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내포신도시 열병합시설 건설 '보류' 판결 의미는

유효상 2018. 3.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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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뉴시스】충남 내포신도시 주택단지에 고형연료(SRF)열병합발전소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홍성=뉴시스】유효상 기자 = "저비용 연료 공급보다는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주민들의 판단이 옳았습니다. 그 결과 열병합시설 설치 보류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충남도 서철모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26일 내포신도시에 집단에너지시설인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한 행정심판에서 '보류' 판결이 나자 이같이 언론에 밝혔다.

27일 도에 따르면 내포신도시 집단에너지시설 사업자인 내포그린에너지(주)는 미세먼지 위협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SRF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나서자 지난해 10월 발주처이자 승인기관인 충남도와 산업통산자원부를 상대로 '발전시설 공사계획 승인 등 이행청구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하지만 5개월 만인 지난 23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보류' 판결을 내렸다.

보류 판결은 한마디로 '기각'이나 다름이 없다. 고형폐기물연료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 설치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SRF열병합발전소 설치 경과

내포신도시 집단에너지시설은 지난 2006년 2월 충남도청 이전지가 대전에서 현재 충남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일대로 결정된 후 4만 가구, 10만명 규모의 내포신도시 개발계획이 수립되면서 만들어졌다.

2009년에 집단에너지 공급지역으로 지정, 고시되고 2015년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된 후 2016년 5월 SRF 열병합시설 건축허가가 났고 2016년 12월부터 LNG(열전용보일러) 1기 설치공사가 착공됐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열병합시설 공사계획 승인 신청에 따른 주민 반발이 확산되면서 산업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고 결국 내포그린에너지(주)가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내포그린에너지(주)는 롯데건설, 남부발전, 삼호건설, 삼호환경 등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이다.

◇ 주민들 폐기물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로 변화되는 정책 일관성 주장

주민들이 왜 열병합발전시설 설치를 반대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환경 문제이다. 주민들의 요구는 분명했다. 우선 정부의 정책이 폐기물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로 변화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탈석탄, 친환경에너지 확대 등의 에너지 정책을 제시하면서 고형폐기물연료인 SRF를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들었다.

또 환경 피해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우려였다. 단편적으로 작년 미항공우주국과 환경부가 공동조사한 결과를 내세웠다. 충남 서해안이 아황산가스 미세먼지 등 오염이 수도권의 2배 이상으로 환경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다량의 먼지를 발생시키는 SRF연료를 하루 780t, 연간 26만t을 소각한다면 주민들의 환경피해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장했다.

이어 환경 악화에도 행정의 일관성만 주장해서 SRF열병합발전소 설치를 승인해줄 경우 더 큰 환경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내포신도시 SRF열병합발전소의 경우 주택단지와 50m, 공동주택단지와는 800m에 불과해 주민들이 미세먼지, 악취, 다이옥신 등으로부터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어도 목재 등 같은 종류의 소각방식과 잦은 고장, 배출허용기준 초과 등의 우려도 있을 수 있다고 제기했다.

이에 따라 발주처인 충남도와 주민들은 고형연료(SRF) 대신 수소연료전지 발전, LNG 용량 증대 등 청정연료 대안 마련을 요구해왔다.

【홍성=뉴시스】충남 내포신도시 주민들이 고형연료(SRF)열병합발전시설이 들어서는 데 대해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도는 사업자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 충남도청이 발전소 부지를 매입, 장기 저리 임대하는 방안과 열요금 인상안을 협의해왔다.

하지만 시행사인 내포그린에너지(주)는 이를 수용하지 못했고 현재까지 공정율 40%에 211억 정도의 공사 비용이 들어간 손익계산만 따지다가 결국 행정심판을 하기에 이르렀다.

◇ 생명의 위협을 내세운 주민들 요구에 법도 수긍

결국 행정심판에서도 환경 침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주장을 넘어서지 못한 채 공사 자체가 표류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심판에서는 발주처인 충남도가 환경영향평가에서 “주민합의 후 상업운전” 조건을 제시했던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주민들과 합의를 하지 않고는 절대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못하도록 사전에 쐐기를 박았던 것이 심판 승리의 요인이 된 셈이다.

◇ 수소연료전자 등 청정연료 전환 불가피

그동안 산업부도 정부의 에너지정책 및 환경정책의 방향전환과 지방정부인 충남도의 의견을 고려하고 특히, 지역 주민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사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의 청정연료전환 방안을 협의해왔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안을 모색했던 것이다.

충남도는 사업추진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악화된 지역환경과 정책변화에 맞추어 SRF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지금이 연료전환의 적정 시기로 보고 있다.

주민의 환경권도 보호하고 사업자의 손해도 최소화해 상호 윈윈할 수 있도록 청정연료로의 전환을 지속해 나갈 필요성을 여전히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부와 충남도는 주주사인 내포그린에너지(주)와의 협의를 통해 청정연료전환의 방안으로 LNG열병합발전소와 수소연료전지 또는 두가지 혼용방안을 협상했다.

현재 행정심판에서조차 SRF열병합발전소 설치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이상 '친환경연료' 대체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시행사인 내포그린에너지(주)가 지금까지 소요된 공사비용만 계속 고집하면서 송사를 이어간다면 결국 주민들의 결집된 힘을 견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내포그린에너지(주)가 언론을 이용해 인근 일부 주민들에게 환심을 사려고 했지만 결국 주민들의 결집된 친환경 여론까지 조장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대해 내포신도시 한 주민은 "SRF열병합발전소 시설 설치 보류 판결은 위해요인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려는 주민들 노력의 결과"라며 "돈만 된다면 주민들의 생명도 아랑곳하지 않는 기업문화에 대한 경종을 울린 판결이고 앞으로 주민들은 시행사가 친환경 연료로 대체하도록 지속적인 협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report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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