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우버' 그랩, 원조를 뛰어넘다..36세 CEO 안토니 탄의 질주
말레이시아 출신 탄, 하버드대서 공부하고 그랩 만들어
이에 따르면 그랩은 우버의 차량공유서비스와 음식배달 사업 전부를 인수하고, 대신 우버는 합병회사의 지분 27.5%를 보유한다.
그랩은 구체적인 인수금액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번 인수합병이 동남아시아에선 사상 최대규모라고 밝혔다. 로이터 등 외신은 합병회사의 전체 가치가 약 60억 달러(6조4800억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1위의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후발업체 그랩과의 경쟁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동남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셈이다.
그랩의 창업자인 안토니 탄(36) CEO는 "이번 인수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며 "운송뿐 아니라 식품, 지급결제, 금융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삶을 개선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창업한 지 6년 만에 그는 놀라운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 하버드 출신 금수저의 도전
안토니 탄은 말레이시아의 부유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일본차량 수입·판매업체인 ‘탄청모터스’를 운영한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탄은 아버지 가업을 물려 받을 계획이었다.
우연한 계기가 그의 삶의 방향을 바꿨다. 2011년 하버드비즈니스스쿨 동기생이 말레이시아에 그를 만나러 왔다가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평을 털어놨다. 택시를 잡기 어려울 뿐 아니라 택시기사가 제대로 된 길로 가는지, 요금은 정확한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불만이었다.
쿠알라룸푸르의 택시서비스는 세계 최악이란 평을 받을 정도로 악명 높았다. 친구의 말에 탄은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사업경연대회에 제출했던 팀프로젝트 ‘마이택시(MyTeksi)’를 떠올렸다.
콜택시 애플리케이션 ‘마이택시’는 당시 하버드에서 교수로부터 “아이디어는 좋지만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단 교육수준이 낮은 택시기사들은 새로운 기술에 거부감이 컸다. 인터넷이나 GPS(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해본 적 없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사기에 너무 가난했다. 탄은 공항·호텔·주유소 등을 직접 돌면서 택시 기사를 모집했다.
“승객과 수입을 모두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에 기사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엔 택시기사에 스마트폰 구매비를 보조해 주도록 설득했다.
━ 현금결제 등 현지화로 파고들어
편리한 서비스로 입소문을 타자 그랩택시는 빠른 속도로 고객을 늘려갔다.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지난해엔 캄보디아와 미얀마에서도 사업을 시작하면서 동남아 8개국 195개 도시에서 서비스한다.
서비스도 일반 택시뿐 아니라 개인 차량을 중개하는 그랩카, 카풀 서비스인 그랩히치, 오토바이를 공유하는 그랩바이크 등으로 확대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오토바이가 흔한 교통수단이라는 점을 공략한 지역 맞춤형 서비스다. 배달능력이 취약한 현지 전자상거래 업체와 협력해 배달서비스도 선보였다.
하지만 안토니 탄은 그랩에 신용카드와 함께 현금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급결제 10건 중 9건이 현금일 정도로 신용카드 있는 사람이 드문 현실을 반영했다. 나중에 우버는 현금 결제 서비스를 내놨지만 이미 시장은 그랩이 장악한 뒤였다.
저렴한 수수료도 성공 요인이다. 그랩택시의 수수료는 싱가포르에서는 1건당 0.2달러(약 220원), 태국은 0.7달러(약 760원)로 알려졌다. 그랩은 운전사와 승객 양쪽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데, 택시기사에겐 수수료 중 일부를 보조금으로 돌려준다.
그랩은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해 10월엔 누적 승차 횟수 10억 건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1초에 66건의 승차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랩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9000만 건,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전자는 500만 명에 달한다.
━ '그랩페이'로 모바일 결제 공략
그랩은 지난해 모바일 결제서비스 ‘그랩페이’를 출시하며 핀테크 시장 개척에 나섰다. 온·오프라인 일반 매장에서 현금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서비스다.
안토니 탄은 그랩페이를 올해 안에 동남아 전역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그는 당분간은 동남아 시장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탄은 지난해 CNBC 인터뷰에서 “동남아 시장이 가진 잠재력을 개발하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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