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70대男 "정부가 강제불임 수술..인생 돌려놔"

김혜경 2018. 3. 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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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70대 남성이 25일 10대 시절 '우생보호법'에 따라 지자체로부터 강제 불임수술을 받아 평생 아이를 갖지 못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남성의 법률 대리인인 변호사는 우생보호법은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불임수술을 실시하는 것인데, "장애가 없는 사람까지 수술을 받게 한 것은 당시 법률이 날림으로 운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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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애가 없는데도 지자체로부터 강제 불임수술을 받았다는 일본의 한 70대 남성이 25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남성은 조만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출처:NHK) 2018.03.25.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일본의 한 70대 남성이 25일 10대 시절 '우생보호법'에 따라 지자체로부터 강제 불임수술을 받아 평생 아이를 갖지 못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생보호법(優生保護法)'이란 과거 일본에서 시행된 반인권적 법률로, 본인의 동의없이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불임수술을 실시할 수 있는 법이다.

이 법은 '유전적으로 열등한 아동의 출생을 막는다'는 나치 독일의 단종법을 따라 1948년 제정돼 48년간 운용되다 1996년 장애인 불임수술 조항을 삭제한 '모체보호법'으로 개정됐다.

후생노동성에 의하면 우생보호법에 따라 강제 불임수술을 받은 사람은 일본 전국에서 1만 647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70%는 여성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제 불임수술 시행 건수 가운데 증빙 자료가 남아있는 것은 약 20%에 그친다.

25일 NHK및 마이니치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57년께 미야기(宮城)현의 한 시설에 입소했던 10대 시절, 장애가 없는데도 불임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가 없었는데도 강제로 불임수술을 받았다"며 "이로 인해 아이를 가질 수 없게돼 계속 고통을 받았다", "인생을 되돌리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수술로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된 사실을 죽은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남성은 또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수술이다"면서 "나 말고도 수술을 받은 사람이 있다. (그들도) 나처럼 이름을 밝히고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 남성의 법률 대리인인 변호사는 우생보호법은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불임수술을 실시하는 것인데, "장애가 없는 사람까지 수술을 받게 한 것은 당시 법률이 날림으로 운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1월 10대 때 강제로 불임수술을 받은 미야기현의 60대 여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것을 계기로, 정부를 상대로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우생보호법이 1996년 모체보호법으로 개정된지 22년만의 첫 소송이다. 이전에도 강제 불임수술을 받은 피해자들의 제소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자체가 관련 기록을 파기해 수술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서 제소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 60대 여성은 미야기현에 자신의 강제 불임수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줄 것을 요청해 자료를 입수, 제소를 하게 됐다. 그런데 이 자료에는 피해 여성의 강제 불임수술의 이유는 '유전성 정신 박약'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여성의 장애는 1살 때 수술시 마취 사고로 인한 것으로, 유전과는 무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률 자체가 개인의 존엄과 자기 결정권을 짓밟았을 뿐 아니라, 날림으로 법률이 운용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일본 정부는 그간 피해자에 대한 법적 구제 조치를 취하라는 유엔의 권고를 무시해왔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HRC)는 1998년과 2008년, 그리고 2014년 3차례에 걸쳐 우생보호법에 따라 강제불임 수술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일본 정부에 권고했다. 2016년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피해 실태 조사와 피해자의 법적 구제를 일본 정부에 권고했으며, 2017년에는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연)도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유엔의 권고를 받은지 20년이 되가도록 사죄와 보상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변연은 2017년 2월"보상 등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국가는 "합법적으로 시행된 것"이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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