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훨씬 굽어버린 아들아"..70년만의 첫 4‧3 위로행사

안서연 기자 2018. 3. 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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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훨씬 굽어버린 내 아들아/ 젊은 아비 그리는 눈물일랑 그만 접어라/ 네 가슴 억누르는 천만금 돌덩이/ 이제 그만 내려놓거라."

24일 4·3생존희생자와 유족 10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김수열 시인이 4·3 당시 수장당한 희생자의 음성으로 '물에서 온 편지' 시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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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등 1000여명 참석..시낭송·공연에 곳곳서 눈물
24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4·3 70주년을 맞아 열린 '4·3생존희생자와 유족 위로행사'에서 한 유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18.03.24/뉴스1 © News1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나보다 훨씬 굽어버린 내 아들아/ 젊은 아비 그리는 눈물일랑 그만 접어라/ 네 가슴 억누르는 천만금 돌덩이/ 이제 그만 내려놓거라.”

24일 4·3생존희생자와 유족 10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김수열 시인이 4·3 당시 수장당한 희생자의 음성으로 ‘물에서 온 편지’ 시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나왔다.

제주도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4·3 70주년을 맞아 이날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4·3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보듬기 위한 위로 행사를 개최했다.

70년 만에 처음으로 개최된 위로 행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그동안 가슴 속에 쌓아왔던 70년의 아픔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도에서는 4·3특별법 개정을 위한 노력과 113명의 생존희생자, 고령 유족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사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족 대표인 양윤경 4·3유족회장은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희생자 배·보상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군사재판으로 억울하게 죄인이 되고 죄인의 자식이라고 낙인 찍혔는데도 이 역시 여전히 그대로다”며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4·3특별법 개정밖에 답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월2일 예정된 4·3특별법 개정 촉구 결의대회를 통해 유족들의 뜻을 피력하겠다고 밝힌 양 회장은 “오는 28일 국회에서 처음으로 논의가 시작되는데 아마도 4·3 추념식 때는 희망적인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24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4·3 70주년을 맞아 4·3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보듬기 위한 토크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2018.03.24/뉴스1 © News1

이성찬 4·3유족회 초대회장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4·3이라는 문제를 완전히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가슴이 아프다”면서 “4·3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제주도민 전체가 한 마음으로 모아야 전국, 전세계, 후세에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수열 시인의 시낭독을 비롯해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과 국악가 김영임, 제주출신 가수 혜은이의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유족들은 웃고 울고를 반복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4·3유족 43명으로 구성된 4·3유족회합창단의 공연이었다.

지난 6개월간 연습을 거쳐 이날 첫 무대에 나선 4·3유족회합창단은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 동백꽃의 노래’를 부르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4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4·3 70주년을 맞아 4·3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보듬기 위한 위로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8.03.24/뉴스1 © News1
24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4·3 70주년을 맞아 4·3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보듬기 위한 위로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8.03.24/뉴스1 © News1

올해로 70세가 됐다는 합창단원 김효자씨(여)는 얼굴도 보지 못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참사를 생각할 때마다 울컥거렸는데 노래를 부르면서 마음에 위로가 됐다. 떠도는 영혼들과 영혼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바랐다.

합창단 지휘를 맡은 이영효씨(38)는 “처음엔 어려울 것 같지만 유족들의 마음이 하나이다 보니 소리가 금새 모아졌다”며 “연습 중 눈시울을 붉히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뭉클했다. 노래로 서로가 위로받을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연을 보는 내내 연신 눈물을 닦아내던 유족 김옥산씨(66‧여)는 “해마다 행방불명인 비석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슬픈 마음을 다스렸다”며 “시와 공연으로 유족들을 위로해주니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4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4·3 70주년을 맞아 4·3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보듬기 위한 위로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8.03.24/뉴스1 © News1
24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4·3 70주년을 맞아 4·3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보듬기 위한 위로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8.03.24/뉴스1 © News1
24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4·3 70주년을 맞아 4·3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보듬기 위한 위로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8.03.24/뉴스1 © News1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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