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네안데르탈인 있다

김기범 기자 2018. 3. 2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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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인류 조상과 ‘이종교배’ 가능성 잇단 제기
ㆍ유전자는 현생 인류 쪽으로만 전파 ‘유력’

현생 인류의 조상과 상당 기간 유라시아 대륙에서 공존했지만 갑자기 사라져버린 이들이 있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와 함께 분류학상으로 ‘사람과’에 속하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이다. 최근 이들과 인류의 조상이 어떤 관계를 맺었으며 현생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추측하는 것을 도와주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약 4만7000~3만9000년 전부터 유럽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유골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대량의 유전자가 한 집단 또는 여러 집단의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인류의 조상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이 된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은 벨기에 고예(goyet) 동굴, 스피(spy) 동굴, 프랑스의 레코테스(les cottes) 동굴, 크로아티아의 빈디자(vindija) 동굴, 러시아 코카서스의 메즈마이스카야(mezmaiskaya) 동굴에서 발견된 것들이다.

그러나 인류의 조상이 유럽에 도착한 뒤 약 6만년 전에서 5만년 전 사이 네안데르탈인과 공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분석 대상이 된 네안데르탈인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논문에서 “네안데르탈인과 인류 조상 사이의 이종교배가 간헐적으로 일어났을 것이며 상호간에 유전자 교류가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네안데르탈인에서는 호모 사피엔스 유전자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 표본의 수가 적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유전자의 흐름이 네안데르탈인에서 현생 인류로 향하는 단방향으로만 일어났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현생 인류는 아프리카인을 제외하고 유전자의 1~4% 정도를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이는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생했고, 일부가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퍼져나갔다는 학계의 정설과도 맞아떨어지는 내용이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인류의 조상보다 먼저 유럽과 시베리아 등에 살고 있었다. 이번에 분석 대상이 된 네안데르탈인들은 이들의 역사에서 말기에 해당한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4만1000년 전부터 3만9000년 전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네안데르탈인들이 약 15만년 전 시베리아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해 각 지역으로 나뉘어졌으며 지리적으로 가까울수록 유전적으로도 유사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또 북유럽에 강추위가 덮치면서 기후변동이 일어난 약 6만년 전부터 2만4000년 전 사이 네안데르탈인들의 이동이 있었으며 이것이 해당 지역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류의 조상과 이종교배한 것은 네안데르탈인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대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셀’에 호모 사피엔스와 데니소바인이 두 차례 유전자를 교류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데니소바인은 2008년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약 4만년 전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등에서 발견된 인류 화석 5600점의 유전자를 분석·비교한 결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인에서 데니소바인과 교배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오세아니아 지역 사람들만 5% 정도 데니소바인과 유전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인류의 조상이 동아시아에 이주해온 뒤 데니소바인과 교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한국인의 유전자 샘플은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네이처’에 네안데르탈인과 인류의 조상이 입맞춤을 했거나 음식을 같이 먹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현생 인류의 입안에서 확인되는 미생물이 네안데르탈인의 치아 유골에서도 확인됐는데 이 미생물이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현생 인류에게 옮겨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호주 애들레이드대학 로라 웨이리치 박사는 “인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은 키스를 했거나, 적어도 음식을 같이 먹었을 것”이라며 “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친밀한 관계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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