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 놓으면 구속 "군수 무덤"..선거법 위반·뇌물' 혐의

정동훈 2018. 3.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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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방선거가 이제 80일 정도 남았습니다.

4년 전 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들은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있을까요? MBC가 확인해봤습니다.

260명의 단체장 가운데 35명, 그러니까 약 13%가 선거법 위반이나 뇌물 등의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그런데 비리에 연루된 인사의 약 80%는 기초단체장, 특히 인구 30만이 안되는 소규모 지자체의 장이었습니다.

심지어 군수 서너 명이 내리 구속돼 군수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도 있습니다.

정동훈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경남 함양군수가 승진 대가로 공무원 3명에게서 5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임창호/함양군수(지난달 22일)] (심경 한 마디 해주시죠.) "군민들에게 정말 누를 많이 끼치는 것 같습니다. 책임을 통감하고요."

군민들은 낯을 못 들겠다고 말합니다.

[함양군민] "탄원서도 만들고 그랬어 사실은. 구속시키지 말아 달라고. (왜요?) 애들 말로 너무 쪽팔려서…"

군수가 구속된 게 벌써 4번째이기 때문입니다.

1명은 선거법 위반, 나머지 세 군수는 뇌물을 받아 구속됐는데 이 중 두 명은 같은 업자에게서 차례로 뒷돈을 받아 구속됐습니다.

[함양군민] "아이고 몰라, 선거 이제 그만 맛이 떨어졌어. 만날 함양 이 XX을 하니 누구를 (선출)해야 할지 몰라."

이번에는 면적이 서울시와 맞먹는 전남 해남군을 찾아가 봤습니다.

군수실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습니다.

[해남 부군수실 직원] "저는 부군수 비서였고." (군수님 비서는요?) "지금 다른 데로 갔어요. 여기(군수실)가 어차피 폐쇄니까."

직원들은 군수 얼굴을 못 본 지, 어느새 2년째.

뽑아놓으면 인사 비리로 구속되고, 다시 뽑아놓으면 공사 비리로 구속되고, 이번 군수는 공무원 승진 점수를 조작했다가 구속됐습니다.

[오영택/깨끗한 해남 만들기 본부장] "권한 대행이 3번째 바뀌어서 지금 하고 있는데…해남 군정은 과장 군정이고, 계장 군정이다."

경북 청도군은 2005년부터 해마다 군수가 비리로 낙마해 3년 연속 선거를 치르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전북 임실군은 주민이 뽑은 역대 모든 군수가 형사처벌을 받는 또 다른 기록을 세우면서 '군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인구가 서울의 한 개 동 정도인 이런 중·소규모 도시 단체장들의 낙마가 유독 잦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용부/보성군수(지난해 9월)] (뇌물수수 혐의 인정하시나요) "..."

업자로부터 2억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남 보성군수.

비리를 폭로한 건 군수 지시로 돈을 김치통에 담아 마당에 묻어뒀던 부하 공무원이었습니다.

[뇌물 폭로 공무원] "계약하고 나면 보통 인사드리고 해서 모아놨다가 전달해 드리고…현금 자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위험부담도 있고, 항상 불안했죠."

단체장과 공무원의 결탁에서 비리는 시작됩니다.

선거 운동 단계부터 공무원들이 캠프에 가담해 인사권을 틀어쥔 단체장과 승진에 목매는 공무원 사이 사적인 공동체가 형성된다는 겁니다.

[김 모 씨/전 군청 공무원] "공무원들이 선거운동 합니다. 실질적으로 암암리에 진급을 하려고, 줄을 서는 거 아닙니까.(군수가) 안 도와준 사람들은 한직으로 보내버리고…"

여기에 이권을 챙기려는 토착업체가 합세하면서 좁은 동네에서 한통속이 되고 마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깁니다.

[안시영/보성군 공무원노조 위원장] "관행들이 이제 곪아 터졌다는 생각을 해 보고, 그전에도 뭔가 있었겠죠. 특히 조그만 지역사회 조그만 자치단체 이런 데가 더 심하다고 보면 되죠. 투명성이 떨어진다 이거죠."

감시의 눈은 거의 없습니다.

지방 의회는 단체장과 같은 당에서 80-90%를 장악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게다가 학연 지연 혈연까지 얽히고설킵니다.

[이숙경/함양시민연대 사무처장] "건너가면 선배고, 건너가면 사촌이고, 지역이잖아요. 아주 오랫동안. 학연 지연 혈연이 엄청나다는 얘긴 거죠."

해법은 먼저, 공무원들의 은밀한 선거운동 참여부터 근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그다음은, 단체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턱없이 부족한 만큼 주민들 직접 참여가 절실합니다.

[남기헌/충청대 행정학 교수] "지역주민들도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까 주말 의회를 연다든가 또는 야간의회를 열어서 '지방정부의 파수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라는 자긍심을 갖게 해주는 참여제도가 강화돼야겠다."

자고 일어나면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단체장들, 27년 지방자치 역사에서 이제는 끝내야 할 적폐 중 적폐입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정동훈 기자 (jd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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