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한미 금리 차 1%p' 가시화..국내 영향은?

서민준 기자 2018. 3. 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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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 올해 기준금리 4회 인상 전망 높여
한미 금리 차 1%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자본 유출·시장금리 상승 우려 커져
"구조개혁·실업난 해소 등 경제 회복 작업에 박차 가해야" 지적
[서울경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10년여만에 역전됐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25~1.50%에서 1.50~1.75%로 올렸기 때문이죠. 한국의 기준금리는 1.50%. 미국이 우리보다 0.25%포인트 높게 된 것입니다.

금리 역전 직후 우려했던 자본 유출은 없었습니다. 금리 역전이 보기 드문 일이긴 하나 시장에서 진작부터 예상하고 대비했기 때문이죠.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연준은 앞으로도 계속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금리 인상을 감내할 만큼 실물경제가 충분히 살아났다는 자신감이 있고 주식을 중심으로 자산 가격이 많이 올라 ‘통화 긴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실제 21일 연준의 메시지엔 금리 인상 속도를 좀 더 빨리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위원 15명 중 7명이 올해 4번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표를 던졌습니다. 지난해 12월 4명보다 3명이 늘어난 것입니다. 4번 금리를 올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 2.5%가 됩니다. 한국이 금리를 유지한다면 양국 간 금리 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는 얘기입니다.

경제 전망도 더 좋아졌습니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5%에서 2.7%로 올렸고 근원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에서 2.1%로 높였습니다. 경제 상황이 더 좋아지면 금리 인상 여론도 힘을 받게 됩니다.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미국이 한국보다 금리가 1%포인트 웃돌게 되면 국내에서 돈을 빼 가려는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간 금리 차가 벌어지는 것은 비유하자면 우리 금융시장의 건강이 허약해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며 “허약해진다고 바로 아픈 것은 아니지만 외부 변수나 리스크에 취약해지는 것은 맞기 때문에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금리 역전 시기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은 지난 1999~2001년과 2005~2007년 금리 역전을 겪은 바 있습니다. 이때 한미 간 금리 차는 1%포인트 이상 나기도 했지만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1차 금리 역전 시기는 한국 경제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경제가 크게 좋아지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경제성장률은 1999년 11.3%, 2000년 8.9%, 2001년 4.5% 등으로 지난해(3.1%)보다 훨씬 높습니다. 2차 금리 역전 기간 때 역시 2005년(3.9%), 2006년(5.2%), 2007년(5.5%) 등 성장률이 양호했으며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1%로 간신히 3%를 넘는 수준이고 높은 청년실업률,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저물가, 미미한 내수 회복세 등 불안 요소도 큰 상황입니다. G2 무역 전쟁 우려 등 각종 리스크 파고도 높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500억달러 규모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며 무역 전쟁을 선포한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은 9.5원 급등했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등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 1,651억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실물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데 경제 리스크가 높아지고 한미 간 금리 차도 더 벌어진다면? 급격한 자본 유출이 없으리라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금리 격차 확대는 국내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줍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국고채, 회사채, 금융채, 대출금리 등 인상 압박이 커진다는 겁니다. 이미 시장금리는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지난해부터 오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례로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바탕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최고 신용등급 기준 지난해 초 2.0% 수준서 지난 21일 2.7%까지 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최고 4% 후반인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연말이면 6%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서민들의 빚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우울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경제 회복 작업을 서두르는 것밖에 왕도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고용·소비 등을 살리고 투자 환경을 개선해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본이 한국에 머무르고 싶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안 좋은 상태에서도 법인세, 최저임금 인상 등 한국의 투자 여건을 악화시키는 쪽으로 정책을 펴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이제라도 투자 활성화 정책을 적극 펴고 구조개혁, 규제개혁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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