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수출 한국차 '무관세' 지켰다..픽업트럭 양보한 듯

최경환 기자,임해중 기자 2018. 3. 25. 19: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철강관세 영구 면제 얻고 안전·환경 기준 일부 양보
김현종 "불확실성 제거 안정적 미국 진출 조건 마련"
미국에서 한미 FTA 개정과 철강 관세 면제를 연계한 마라톤 협상을 벌인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18.3.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세종=뉴스1) 최경환 기자,임해중 기자 = 우리나라가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영구 제외되는 조건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타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자동차(부품 포함) 관세 부활과 농축산물 추가 개방도 피한 것으로 파악돼 전반적으로 성공한 협상이라는 평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철강 관세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타결을 이뤘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산 차 부품 의무사용과 미국 측 자동차 원산지 관련 요구 사항 등에 대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지금까지 관세를 철폐한 것에 대해서도 후퇴가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무역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면제를 얻어내는 대신 무엇을 양보할지를 놓고 고심했다. 우리 기업이 가장 두려워했던 시나리오는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부품 포함)에 대한 관세가 부활되는 것이다.

한미 FTA에 따라 2016년부터 국내 업체의 수출 물량에 관세가 붙지 않는다. 이는 한미 FTA의 핵심이자 우리나라 수출 기업에 큰 이득을 주던 내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나라가 자동차 수출로 대미 무역흑자를 늘렸다는 점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이 부분을 지켜내기 위해 막판까지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미국측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는데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를 통해 미국은 2019년부터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2022년 무관세를 적용할 예정이었다.

픽업트럭은 우리 기업이 미국 수출을 추진 중인 차종이다. 미국 픽업트럭은 나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외국산 공세에 맞설수 있는 '전략 차종'으로 가치를 지닌다. 현대, 기아차 등이 픽업트럭을 생산해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경우 현지 기업의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미국측의 이해를 십분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또 우리나라 비(非)관세 장벽 완화 부분은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차량에 대한 환경기준과 방향지시등 같은 안전기준을 완화해 준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로6 이전 방식의 승용차(디젤)는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 도로교통법에 어긋나는 방향지시등(노란색으로 제한) 장착 차량의 수입 상한선도 2만5000대로 정해져 있다.

이같은 양보에도 우리나라 대미 수출차에 대한 무관세를 지켰다면 상당한 이득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및 부품산업이 거둔 대미 흑자는 177억5000만달러다. 전체 대미 무역흑자 178억6000만달러의 99%가 넘는 수준이다. 이중 자동차 부문은 전체 대미 흑자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한국차에 대한 관세 부활을 압박한 것은 무역 역조를 해소하는 자체 의미 만이 아니다. 결국 한국차의 미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앨라배마, 조지아에 미국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연간 생산능력은 36만대, 30만대가량이다. 미국에서 팔리는 현대·기아차 중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은 60% 이하로 전체 차종 평균인 80%보다 낮은 수준이다.

픽업 트럭에 대한 관세가 유지된다면 우리 기업도 미국내 공장에서 픽업트럭 모델 생산을 위한 설비 증설이나 공장 신축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이 향후 이번 FTA 협상에서 기대하는 부분이다. 자동차 부문의 무역불균형 해소는 물론 미국 공장 증설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김 본부장은 "실무 차원에서 몇 가지 기술적인 이슈가 남았는데 곧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며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해 우리 업계가 안정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 주요 국가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일러스트=방은영 디자이너)

khchoi@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