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銀 1년, 엇갈린 희비]③대주주 KT 일방통행식 경영..'케뱅' 혁신 걸림돌 되나

박일경 2018. 3.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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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 주주집단..과반주주 全無 '결정장애'
우리은행 10% vs KT 10%..의사통일 불가
황창규 회장 측근들 주요 요직 장악
경쟁 없는 조직문화에 비전 못 찾아
중금리·중신용자 시장 활성화 '초심 찾기'
양대 인터넷뱅크 불균형 완화..2대 과제로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일경 전상희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지배구조에 따른 자본력 차이가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명암을 가르고 있다. 여기에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의 일방통행식 경영이 혁신을 통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27일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주구성은 지분 58%를 가진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대주주로, 각각 10%씩 보유한 카카오와 KB국민은행에 이어 한 자릿수 지분을 보유한 SGI서울보증·우정사업본부·넷마블·이베이(ebay)·텐센트(skyblue)·예스24(yes24) 등 총 9개사로 이뤄져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은산분리 규제에 따라 산업자본 카카오는 전체 지분의 10%(의결권 있는 4%)를 갖는 데 그쳤지만 한국투자금융이 금융위원회의 특별승인을 얻어 동일인의 지분제한 한도 10%를 크게 넘어 과반 이상을 보유하면서 자본금 확보를 위한 안정적 지배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반면 케이뱅크는 10%대를 소유한 우리은행, KT, NH투자증권이 대주주로 GS리테일·한화생명·KG이니시스·다날 등 20개사가 지분을 쪼개 갖고 있다. 다수 주주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야 하는 구조로 일관된 목표나 전략 설정에 힘을 싣지 못하고 의사결정이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카카오뱅크는 주주사 플랫폼을 활용한 시너지 측면에서 압승을 거뒀다. 간편송금 서비스를 카카오톡과 연계했을 뿐 아니라 카카오의 상징색인 노란색과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등을 애플리케이션과 실물카드 및 각종 서비스에 활용해 고객들과의 접점을 효과적으로 마련했다. 상품 및 서비스의 창의성과 혁신성에서도 평가가 갈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24시간 365일 이용 가능한 비대면 채널을 통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대폭 높이며 혁신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중은행들이 인터넷·모바일뱅킹 강화로 맹추격하며 비대면 채널의 강점만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 ‘차별화 승부’에 한계가 왔다.

이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송금 절차를 단순화하고 비용을 크게 낮춘 해외송금 서비스, 주말도 활용할 수 있는 전·월세대출 등 시중은행들의 종전 프로세스를 개선한 상품을 출시했다. 케이뱅크는 대주주 KT의 자회사인 BC카드와 공동으로 체크카드를 내놓으며 KT지니뮤직 사용권을 금리 대신 제공하는 예금상품을 개발했다. 제휴사 코드로 조건 없이 우대금리를 받는 정기예금(코드K) 등으로 고객 혜택 확대에 초점을 뒀고 KT 가입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도 고도화했다.

그럼에도 케이뱅크는 혁신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회원 수 4300만명을 돌파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보유한 카카오와 견주면 고객 접점이나 브랜드 이미지 확장 등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그 원인으로는 황창규 회장의 측근들이 케이뱅크 주요 요직을 장악한 까닭에 내부 견제 및 균형이 사라지고 이로 인해 조직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혁신적인 기획 아이디어어와 미래 비전을 찾아볼 수 없는 조직문화가 꼽힌다. KT의 일방통행식 경영이 케이뱅크의 혁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1988년 한국통신에 입사해 KT 사장 비서실장(상무)을 거쳐 전무까지 승진했다. 30년간 KT에만 몸담은 정통 ‘KT맨’이다. 실무 책임자로 케이뱅크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안효조 사업총괄본부장과 옥성환 경영기획본부장 역시 KT에서 상무까지 오른 ‘KT맨’이다.

KT 출신이 아닌 최고경영진으로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운기 재무관리본부장과 김대영 상임감사위원 정도가 거론된다. 정 본부장은 우리은행, 김 감사는 NH투자증권에서 각각 경력을 쌓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지난해 말 모바일 방카슈랑스 상품을 새롭게 내놨지만 보험사 비대면 상품과 차이점을 모르겠다는 고객 불만이 많다”며 “주주 간 협업 시너지와 KT 중심의 혁신성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증자에 소극적이라는 의미는 KT가 일방통행식 경영으로 케이뱅크를 혁신성이 없는 공무원과 같은 은행 조직을 만들고 있다는 등 주주는 물론 임직원과 협력업체 사이에서 내부 논란이 있다는 얘기를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박일경 (ik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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