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rend]①4차 산업혁명 시대에..왜 택시로 난리?

손선희 2018. 3. 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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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단말기는 자동차"..'스마트 모빌리티'에 뛰어드는 글로벌 IT기업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또 택시야?"

IT업계가 '택시 잡는'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차량 공유 스타트업과 택시업계 간 갈등, 카카오택시 유료화를 둘러싼 잡음 등이 연일 화제의 중심에 오르고 있다. IT업계의 총아 '우버' 역시 한국 정부ㆍ택시업계와 요란한 승부를 벌이다 결국 철수하기도 했다. 대체 택시라는 게 IT업계에 어떤 의미이기에 이런 소동이 반복되는 걸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택시 사업이 갑자기 유망해지기라도 한 것일까.

◆"택시와 싸우려던 건 아닌데…"= 4차 산업혁명을 규정하는 핵심 가치는 공유와 연결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와 디디추싱,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등 데카콘(기업 가치가 10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유독 '이동과 공유' 분야에 몰려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동 수단 간 연결과 공유 개념을 합하면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가 된다. 스마트 모빌리티가 4차 산업혁명의 내용을 채우게 될 것이란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핵심 연료는 '이동 정보 빅데이터'다. 이에 우버 등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단순 차량 공유를 넘어 '이동 정보'에 대한 데이터 축적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차후 이를 활용한 사업 영역 확대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간대별로 어떤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가'와 같은 내용을 담은 빅데이터는 최적화된 자율주행 경로를 찾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 실시간 교통 정보에서 나아가 '미래 교통 정보'도 추정할 수 있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보는 정교해진다. 카카오가 2015년 내비게이션 스타트업 '김기사'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카풀 애플리케이션 스타트업 '럭시'까지 품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결정이다.

그러나 이런 큰 숲에 진입하기도 전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애초 택시 사업에서 돈 버는 게 목표가 아니었지만, 현실은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우리의 지향점은 '이동' 그 자체에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주행 정보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화된 경로ㆍ시간을 알려주는 '미래 정보'와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 등을 구상 중이며 연내 자율주행 관련 조직도 셋업할 계획"이라며 "단순히 택시 사업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모든 이동을 더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자'라는 비전을 달성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차세대 단말기는 자동차 그 자체= 글로벌 기업들이 펼치는 스마트 모빌리티 경쟁은 사뭇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구글ㆍ애플ㆍ인텔ㆍ바이두 등 IT기업들은 물론 GMㆍ포드ㆍBMWㆍ테슬라 등 완성차업체, 우버를 필두로 한 스타트업들이 공히 자율주행 분야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심산으로 달려들고 있다.

글로벌 IT 전시회에서 나타난 트렌드 변화는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증한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8'의 기조연설자는 짐 해킷 포드 최고경영자(CEO)였다. 또 지난달 스페인에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자율주행차ㆍ커넥티드카 등이 휴대폰을 밀어내고 메인 무대를 독차지했다.

전문가들은 2~3년쯤 지나면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성장세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는 세계 자율주행차시장 규모가 2020년 1890억달러(약 202조원)에서 2035년 1조1520억달러(약 1229조원)로 폭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2035년이 되면 신차 4대 중 3대가 완전자율주행차일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그냥 밥그릇 아니다, 정말 큰 밥그릇 싸움"= 다시 국내를 돌아보면 지엽적인 밥그릇 다툼 외에는 장기적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당장 택시업계는 "카풀 앱업체를 위해 정부가 나서 규제 개선을 하겠다는 것은 특혜이고 역차별"이라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서민의 '생계' 문제와 미래 먹거리 확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제대로 중재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일부 국회의원은 '표밭'을 의식해 흐름에 역행하는 법안을 내놓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IT기업과 택시업계의 잦은 충돌 사건은 마라톤 출발점에서 선수들이 신발 끈을 묶다 벌어지는 '초기 잡음' 수준에 불과하다. 일종의 통과의례일 수 있지만 이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 창업벤처대학원장은 "선진국 기준으로 자동차가 만들어진 뒤 100여년 정도 큰 변화가 없었는데, 최근 전기차와 같은 새로운 동력원이 개발되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면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당장 기존 사업자들과 충돌하는 지점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율주행을 위한 데이터 축적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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