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무역전쟁] G2 스트롱맨 양보 없는 난타전 .. 되살아난 '대공황' 트라우마

손철 기자 2018. 3. 2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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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자존심 짓밟고도 "많은 조치중 하나" 추가 경고
시진핑, 대규모 美국채 매각 등 '인해전술식' 반격전 채비
美, 로봇 등 전략산업 정조준 .. 中은 보잉·애플 희생양 거론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둘 다 치명상..벼랑끝 타협 기대도
[서울경제] 세계 경제 규모 1·2위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통상보복의 악순환이 1930년대 대공황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요2개국(G2)을 이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라는 두 ‘스트롱맨’이 통상 부문에서 양보 없는 난타전을 벌이면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콕 집어 고강도 무역제재를 단행하면서 “많은 조치 중 하나”라며 추가 제재를 경고했고 시 주석은 보복관세에서 보잉 등 미국 기업 타격, 미 국채 매각 등 다양한 조치를 인해전술 식으로 밀어붙일 준비를 하고 있다. 무역전쟁은 화폐전쟁 등 경제적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해 G2가 결국 벼랑 끝 협상을 통해서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세계 경제가 순항하는 가운데 최근 미중 간 무역전쟁이 대공황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 사이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것은 통상전쟁의 속성상 확전이 쉽고 자칫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면서 “600억달러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식간에 대중 무역제재 규모를 100억달러 늘린 것이다. 그는 이번 결정이 “많은 조치들 중 하나”라며 추가 제재를 시사하는 한편 중국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라고 재무부에 지시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정부의 이번 행정명령이 중국의 산업진흥책인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정조준한 것으로 정보기술(IT)과 자동화기기 및 로봇, 항공우주, 선진 철도 기술 등 10개 산업에 관세 부과나 투자 제한이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중국 산업을 때리며 자존심을 짓밟자 중국에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연해졌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3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과 돈육 등에 보복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 등에서 수입하는 사진 인화지에도 최대 28.8%의 반덤핑 관세를 5년간 더 매긴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중국 상품에 관세 폭탄을 때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후 성명을 통해 “합법적 권익에 손해를 보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미국의 이번 조처는 매우 악랄한 선례”라고 강력 비난했다.

특히 지난 20일 폐막한 양회에서 1인 지배체제를 확고히 한 시 주석이 강력해진 국내 권력 기반에 힘입어 미국산 농산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비롯해 보잉·애플·제너럴모터스(GM) 등 미 대기업의 중국 영업활동 제한 등 강공 조치를 강구하며 미국과의 일전에 나설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의 보복 관세에 대해 미국이 또 다른 보복 조치를 내놓으며 서로 통상 공격의 수위를 계속 높여나갈 경우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끝내 미 국채 매각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며 판을 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에 “미중 간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중국이 ‘핵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면서 “중국의 ‘핵 옵션’은 외환보유액 중 2,000억달러의 미 국채를 매각해 환율 시장을 흔들며 미국 금리를 올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G2의 무역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면 양국의 출혈이 엄청날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벼랑 끝에서라도 멈춰 설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월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중국을 폭파하려는 게 아니다”라면서 “어느 정도 ‘경고사격’ 같은 것들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협상을 통한 해결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중국에 대규모 관세 부과를 발표할 때 “시진핑 주석을 매우 존경한다”며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우리를 돕고 있다”고 말해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중국 정부 역시 이번 무역전쟁에 대해 “결국 미국 스스로 상처를 입을 것”이라며 “그만둘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해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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