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픽업트럭 美 수출 봉쇄..일자리 빼앗겨

임해중 기자 2018. 3. 2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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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재협상] 픽업트럭 고율관세 2041년까지 유지
관세 피하려면 미국 생산밖에..일자리 빼앗기는 꼴
미국에서 한미 FTA 개정과 철강 관세 면제를 연계한 마라톤 협상을 벌인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뉴스1DB)© News1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한국산 픽업트럭의 대미 수출길이 사실상 막혔다. 높은 관세가 2041년까지 지속되는 까닭이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선 미국 현지 공장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해야만 한다. 이는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할 일자리를 미국에 빼앗기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측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하는 수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재협상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주요 내용은 Δ한국산 픽업트럭 관세 유지(2041년까지) Δ미국 수입차에 대한 안전·환경기준 완화 등 2가지다.

미국은 FTA 재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부문의 적자를 이유로 수입 관세 부활,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수출되는 차량 부품의 50% 이상을 미국산으로 채워야 무관세 조항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식이다.

미국의 요구가 모두 받아들였을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됐다. 차악으로 비(非)관세 장벽 완화와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 유지 수준에서 협상은 마무리했다. 이번 FTA 재협상 결과에 관련 업계가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리는 배경이다.

그러나 FTA 재협상 결과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우선 미국 수출용 픽업트럭의 한국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미국과 한국은 종전 FTA 협상을 통해 픽업트럭에 대한 25%의 관세를 2021년까지 철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재협상으로 철폐 시점은 오는 2041년까지 20년 연장했다. 현대차는 2021년 관세 철폐 시점에 맞춰 신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주력 모델들은 세단형 승용차다. 그러나 미국의 세단 시장은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8% 감소하는 등 이미 정체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현대차의 최대 경쟁사인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차와의 경쟁마저 심화돼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픽업트럭은 280만대가량(풀사이즈)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2012년 이후 미국의 픽업트럭 시장은 연평균 6%씩 성장했다. 산업·레저용으로 판매되는 풀사이즈(대형) 차량은 미국 픽업트럭의 주력 제품이다.

현대차로선 미국 시장의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선 단기적으로 SUV 모델을, 중기적으로 픽업트럭 모델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실제 현대차는 픽업트럭 관세가 철폐되는 2021년에 맞춰 픽업트럭 출시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2041년까지 고율의 관세가 유지됨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된 픽업트럭의 미국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관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관세를 피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 현지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것이다. 물론 픽업트럭에 관한한 미국 브랜드의 경쟁력이 워낙 높아 국내 업체들이 섣불리 픽업트럭용 신공장을 지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미국에서 89만6000여대의 풀사이즈 픽업트럭을 판매한 포드의 시장점유율은 30% 이상이다. GM과 램이 각각 58만5000대, 50만대를 판매하며 2, 3위를 지키고 있다. 이들 상위 3개 업체가 판매한 픽업트럭은 전체 판매량의 70%에 육박한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싼타페 등 SUV를 생산중인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라인을 픽업트럭에 일부 할애할 수는 있을 것이다. 신공장을 짓든, 기존 라인을 조정하든 분명한 점은 픽업트럭 생산을 위한 일자리를 미국에 빼앗겼다는 점이다.

한편 이번 FTA 재협상 결과 미국산 자동차는 한국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미국 기준만 맞추면 한국에 연 5만대까지 차량을 팔수 있게 됐다. 종전 2만5000대에서 2배로 늘어났다. 이 같은 비(非)관세 장벽 완화는 미국 메이커는 물론이고 미국에서 생산되는 독일과 일본 메이커들에게도 수혜가 될 전망이다. 예컨대 미국산 벤츠와 BMW 등의 한국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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