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볼턴,'북한 폭격론' 고수하나 포기하나

국기연 2018. 3. 2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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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를 임명하자 워싱턴 외교가는 벌집을 쑤셔 놓은 분위기이다. 북한과 이란에 대한 폭격론을 줄곧 주장해온 그가 새로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요 관련국의 핵심 우려이다. 볼턴은 북한과의 대화가 시간 낭비일 뿐이고, 대북 선제 폭격을 단행하는 것이 북한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키신저 꿈꾸는 볼턴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볼턴의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는 사이에 미국의 CNN 방송이 23일(현지시간) ‘굿 뉴스’를 보도했다. CNN은 볼턴이 지명을 받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나 “나를 임명하면 어떤 전쟁도 시작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이 보도의 진위 확인에 나섰다. ‘전쟁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네오콘’ 볼턴이 전쟁을 포기하겠다면 그것은 중요한 기사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는 이날 볼턴의 핵심 측근을 통해 전쟁 포기 약속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본 결과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논의를 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미국의 시사 매체 ‘뉴욕’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임명함으로써 드디어 트럼프가 원하는 북한과 이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그동안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가 자신의 위험한 직관을 믿고, 정책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어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외교·안보팀에서 북한 문제를 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는 매티스 국방장관 한 사람만 남았다. 뉴욕은 “볼턴은 매티스 장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를 째려보면서 ‘당신이 잘못했어’라고 말할 것이고, 헨리 키신저 같은 존재감을 과시하려 들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WP)와 뉴욕 타임스(NYT)의 경고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자 사설을 통해 “볼턴이 북한과 이란에 대한 ‘예방전쟁’을 옹호했고, 이런 주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대참사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WP는 “볼턴이 공개적으로 북한과의 전쟁을 주장함으로써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을 하려던 위험한 계획도 물 건너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WP는 “만약 트럼프가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려면 선제 타격을 해야 한다는 볼턴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동아시아와 미국 본토가 상상을 초월하는 유혈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WP는 “매티스 국방장관과 다른 경쟁력이 있는 관료가 현 정부에 남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도발적인 영향력을 상쇄하는 균형을 유지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날 사설에서 볼턴의 국가안보보좌관 임명에 대해 “(북·미 회담을 앞둔) 미묘한 상황에서 끔찍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NYT는 ‘볼턴은 정말 위험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볼턴만큼 미국을 전쟁으로 이끌 가능성이 큰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볼턴은 북핵 문제를 놓고서도 대규모 인명피해가 불가피한 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대북 선제 타격을 주장해왔으며 가시권에 들어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첫 북·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외교적 노력을 깎아내려 왔다고 NYT가 지적했다. NYT는 “전쟁은 불필요한 유혈 사태를 초래할 뿐 아니라 미국이나 동맹국인 한국, 일본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화성-12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태평양으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분석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볼턴이 북·미 관계의 균형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WSJ는 “볼턴의 등장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노력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볼턴이 북한과의 대화가 시간 낭비일 뿐이고, 이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 전략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WSJ는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그 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해 미국의 화물 항공기가 어디에 착륙할지만 결정하면 된다고 그가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북·미 정상회담 중재에 나서고 있으나 볼턴의 등장으로 한국의 이런 노력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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