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블랙하우스로 확인된 '정봉주의 해명' 3가지 오류

2018. 3. 24. 16: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블랙하우스' 2011년 11월23일 사진 일부공개
'한겨레' 당일 취재 메모와 교차검증 해보니

① "낮 1시 이후 을지병원 어머니 병문안"
② " '나는 꼼수다' 22일 밤에 녹음했다"
③ "23일 '민국파'는 저를 수행하지 않았다"
정봉주 전 의원 주장들 사실과 달라

[한겨레]

SBS <김어준 블랙하우스> 갈무리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22일 저녁 방송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2011년 12월23일 하루 동안 정 전 의원이 찍힌 사진 780장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이날 방송에서 “2011년 12월23일 오후 1∼2시께 정봉주 전 의원은 홍대 녹음실과 식당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사진을 보면, 정봉주 전 의원은 23일 당일 낮 12시부터 1시간 가량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녹음한 뒤 오후 2시께 녹음실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고, 오후 2∼3시 사이에 명진스님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은 또 당시 그를 수행했다고 주장한 ‘민국파’ 정대일 씨가 당일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있었다는 걸 증명해줄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한겨레>는 정봉주 전 의원의 2011년 12월23일 당일 행적을 기록한 취재 메모를 바탕으로, 성추행 폭로 이후 정봉주 전 의원의 공식 기자회견 및 보도자료 해명과 ‘민국파’ 정대일 씨의 주장, 성추행 피해자 ㄱ씨의 주장 등을 교차로 검증해봤다.

■ 2011년 12월23일 당일 기록된 <한겨레> 취재 메모

<한겨레> 권귀순 기자는 2011년 12월23일 김어준 씨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 김용민 씨, 정봉주 전 의원 등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녹음하고 있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지하 녹음실을 찾았다. 정봉주 전 의원이 전날 대법원 확정판결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되기 전 이뤄진 마지막 ‘나는 꼼수다’ 녹음이었다. 권 기자는 이날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정봉주 전 의원의 입장과 나꼼수 멤버들의 견해를 취재하려고 했다.

권 기자가 녹음실에 도착한 시간은 이날 낮 12시께. 지하 1층 녹음실은 들고 나가는 문이 하나밖에 없었다. 권 기자는 현장에서 마주친 스태프가 “나꼼수 녹음중”이라고 해서 녹음실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낮 12시30분께 녹음실에서 나온 한 남성에게 묻자 이 남성은 여러 말을 하면서 “정봉주 전 의원이 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녹음실 입구에서 기다리다 나꼼수 멤버들의 얼굴을 직접 본 건 오후 2시쯤이었다. 김어준 씨, 김용민 씨, 주진우 기자와 함께 스태프 10여명이 녹음을 마치고 녹음실에서 나왔고, 정봉주 전 의원은 조금 뒤에 나왔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권 기자에게 김어준 씨가 “다른 사람 같으면 자기 입장을 언론에 낼텐데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린 매체가 있잖아. 언론이 중간에 끼면 토씨 하나가 이상한 해석을 낳는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곧 김용민 씨는 다른 약속이 있다고 자리를 떠났고, 남은 멤버들은 나란히 녹음실 인근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권 기자는 오후 2시40분쯤까지 나꼼수 멤버들과 녹음실 인근 식당에 함께 있었다. 2시30분께 정봉주 전 의원에게 입장을 묻기도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주진우 기자가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권 기자는 오후 2시40분께 식당을 나와 다른 자리로 간 김용민 씨와 통화했다.

권 기자는 이 취재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관련기사 : ‘나꼼수’ 정봉주 26일 수감, 23일 마지막 방송 녹음)하고 당일 녹음실 취재 기록을 꼼꼼히 적은 취재 메모를 남겼다. <한겨레>는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폭로가 나온 직후 이 취재 메모를 확인했지만, 정봉주 전 의원의 행적에 대한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이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 사이에 서울 노원구 하계동 을지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면회했다고 주장했고, 정봉주 전 의원을 수행했다고 주장한 ‘민국파’ 정대일 씨 역시 정봉주 전 의원이 을지병원에서 어머니를 면회하고 나온 뒤 오후 1시부터 2시 사이에 여의도 렉싱턴호텔로 갔다고 주장하면서, 정봉주 전 의원이 그 시간에 ‘나는 꼼수다’를 녹음하고 있었다는 <한겨레> 취재 메모와 이들의 주장이 어긋났다. 교차 검증이 필수인 이유였다.

하지만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사진 기록을 공개하면서 두 사람의 주장이 아니라 <한겨레> 취재 메모가 정확하게 당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40분까지 정봉주 전 의원의 행적을 입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정봉주 전 의원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세 가지를 짚어봤다.

