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진 美·中 무역전쟁.. 글로벌 증시 '검은 금요일'

류정 기자 2018. 3.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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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의 관세보복戰.. 진짜 타깃은 '디지털 패권']
트럼프, 64조원 관세 부과하며 '중국의 경제침략이 표적' 명시
中, 곧바로 3조원 맞불 관세
미국 "中, 남의 기술 빼가며 급성장" 지재권 방어 위해 대규모 관세 부과
중국, 최근 신소재·바이오 올인.. 특허출원 134만건, 美의 2배 넘어

미국 -2.9%, 중국 -3.4%, 일본 -4.5%, 한국 -3.2%….

22~23일(현지 시각) 세계 주식시장이 동반 급락했다. 세계경제의 두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산 1300개 품목에 최대 600억달러(약 64조원)의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중국의 경제 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 상무부는 곧바로 미국산 128개 품목 30억달러(약 3조원)의 '맞불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첫 단추일 뿐"이라고 했고, 중국 상무부는 "무역 전쟁을 원하진 않지만 결코 두렵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세계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가 통제되지 않는 통상 전쟁의 공포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무역 전쟁이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광이'라서 또는 중국의 반(反)시장적 관행 때문에 촉발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최근 중국의 첨단 기술력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미래의 '디지털 패권'을 선점하지 않으면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패권까지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미국의 강한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경제 안보는 곧 국가 안보"라고 줄곧 강조하는 것도 자국 기술·경제를 지키는 것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이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조립됐다.'

애플 아이폰에 적혀 있는 이 말은 과거 미국이 '머리'를 쓰고 중국은 '몸'을 쓰는 세계경제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 머물러 있지 않다. 기업 가치가 500조원에 달하는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테크 공룡' 기업이 등장했고, 중국은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시장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제일 빠른 수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고, 위성 GPS(위치 확인 시스템) 기술은 2020년 미국과 경쟁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특허출원 건수는 연 134만건으로 61만건인 미국의 2배가 넘는다.

트럼프의 무역 전쟁은 결국 이처럼 급성장한 중국이 '디지털 경제 패권'을 쥐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래 산업의 근간이 되는 디지털·정보통신 기술은 한번 선점한 승자가 난공불락의 시장 지위를 독점한다"며 "미국이 급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현지 시각)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산업 진흥책인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언급한 이 계획은 중국을 '제조업 대국(大國)'에서 '제조업 강국(强國)'으로 키우려는 10대 산업 육성 프로젝트다. 대상은 차세대 정보 기술, 자동화 기기·로봇, 첨단 항공 우주, 해양·전력·농업 장비, 선진 철도, 미래 자동차, 신소재·바이오 의약, 고성능 의료 기계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자신의 패권에 정면 도전하는 중국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선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 같은 중국의 급속한 성장이 자체 혁신 노력보다는 국가 차원의 지원과 기술 탈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함으로써 시장을 개방하는 척했지만 국가적 산업 육성과 해외 기업 규제, 사이버 공격 등으로 불공정한 경쟁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WTO 때문에 중국만 강해졌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먼저 미 정부는 중국이 현지 기업 합작사 형태의 투자만 허용해 해외 기업의 기술을 중국 기업에 이전토록 강요하고, 미국의 항공·통신 등 전략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기술을 빼가고 있다고 본다. 이는 전 세계가 어느 정도 공감해왔지만 노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모방 전략'은 단순 흉내가 아니라 민관이 계획적으로 실행해온 프로젝트"라며 "다른 나라의 특허 정보를 읽고, 장비·소프트웨어를 분석하는 엔지니어링 기술로 실제 모방해보고, 잘 안 되면 선진국 기술자를 스카우트해 노하우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미·중 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고래 싸움의 불똥이 계속 우리에게 튈 것"이라며 "중국의 체면이 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중국의 양보를 일부 이끌어내고 확전(擴戰)이 안 되게 하는 게 우리에게는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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