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전한 원전' 정부의 기본 책무

강정민 |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2018. 3. 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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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가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것이 1978년이다. 그 이후 40년간 원전사업자와 주변 지역 주민 간의 이해와 갈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되고 있다. 그중에서 원전에서 나오는 법적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량과 주민 건강과의 연관성에 대한 논란은 해결되지 않은 숙제처럼 남아있다.

불가피한 자연방사선 외에 추가적으로 인공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는 물론 많은 나라들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권고에 따라 법적으로 선량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일반인은 연간 1m㏜(밀리시버트)를 넘지 못하게 되어있고, 특히 원전 제한구역 경계에서의 방사선량은 연간 0.25m㏜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방사선량 제한 기준은 방사선 위험에 대한 과학적 자료와 현대사회에서 일반인이 위험을 감수하는 수준을 고려하여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설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100m㏜ 이하를 저선량 방사선(유엔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 정의)이라고 하는데, 저선량 방사선과 건강 사이의 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암 위험의 증가가 나타났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사선 피폭과 질병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한 적이 있다.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들을 추적 관찰하여 방사선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였으나, 방사선과 암 발병 위험도 간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실시한 그 후속연구에서는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으니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2014년 10월에는 고리원전 인근 주민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갑상샘암 발병에 원전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원전 측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1심 판결도 있었고, 현재 2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학계와 법조계에서 연구결과와 판결에도 원전 주민의 암 발병과 원전과의 인과관계 여부는 여전히 논란 중이며, 원전 지역 주민들의 우려와 걱정 또한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우려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자,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과거 역학조사의 한계로 지적된 점들을 보완하고, 최신 연구방법론을 반영하는 등 새롭게 방사선 건강영향평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에는 과거 역학조사에는 제외했던 기존 암 환자와 소아·청소년 등의 민감연령층까지 대상으로 포함한다.

또한 이번 조사는 원전으로부터의 거리, 기상조건, 주거형태 등을 고려하여 방사선 노출 정도를 평가하는 것과 함께, 개인별 특성 반영,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해 조사의 신뢰성을 높일 것이다.

이번 방사선 건강영향평가는 2019년까지 연구 설계 및 기반 조사 등을 거쳐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그리고 암 등 질환 발생에 장기간의 잠복기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5년 단위로 추적 조사할 예정이다.

그외에도 원안위는 방사선에 직접 노출되는 방사선작업종사자에 대해서는 이미 1단계 조사대상 모집 등 건강영향평가 기반을 구축 중이다. 또한 지역별 환경방사선 통합 DB를 구축하는 등 전국 방사선 노출 현황 조사를 통해 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평가에 활용하고자 한다.

원안위는 원전 지역 주민 등에 대한 방사선 건강영향평가의 세부계획 수립에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다가오는 29일에 열리는 주민대표 간담회를 시작으로 적극 소통할 계획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건강영향평가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며,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강정민 |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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