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핫클립]"블록체인 불편해요"..'스팀잇' 탈출 러시

이수호 기자 2018. 3. 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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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게시하면 암호화폐를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스팀잇을 시작했지만, 한번 쓴 글은 고치거나 삭제할 수 없고 '좋아요'(업보트)에 따른 암호화폐 지급도 A씨 생각에 '비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스팀잇을 떠난 작가 A씨는 "초기에 자리잡은 돈(암호화폐) 많은 이용자들 탓에 후발주자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해도 선택받기 어렵다"며 "탈중앙화를 외친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암호화폐를 많이 가진 사람이 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 역설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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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통제 없어 '콘텐츠·돈 많은 이용자' 쏠림 현상..삭제·수정도 불가·
© News1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던 A씨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팀잇'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열흘만에 '탈출'을 선언했다. 콘텐츠를 게시하면 암호화폐를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스팀잇을 시작했지만, 한번 쓴 글은 고치거나 삭제할 수 없고 '좋아요'(업보트)에 따른 암호화폐 지급도 A씨 생각에 '비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25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스팀잇이 최근 이용자들의 잇단 탈출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팀잇은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 브런치와 쓰임새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글쓰기 플랫폼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글을 올리고 주목을 받으면 회원들의 추천에 따라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받는다. 스팀잇에는 '스팀'과 '스팀파워' '스팀달러'라는 세가지 암호화폐가 있다. '스팀달러'는 달러와 연동되는 부가 암호화폐다.

광고수익으로 연명하던 블로거들은 스팀잇에서 지급되는 암호화폐를 받기 위해 대거 스팀잇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온라인 글쓰기에도 블록체인 혁신이 불었다'며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스팀잇을 사용한지 불과 수개월 만에 기존 블로그 플랫폼으로 돌아가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은 상태다.

우선 스팀잇 콘텐츠의 편향성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스팀잇 주요 콘텐츠는 온통 'ICO 발행' 광고글이 점령하는 수준이다.

스팀잇은 암호화폐를 많이 가진 이용자가 보유량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예컨대 돈 많은 구독자 A씨와 돈이 적은 구독자 B씨가 동일하게 콘텐츠에 '좋아요(업보트)'를 누르면 A씨의 '좋아요'가 더 큰 구독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떠나, '부자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돈을 벌 수 있다.

자연스레 스팀잇은 콘텐츠의 질적 수준보다 부자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 위주로 유통되고 있다. 선정적인 콘텐츠나 광고글은 물론이고 일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글도 올라온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글이 올라와도 돈 많은 구독자가 '좋아요'를 누르면 쉽게 주목을 받는 구조다.

일부 작가들은 콘텐츠의 질보다는 돈을 많이 보유한 이용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맞춤형 콘텐츠를 올리거나, 휘발성·자극적인 콘텐츠 게시에 주력하고 있다.

한 스팀잇 이용자는 "콘텐츠 다양성은 사라진 지 오래"라면서 "더구나 지나친 광고글이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올라와도, 블록체인의 특성상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하다 보니 '자정작용'이 일어나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한 만큼 창작자가 더 신중하게 게시물을 올리는 '바른 방향'의 자정작용이 일어나야 하는데, 블록체인 부자에게 좋아요를 받기 위해 오히려 자극적인 콘텐츠만 올리는 '역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창작자들이 잇따라 스팀잇을 떠나면서 질 좋은 콘텐츠는 점점 더 사라지고 암호화폐 광고글로 도배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최근 스팀잇을 떠난 작가 A씨는 "초기에 자리잡은 돈(암호화폐) 많은 이용자들 탓에 후발주자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해도 선택받기 어렵다"며 "탈중앙화를 외친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암호화폐를 많이 가진 사람이 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 역설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이 가져다 줄 효용은 확실하지만, 스팀잇의 사례처럼 모든 서비스에서 블록체인이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며 "중앙통제형 서비스가 오히려 이용자들에게 더 효과적인 경우도 적지 않아, 블록체인 기술과 중앙통제형 시스템이 결합된 형태가 더 효율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lsh599868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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