■ 정봉주는 23일 오후 1~2시 사이 을지병원에 가지 않았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 가해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당일 행적을 공개하면서 세 번의 보도자료를 통해 일관되게 23일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 어머니가 입원한 을지병원에 다녀왔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프레시안> 보도로 성추행 가해 폭로가 나온 직후인 지난 9일 첫 번째 입장발표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23일)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하계동 소재 을지병원에 입원하셨다. 저는 오후에 민변에서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을지병원으로 바로 이동해 어머니를 뵈었다”고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번째 해명을 할 때도 “이날(23일) 오전에 민변 변호사들을 만나다가 갑자기 팔순의 어머니께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 응급실로 급히 달려갔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정봉주 “성추행 의혹 보도 고소…서울시장 출마 뜻 유지”) 정봉주 전 의원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을지병원에 갔다가 다시 홍대로 온 것이 2시에서 2시반 사이”라고 밝혔다.

12일 저녁 낸 3차 보도자료에선 “23일 오후 12시17분께 어머니가 을지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고 오후 1시께 병실에 입원했다. 저는 어머니가 병실에 실려 간 이후 을지병원에 도착했다”며 “제가 아무리 병문안을 빨리 마치더라도 2시 이전에 여의도 호텔까지 이동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민국파’ 정대일 씨 역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23일) 병원으로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병원에 오래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병원 가서 (어머니를) 금방 뵙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정대일 씨는 병원에 갔다가 홍대 쪽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봉주 전 의원이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약속이 있으니까 가야한다”고 말하는 바람에 방향을 틀어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2시경”이라고 주장했다. 시간은 다소 차이가 나지만 두 사람 모두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을지병원에 다녀왔다고 일치된 주장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공개된 사진과 <한겨레> 취재메모는 정봉주 전 의원과 정대일 씨 둘 모두 착오를 하고 있거나 거짓을 말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자신의 말과 달리 적어도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 사이에 을지병원으로 어머니 병문안을 가지 않았고 서교동 나꼼수 녹음실에 있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와 정봉주 전 의원, <한겨레> 취재 메모가 말하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의 2011년 12월23일 행적. 그래픽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 첫 보도자료에서 밝힌 ‘나는 꼼수다’ 녹음 시간도 오류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 폭로 이후 배포한 두 번의 보도자료와 한 번의 기자회견에서 ‘나는 꼼수다’ 녹음에 대해선 딱 한 번 언급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9일 첫 번째 입장발표 보도자료에서 “저는 2011년 12월22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나는 꼼수다’ 방송을 녹음하고 멤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공개된 사진과 <한겨레> 취재 메모는 공히 이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이날 녹음된 나꼼수 방송에서 정봉주 전 의원은 “집안에 우환도 생겼어요. 어머님이 쇼크받아서 쓰러지셔 가지고”라고 말한다. 정봉주 전 의원이 공개한 어머니의 병원기록지를 보면, 어머니가 응급실에 온 시간은 23일 낮 12시17분이고 병실에 입원한 건 오후 1시다. 정봉주 전 의원의 첫 번째 입장발표 보도자료처럼 22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나는 꼼수다’ 방송을 녹음했다면, 방송에서 저런 말을 할 수가 없다. 정봉주 전 의원은 12일 국회 기자회견과 12일 저녁 보도자료 등에서 이 오류를 한 번도 수정하지 않았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갈무리

■ 당일 정봉주는 “‘민국파’와 함께 있지 않았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당일 나꼼수 녹음이 끝난 직후인 오후 1∼2시께 홍대 근처 식당으로 이동하는 정봉주 전 의원과 ‘민국파’ 정대일 씨가 함께 찍힌 사진도 공개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앞서 정대일 씨가 “당시 정봉주 전 의원이 렉싱턴 호텔에 간 것은 사실”이라고 증언한 <프레시안> 인터뷰가 게재된 직후인 12일 저녁 낸 보도자료에서 “‘민국파’라는 사람은 카페지기 중 한 명으로 본인의 직업이 있는 사람이지 저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마치 2011년 12월 23일 저와 계속 같이 있었던 것처럼 말했다고 했지만 이것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반박과 함께 당일 오후 2시17분쯤 정씨가 미권스 카페에 올린 글을 첨부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 카페 글은 복잡한 서식 등이 적용돼 있어, 차량을 통해 저를 수행하는 도중 모바일에서 작성했다고 볼 수 없고 PC에서 글을 올린 것이 분명하다”며 “따라서 민국파가 저를 수행했다는 보도는 명백히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반박에 ‘민국파’ 정대일 씨는 13일 <프레시안>과 다시 인터뷰를 하고 “당시 내 직업은 전도사였다. 주중에는 시간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정 전 의원과 거의 같이 있었다”고 재반박했다. 정씨는 이어 “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이고 25일은 주일이자 기독교의 가장 큰 절기인 크리스마스 당일인데도 소속 교회 출석을 포기하고 정 전 의원을 수행했던 내가, 평일인 23일에 수행하지 않았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시 우리는 밖에서 이동 중에도 쉬러 들어가거나 해서 PC 환경이 뒷받침되면 언제든 글을 올리곤 했다”며 “예를 들어 2011년 11월 경 한미FTA 반대 신문광고를 위한 모금 공고를 올린 적이 있는데, 그건 정 전 의원을 수행하던 중 부산 해운대 한 카페 PC에서 올린 것이다. 그리고 내 소유의 노트북은 없었지만, 다른 수행원의 노트북을 빌려 수행 도중에도 종종 카페 상황을 체크하고, 긴급한 공지나 제안을 올리곤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주장은 결국 그날 정대일 씨가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있었느냐 아니냐 여부에서 갈린다. 결국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그날 정봉주 전 의원과 정대일 씨가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 지점에서는 “민국파가 저를 수행했다는 보도는 명백히 허위사실”이라던 정봉주 전 의원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갈무리

