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TALK] 한국은 초미세먼지 노출 OECD 1위..봄마실도 천식에 치명적

강인효 기자 2018. 3.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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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와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봄이 찾아왔다. 지난 23일 종일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인 데 이어 토요일인 24일에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일요일인 25일에도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심할 것으로 예보됐다.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이자 직장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길을 걷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4일 오후 4시 기준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80㎍/㎥로, ‘나쁨’(51∼100㎍/㎥)에 해당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미세먼지가 3월 후반으로 갈수록 농도가 짙어지며 이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관측 이래 역대 3월(2017년 3월 85㎍) 하루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달 들어 가장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지난 5일(5㎍/㎥)에 비해서는 16배에 이른다.

미세먼지는 ‘죽음의 먼지’, ‘은밀한 살인자’라고도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4년 전 세계에서 약 700만명이 미세먼지로 사망했다. 1998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초미세먼지(PM 2.5) 노출도에서 우리나라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1㎛은 100만분의 1m)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특히 올해 초 발표된 결과에서는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조사 이래 가장 나쁜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야외에서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7.9㎍(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2013년 기준)로 OECD 회원국 및 비회원국 41개국 중 가장 나빴다.

대기오염 물질에는 ‘가스상 물질’과 ‘입자상 물질’이 있는데, 먼지는 대기 중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리는 입자상 물질(PM·Particulate Matter)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상적으로 지름이 10㎛ 이하의 먼지를 미세먼지(PM 10), 지름이 2.5㎛ 이하의 먼지를 초미세먼지(PM 2.5)로 구분한다. 미세먼지 환경 기준은 3월 27일부터 초미세먼지(PM 2.5) 일평균 농도가 △15㎍/㎥ 이하 ‘좋음’ △35㎍/㎥ 이하 ‘보통’ △75㎍/㎥ 이하 ‘나쁨’ △76㎍/㎥ 이상 ‘매우 나쁨’으로 세분화된다.

미세먼지는 피부와 눈, 코 또는 인후 점막에 직접 접촉해 물리적 자극을 유발하고, 크기가 작아 호흡기와 혈관을 통해 인체 곳곳에 영향을 주게 된다. 폐렴, 폐암, 뇌졸중, 심장 질환, 천식 등의 질병을 악화시키며, 어린이의 경우 폐성장을 저해하고, 임산부의 경우 저체중과 조산을 초래할 수 있다. 어르신의 경우,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등의 기저질환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PM 10) 농도가 공기 1㎥당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했다. 그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 2.5)의 경우 농도가 공기 1㎥당 10㎍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은 무려 9.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코, 뺨, 아래턱 쪽으로 오염물질이 들어오지 않도록 밀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보통 세탁을 하면 모양이 변형돼 기능이 감소되기 때문에 세탁 후 재사용은 피해야 한다. 미세먼지 대부분은 코를 통해 흡입되기 때문에 입만 가려서는 소용이 없다. /서울대병원 제공

김경남 서울대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환경의학)는 “지름 100㎍ 이상 먼지는 눈, 코, 인후부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지만, 호흡기 깊숙히 들어오지는 못한다”며 “20㎍ 이상 먼지는 상기도까지 침투할 수 있고 5 마이크로미터㎍ 이하 먼지는 폐 속 깊이 폐포까지 침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미세먼지(PM 2.5) 표면에는 산화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이 많이 흡착돼 있는데, 이런 물질들이 직접 폐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면역 관련 세포들 작용으로 이차적인 국소 염증 반응을 발생시켜 호흡기계 손상뿐 아니라 전신에 확산돼 심혈관계, 뇌신경계 등에 영향을 끼친다”며 “최근에는 전신 순환계로 직접 침투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세먼지는 천식과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미세먼지에 수개월 간 장기 노출되거나 몇 주 내의 단기간 노출되도 이들 질환의 악화 위험성은 증가한다”며 “무엇보다 천식 환자는 단 몇 일간의 바깥 외출이라도 미세먼지 환경이 나쁠 때에는 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특히 천식 환자는 황사나 미세먼지 물질을 흡입하면 기관지가 수축해 발작 횟수가 증가하는 등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고 입원 및 사망의 위험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도훈 교수는 또 미세먼지는 눈, 코, 피부, 목 등에 알레르기와 과민 반응을 일으켜 알레르기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비염과 중이염 등의 질환의 발병 원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피부 질환자인 경우 중금속이 포함된 오염물질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 질환이 악화할 수 있으며, 정상적인 피부에도 자극을 주기 때문에 가려움, 붉은 반점, 부종, 물집 등이 생기는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질병이 있는 경우 미세먼지 대처 방법. /질병관리본부 제공

그는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면역력 강화를 위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면서 “외출 후 손을 잘 씻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영양 보충,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등 일상 생활에서 할 수 있는 건강 관리를 실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과 달리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의 경우, 미세먼지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으므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며 “불가피하게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에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하며, 집에 영유아의 아이가 있다면 외출 후 접촉 전 청결하게 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실내 미세먼지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음식 조리 시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므로 조리할 때 환풍기를 꼭 켜고 가능하면 공기 정화기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외부 미세먼지가 적을 경우 환기를 시켜야 하는데 새벽이나 밤보다는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 등 따뜻한 시간에 하루에 3번, 각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경남 교수도 “미세먼지는 실내에 들어오면 가라 앉지 않고 떠다닐 수 있기 때문에 진공청소기보다는 물걸레 사용을 권장한다”며 “하지만 천식같이 대기오염에 민감한 사람이 있으면 초미세먼지(PM 2.5)와 미세먼지(PM 10)의 농도가 낮아질 때까지 가급적 창문을 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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