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지영 작가 "봉침은 전주의 명예와 직결되는 사안"

윤난슬 2018. 3. 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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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시스】특별취재반 = 이른바 '전주 여목사 봉침 사건'을 처음 공개한 공지영 작가가 26일 오후 전북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3.26. news@newsis.com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이른바 '전주 여목사 봉침 사건'을 세상에 처음 공개한 공지영 작가는 "봉침 사건의 진실규명 만이 전주 시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는 지난 22일과 27일 이틀간에 걸쳐 공 작가로부터 봉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봉침 사건'은 지난해 9월 공 작가의 폭로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2017년 9월 16일)로 시작됐다. 방송은 이 목사가 전직 정치인 등 남성들에게 무면허로 봉침 시술을 한 것으로 보도했다.

다음은 공 작가와 일문일답.

-지난 몇 년 동안 전주를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안다.

"나는 서울 토종 출신이라 전주를 잘 몰랐는데 전주를 정말 많이 방문하다 보니까 전주가 좋아져서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 같다."

-전주에 대한 지금의 인상을 정리하면.

"굉장히 정적이다. 가라앉아 있는 느낌도 솔직히 있다. 부산, 대구, 광주 등 다른 남도의 분위기와는 너무 다르다. 얼마 전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가 '전주가 한때 전국 5대 도시였는데 지금은 30대 도시도 안 된다'고 말씀하셔서 '아, 그렇구나'하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정치적으로 생각해보니 민주당 일당 주의로 30년 이상 잠겨있어 변화가 없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전주에 오면 주로 어디를 갔고 누굴 만났나.

"전주시청에 자주 갔다. 전주에서 일어난 봉침사건과 관련 전주시의 처리 과정을 소설가의 입장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봉침 관련 제보자, 아울러 이 문제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사회단체 관계자들을 주로 만났다."

-봉침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나.

"한마디로 전주의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사건이다. 처음엔 한 개인이 그냥 허가 없이 침을 놓고 돈 좀 받는 경우로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에 정치인들이 끼고 행정이 개입하고 정부 예산과 시민의 성금이 동원되고, 특히 사회적으로 불우한 사람을 돕는 것처럼 포장돼 '우상화'되는 현상까지 생각하면 이것은 문제의 '종합 선물세트'가 돼 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같은 사건은 전주가 침묵하고 그냥 넘어가길 바라고 서로 쉬쉬하다가 전주의 문제로 부각됐다."

-'도가니' 사건과 비교하면.

"도가니 사건보다 봉침 사건이 훨씬 크다. '도가니' 사건은 장애인 학교 내부의 사건이라면 '봉침'은 전주라는 사회 전반, 그리고 정치 전반이 포함된 사건이다. 아마 전주가 아니고 다른 곳에서 이런 사건이 났으면 벌써 진상 규명을 했을 것이다."

-'봉침'사건이 '도가니'와 비슷한 점이 있다면.

"사건이 발생한 뒤 관계 기관의 대처가 같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는 행정적인 처리가 비슷했다. 그냥 덮으려 하고 서류 몇 장으로 처리하고 행정이 빠져나가는 것만 생각하고, 사건 현장에서 느꼈던 행정 형식과 그 교묘한 입장을 접하면서 가슴 터지는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봉침 사건에 대해 처음 누구와 상의했나.

"3년 전쯤 김승수 전주시장과 상의했다. 당시 전주 출신 주진우 기자(시사인)의 소개로 주 기자와 함께 전주시장실에서 만났다. 당시 핵심은 여목사가 설립한 장애인 단체의 설립 과정의 위법성에 대한 행정적 처리였다. 이미 전주의 사회단체가 그 위법성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전주시장에게 말했다면 바로 처리됐을 텐데.

"그런데 말하는 도중 김 시장의 표정에서 뭔가 꺼림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목사의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색이 변했다. 물론 소설가적인 느낌일 수 있다. 김 시장이 '잘 알겠다'고 하면서도 자리가 서둘러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 뒤로 전주시의 행정 처리는 없었나.

"전주를 여러 번 왔지만 시장은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 관계 공무원과 시장 측근이라고 하는 비서들이 전화를 해왔다. 그리고 사건의 자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공적인 처리는 단 한 번도 안 됐다. 급기야 지난해 9월 SBS에 이 사건이 공개됐다. 전주시는 행정 처리는 뒤로하고 나의 입을 막기 위한 작업에 몰두했다. 시장 측근들이 전화해 '조용히 해달라'는 식이었다. 전주시는 여론에 밀려 여목사가 운영하는 장애인 단체에 대해 승인 취소 공문을 보냈다."

-전주시의 승인 취소에 여목사 측인 법정 대응해 승소했다.

"그렇다. 승인 취소에 대해 법원은 취소의 효력 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래서 여목사의 단체가 지금도 시의 보조금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전주시가 이 소송에 대응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여목사의 경력이 허위라는 것을 김 시장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김 시장과 여목사가 20년 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왜 전주시가 그렇게 소극적으로 그리고 엉터리로 대응했는지, 김 시장이 나와의 만남을 왜 피했는지 이해가 됐다"

-여목사를 검찰에 고발한 실체를 두고 많은 해석이 나온다.

"여목사 측은 내가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그래서 최근 그런 주장을 하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여목사 측에서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고발자의 신분을 밝혀달라는 민원을 낸 것으로 안다. 이 과정에서 전주시가 고발자로 지목을 받았다. 나도 사실관계를 알아보니까 김 시장 측근 한 명이 대검에 제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목사 측도 이 사실을 지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김 시장 측이 행정 처리를 미루면서 뒤로는 검찰이 여목사를 처리하도록 요구하고 내 입을 막기 위해 나서고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사건이 진행된 것으로 나는 본다."

-최근 민주평화당이 진상규명을 위해 나섰다.

"늦게라도 다행이다. 앞서 말한 대로 민평당이 전주의 명예, 정치권의 명예가 달린 문제로 본 것이다. 사실 '봉침을 놓았다, 놓지 않았다'는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문제는 누가 여목사에게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했느냐다. 봉침은 여목사의 하나의 살아가는 방식과 무기였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목사는 전주시에 보조금을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전주시 처지가 난처할 것이다. 줄 수도 없고 안 줄 수도 없고. 최근 여목사가 김 시장과 경쟁 관계에 있는 후보를 찾아가 여러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 전주시장이 여목사의 요구에 스스로 답해야 할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전주 시장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주의 명예회복을 위한 마지막 말씀은.

"시민이 일어나야 한다. 봉침 여목사와 관련된 전반의 사항을 공개해야 한다. 진실 규명이 명예회복이다. 봉침 사건이 본격화된 만큼 늦기 전에 진실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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