반면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컴퓨터를 쓰고 있는 정대일 씨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을 공개하면서 김어준 씨의 입을 빌려 정봉주 전 의원이 주장한 ‘2시17분 미권스 카페 글’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이 렉싱턴호텔에 들어간 사이 차에서 카페 글을 올렸다는 식으로 말한 정대일 씨의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방송은 사진의 메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정씨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의 정확한 촬영 시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저 오후 2~3시라고 얘기했을 뿐이다. 정씨가 카페에 글을 올리고 있는 장면인지 혹은 올라와 있는 글을 확인하는 장면인지도 불분명하다. 사진 속 컴퓨터 화면 글과 실제 카페 글이 일치하는지 여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 정봉주 전 의원은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앞서 정봉주 전 의원의 변호인단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780장 사진을 통해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23일 오후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갔다’는 민국파와 <프레시안>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다”며 “‘정 전 의원을 수행해 여의도에 갔다’는 민국파 역시 당일 여의도에 간 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공개된 사진과 <한겨레> 취재 메모를 통해 교차로 확인된 건 성추행 가해 사실을 부인한 정봉주 전 의원의 거듭됐던 해명들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날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공개된 일부 사진만으로는 정봉주 전 의원의 당일 행적을 모두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이 사진들이 “23일 렉싱턴 호텔에 가지 않았다”는 정봉주 전 의원의 알리바이를 입증하지도 못한다. 되레 기자회견에서 거듭 공개된 정봉주 전 의원의 말이나 보도자료와 달리 최소한 이날 오후 1~2시 사이에 어머니 병문안을 간 적이 없었다는 사실, 22일 밤이 아니라 23일 낮 12시부터 2시 사이에 ‘나는 꼼수다’를 녹음했다는 사실, 민국파 정대일 씨가 이날 정봉주 전 의원을 수행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뿐이다.

게다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정봉주 전 의원이 자의적으로 사건 일시라고 특정한 ‘23일 오후 3시∼5시’ 시간대와 그 이후의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봉주 전 의원은 12일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프레시안>이 말하는 사건 일시는 렉싱턴 호텔 레스토랑에서 티타임 시간으로 운영하는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며 “기사에서 (피해자인) ㄱ씨가 당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나가 일산 친구집에 도착했을 때가 ‘이미 해가 다 저문 상태’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일산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고려하면, <프레시안> 기사가 언급하는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가 확실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후 정봉주 전 의원은 오후 2시52분 나꼼수 멤버 김어준 씨, 주진우 기자와 함께 찍힌 사진과 오후 3시54분 진선미 의원과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 시간대 알리바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2011년 12월23일 오후 2시52분 나꼼수 멤버 김어준 씨, 주진우 기자와 함께 찍힌 사진과 오후 3시54분 진선미 의원과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 시간대 알리바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하지만 이 시간대는 오로지 정봉주 전 의원의 추정에 불과하다. 게다가 오후 2시52분 나꼼수 멤버 주진우 기자와 함께 찍힌 사진과 오후 3시54분 진선미 의원과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고 해서, 정봉주 전 의원이 2시52분부터 3시54분까지 쭉 홍대 쪽에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도 아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23일 이런 세 가지 해명 오류에 대해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연락한 <한겨레>에 “저한테 묻지 마시라. 공직선거법의 기본도 잘 모르시냐. 변호사한테 여쭈세요”라고 밝혀왔다. <한겨레>는 정봉주 전 의원의 변호인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변호인은 답을 해오지 않았다.

■ 피해자는 증언을 번복하지 않았다

물론 피해자 ㄱ씨는 정확한 성추행 피해 시간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ㄱ씨는 정봉주 전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 <프레시안>에 보낸 입장문에서 “제가 렉싱턴 호텔 1층 카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정 전 의원이 저에게 문자로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0시, 예약자명 000’이라고 문자를 보내왔기 때문입니다”라고만 밝혔다. 이후 정봉주 전 의원이 계속해서 특정 시간을 거론하며 반박했지만, ㄱ씨는 폭로한 지 20일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확한 피해 시간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피해자 ㄱ씨는 현재까지 한 번도 성추행 피해 진술의 일관성을 잃은 적이 없다.

현재까지 사실로 확인된 건, 정봉주 전 의원의 세 가지 해명 오류로 무너진 진술 일관성, 민국파 정대일 씨의 한 가지 오류, 그리고 피해자의 일관된 성추행 피해 진술인 셈이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