으로 당구에 빠진건 20대 초반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던 때다. 대대에서 3쿠션을 친 지는 9년 정도 됐다. 현재 수지는 홈구장 기준으로 40점이다.

▲실력이 급격하게 늘었던 계기가 있었다던데.

= 친구들끼리만 당구치다가 동네 당구장에 오는 아저씨들과 시합하면서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했다. 그 즈음 대대구장이 생겼고, 평소 다니던 당구장에 (당구장)사장님 친구 김정규 원장(현 대한당구연맹이사)님이 자주 오셨다. 정식 레슨은 아니었고 그분이 나와 자주 공을 쳐주셨다. 두 달 정도 연습하다보니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신 분께 많이 배웠다. 하하.

(편집자 주: 김정규 원장은 1980~90년대, 고 이상천에 비견되는 선수로 이름을 떨쳤고, 비디오 분석법, 멘탈관리, 선수관리 등 당시 당구계서 생소했던 코칭법을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고 김경률부터 최성원, 황득희, 강동궁 등 한국 3쿠션 톱클래스 선수들이 ‘멘토’로 삼는 당구인이다)

▲좋아하는 선수와 이유는?

= 외국 선수로는 브롬달을 좋아한다. 난구를 풀어내는 감각이 굉장히 훌륭하다. 시합 도중 그들이 선보이는 제스쳐도 보기 좋다. 국내에서는 조재호 선수와 최성원 선수를 좋아한다. 조재호 선수의 경기는 시원시원하다. 최성원 선수는 쉽게 치는 것 같은데 완벽한 디펜스를 구사한다. 배울 점이 참 많은 선수다. 최근에는 조명우를 주목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도 엄청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자신있는 기술은.

=제각돌리기와 횡단샷에 자신이 있다.

▲큐는 어떤 제품인가.

=파두스-FE 버터플라이 제품을 사용 중이다. 최근 국내 큐업체에서 후원 제의가 들어왔는데, 큐는 내 경기 내용을 바꿀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라 일단은 정중히 거절했다.

▲처음 출전한 대회를 기억하나.

=물론이다. 절대 잊을 수 없다. 이유는 첫 출전한 바로 그 대회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하하. 25살 때였다. 남양주에서 열린 동호인대회였다. 나름 긴장감을 가지고 대회에 임했는데, 우승까지 했다. 자신감이 절정에 올랐다.

▲당구를 접었다가 다시 큐를 잡은 이유는.

=TV에서도, 길을 가면서도 자꾸 눈앞에 ‘당구’라는 글자가 밟혔다. 내가 당구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포기하는게 맞는걸까 싶더라. 결국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난 4월부터 큐를 다시 잡게됐다. 감각을 찾는데만 5개월이 걸렸다. 그 과정이 내공을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고상운 동호인은 큐를 다시 잡은지 정확히 6개월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월 800여 명의 동호인들이 참가했던 매머드급 대회 ‘제7회 대구 캐롬연합회장배 국제식 3C대회’에서 우승 당시. 시상식 후 하수보 대구캐롬연합회 회장과 함께 기념촬영 하고있다.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는.

=성남 분당에 있는 수내SBS 클럽이다. 규모는 30~40명 정도의 동호회다. 회원들의 수지 점수는 높지 않지만 친목에 중점을 두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운영되고 있다. 두세 달에 한번 씩 자체시합도 연다.

▲당구가 주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구는 내 ‘추억’이다.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당구를 치면서 회전에 따라 끌리고 또 밀리는 게 신기해 푹 빠졌다. 당구를 처음 치는 사람들은 다 그렇듯, 자기 전에 천장에 공이 굴러가는 환영이 보였다. 잘 치고 싶은 욕심도 컸다. 거기에 처음 나간 대회에서 우승까지 해버렸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상금으로 용돈 버는 재미도 쏠쏠했고. 하하. 요즘 너무 행복하다. 이 마음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당구를 더 열심히 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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