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기자의 현장+] '김밥+라면' 한 끼가 6천원..치솟는 물가 "무섭네"

김경호 2018. 3. 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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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한 끼에 10,000원 육박 / 치솟는 물가 ‘서민 생활 비상’ / ‘햄버거·라면’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 / 먹거리 부담 / 가정에서 먹는 비용도 커져 / 주머니가 얇은 청년…편의점만 찾아 / 뭘 먹어야 하나 ‘깊은 한숨’

서울 용산구 한 분식점에서 주문한 기본 김밥 2,500원과 일반 라면 3,500원. 김밥은 지난해에만 무려 7.8%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와 비교하면 4배나 높은 수준. 김밥, 소주, 라면, 짬뽕 등 '서민' 품목들이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집에서 냉동식품을 나눠 전자레인지 돌려서 먹어요. 간편하기도 하고 비용도 저렴해요. 만두나 즉석 밥에 간단한 밑반찬을 한 끼 때워요. 학교 구내식당도 비싸서 부담스럽죠. 아르바이트 뛰어도 고정비로 나가는 월세 50만 원과 생활비를 쓰고 나면 없죠. 아낄 수 있는 것은 식비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 상가 밀집 지역. 한 음식점 앞에는 실물에 가까운 음식 모형이 전시돼 시선을 끌고 있다. 한 커플이 메뉴를 고르는 듯 고민하더니 발길을 옮겼다. 저녁때였지만, 거리에 행인의 발길은 뜸했다. 식당가는 붐비는 곳이 좌석의 60%가 차 있는 정도였고, 손님이 1~2 테이블뿐인 곳도 눈에 띄었다.

올 초부터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서민 부담이 크게 늘었다. 외식업체들은 오른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메뉴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월급은 그대로 빠듯한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역 인근 상가 밀집 지역. 한 음식점 앞에는 실물에 가까운 음식 모형이 전시돼 시선을 끌고 있다.


실생활과 밀접한 식음료 물가가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편의점이나 길거리 음식으로 끼니를 대충 때운다는 대학생 이 모씨는 "한 끼를 어떻게 때워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먹는 거죠. 학교식당도 비교적 싸다고 생각하시는데, 아니에요.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식비밖에 없는 것 같아요."라며 하소연했다.

최근 프랜차이즈 등 서민들이 자주 찾는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고민 없이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먹거리들도 값이 줄줄이 올라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중식 프랜차이즈 홍콩반점은 짬뽕을 4,500원에서 1,000원이 오른 5,500원. 짜장면은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롯데리아 제품 33종과 KFC, 맥도날드, 버거킹도 가격을 올렸다.

삼각김밥·햄버거 등 최근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CJ 제일제당은 햇반과 냉동만두 등의 가격을 6~9% 올렸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말 일부 도시락과 삼각김밥, 샌드위치 가격을 100∼200원 인상했다.

전국에 매장 400여 곳 이상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큰맘할매순대국'은 지난달 초 순댓국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상당수 중국집은 짜장면과 짬뽕 가격을 500∼1,000원 가량 올리면서 지역에 따라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이 6,000원인 곳도 적지 않다.

이미 가격 인상을 검토했지만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한 치킨 일부 프랜차이즈는 배달대행료 등 지금까지 무료였던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기도 했다. 외식 메뉴뿐만 아니라 가공식품까지 오르면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외식물가 등 서민 생활 물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대학교 2학년 장 모 씨는 “휴학을 고민하고 있어요. 아끼고 또 아껴도 나갈 곳은 많아요. 공부하기도 빠듯하고 친구 만날 생각은 하지도 못해요”며 “월세와 공과금 등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교통비는 아낄 수가 없잖아요. 부족하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데, 학교 다니면서 하기에는 힘들고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말부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외식비가 높은 상승 폭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미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된 올해 1월에는 외식물가 상승 폭은 2.8%로 더 확대됐다. 이는 2016년 2월 2.9%를 기록한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 상가 밀집 지역. 한 음식점 앞에는 실물에 가까운 음식 모형이 전시돼 시선을 끌고 있다. 한 커플이 메뉴를 고르는 듯 고민하더니 발길을 옮겼다.


업체들은 “인건비 부담 커졌다”는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올 초부터 임대료 인상과 원자잿값이 너무 올라 어쩔 수 없다. 장사를 포기해야 싶은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올해의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 6,470원에서 1,060원 올랐다. 17년 만에 최대 인상 폭으로, 이는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기준의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3,770원이다. 종업원들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인건비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식재료비·임차료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 업계가 소비가 충분히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당장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었지만 앞으로 비용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정부는 가격 인상 요인을 분석하는 등 향후 최저임금에 따른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인서비스 물가 안정을 위해 소비자단체와 연계한 물가 감시를 강화하고 일자리 안정자금 등 소상공인 지원 대책 이행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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