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미, 시진핑 역점 IT 정조준..중, 트럼프 지지기반 농업 겨냥

베이징 박은경·워싱턴 박영환 특파원 2018. 3. 2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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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중, 합의 가능성 열어뒀지만…미, 환율조작국 발표 예정 등 불씨
ㆍ‘중국 대미 수출’ 줄면 ‘한국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져 피해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무기로 내세워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대중국 무역적자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보복 관세 맞대응에 나서 미·중 무역전쟁이 현실로 다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대중국 무역제재 패키지를 담은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신호탄을 쐈다. 500억달러(약 54조원)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행정명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산업진흥책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정조준했다고 분석했다. 정보기술(IT)과 자동화기기 및 로봇, 항공우주 장비, 선진 철도 기술 등 10개 산업이 보복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인 미국 농업계를 겨냥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대응에 나섰다. 상무부는 23일 30억달러(약 3조2400억원)에 이르는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일, 견과, 와인 등에 15%, 미국산 돈육과 폐알루미늄 등에 25% 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이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콩과 돼지고기를 많이 생산하는 상위 10개 주 가운데 8곳, 수수를 많이 생산하는 10개 주 가운데 7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양국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며 연간 5000억달러(약 540조5000억원)를 웃도는 대중 무역적자 시정을 공언해왔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역부문에서 성과를 내는 게 시급한 정치적 과제다.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적자 문제에 대해 뼈다귀를 문 개처럼 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공에 중국이 맞대응한 후 물밑 협상을 통해 타협책을 찾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보복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정해진 시간 안의 무역 보상 합의’라는 조건을 내세워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중·미 양국은 세계 양대 경제체로 협력만이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보복 관세 부과가 미·중 간 무역전쟁의 1라운드에 불과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미국이 다음달 환율조작국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중국과의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국도 미국산 대두, 비행기의 최대 수출시장이고 미국산 자동차, 반도체, 면화의 2대 수출시장이라고 강조하며 보복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버나드 보몰 이코노믹 아웃룩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긴 두 번째 방아쇠로 인해 중국이 미국산 항공기, 휴대전화, 원자로, 자동차, 금융, 서비스, 농산물, 원유 등의 수입을 차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확산되면 결국 피해는 국내 산업과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대부분 트럼프에게 투표한 미국 농부들과 월마트 소비자들이 이 싸움의 고통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은 “미국의 이번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대미·대중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이며, 이 중 중간재 비중이 70%에 달해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가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 박은경·워싱턴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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