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에.. 韓경제 '살얼음판'

이천종 2018. 3. 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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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저하·고용 악재 우려 / 美 "中 지재권 도둑질" WTO 제소 / 中 "국익 지켜낼 실력 있다" 자신감 / 美·中 의존도 높아 중간재 수출 '불똥' / 평균 관세 10%로 오르면 성장 0.6%P↓ / 중동 등 수출 지역 다변화 모색해야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불붙으면서 한국 경제에 잔뜩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G2) 사이에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 외풍에 취약한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가까스로 2%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저하는 물론 고용에도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불붙는 ‘G2’ 무역전쟁

G2 간 통상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은 23일(현지시간) ‘지식재산권 도둑질’을 하고 있다며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 제소했다. 중국의 특허권 침해와 불공정 기술이전 계약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성명에서 “중국은 특허사용 계약이 끝난 중국기업에 대해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미국 기업 등 외국의 특허 보유자들과 기본 특허권을 부정함으로써 WTO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며 그 배경으로 “중국은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사이버 도둑질을 했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24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최근 조치가 “국제무역 규정을 위배한 것으로 중국의 이익이나 미국의 이익, 나아가 세계의 이익에도 이롭지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류 부총리는 또 “중국은 잘 준비하고 있고, 국가이익을 지켜낼 실력이 있다”면서 “양측이 이성을 갖고 미·중 경제무역 관계의 총체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 부총리의 발언은 미국의 대중 무역정책을 즉각 비판한 중국 관영 언론의 보도와 맥을 같이한다.


◆수출 ‘한국호’ 어쩌나

날로 격화되는 G2 간 통상전쟁은 소규모 개방경제로 세계 6위 수출대국인 한국 경제에 최대 악재다. 우선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과 고용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간재는 철강, 자동차 부품, 화학 원료 등 완성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품이나 반제품 등을 뜻한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양의 중간재를 수입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1421억달러를 수출했는데 이 가운데 중간재 비중이 78.9%에 달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산 정보기술(IT)과 전자 제품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우리의 대중 반도체 수출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 평균 관세율이 현재 4.8%에서 10%로 높아지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율이 10%로 높아지면 국내 수출액은 173억달러 줄어들고 고용은 15만8000명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수출 지역 다변화 등 돌파구 절실

정부는 최근 미국과 중국 두 국가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유라시아 등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신(新)남방·북방 정책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신흥시장 수출 증가로 지난해 대중(25.1%→24.8%), 대미(13.4%→12.0%) 수출 비중이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5일 ‘중동의 상승기류에 탑승하라’와 ‘꿈틀대는 프런티어 시장 아프리카’ 등 두 건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성장 잠재력이 큰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주목하라”고 권고했다.

젊고 부유한 인구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춘 중동은 유가 상승에 힘입어 올해 3%대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현지 소비재 시장과 의료기기·의약품 시장, 할랄·무슬림 특화 제품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프리카는 최근 정치·경제 안정과 자원개발 시장으로서 전략적 가치 상승이 맞물리면서 프런티어 시장으로 부상 중이다. 보고서는 “아프리카 지역은 소비재,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 건설장비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말했다.

이천종·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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