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기간 50년' 古문서를 돌려드립니다

김연주 2018. 3. 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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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 반납 여행'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젊은 날의 저자가 근무했던 일본상민문화연구소가 일본 각지 어촌에서 빌려오거나 기증받았다가 수십 년간 방치한 고문서를 원래 소장자에게 반납하는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다.

이 분위기 속에서 1949년 만들어진 일본상민문화연구소는 피지배층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각 지방에서 고문서를 빌려온다.

대표적으로 일본 오쿠노토 지역 도키쿠니 가문의 고문서를 반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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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 반납 여행 / 아미노 요시히코 지음 / 김시덕 옮김 / 글항아리 펴냄 / 1만4000원
'고문서 반납 여행'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젊은 날의 저자가 근무했던 일본상민문화연구소가 일본 각지 어촌에서 빌려오거나 기증받았다가 수십 년간 방치한 고문서를 원래 소장자에게 반납하는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역사학계는 기존 일본사 연구가 지배층 동향 중심으로 이뤄져 피지배층과 하층민 또는 변경 지역 역사에 주목하지 않았음을 반성하기 시작한다. 이 분위기 속에서 1949년 만들어진 일본상민문화연구소는 피지배층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각 지방에서 고문서를 빌려온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방대한 인력을 요했다. 결국 프로젝트는 좌초됐고 연구자들은 흩어졌으며 기탁받은 수많은 고문서는 방치당하는 데 이른다.

아미노 요시히코는 1967년부터 원래 소장자에게 이 문서들을 반납하기 시작한다. 그는 1998년까지 30여 년에 걸쳐 진행된 이 긴 여정을 실명으로 명명백백하게 기록했다. 반납하기 위해 문서를 다시 읽고 정리하고 또 현지를 방문하면서 아미노는 일본 근세사의 새로운 얼굴을 본다. 그는 "근세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은 사농공상 개념이 완전히 허구이며 사회 실상을 잘못 보게 하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일본 오쿠노토 지역 도키쿠니 가문의 고문서를 반납할 때다. 이 지역은 오랫동안 농지가 마땅찮은 변방 서부지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도키쿠니 가문의 경제활동을 기록한 고문서를 읽어본 결과 이곳은 광대한 해상 교역망과 광산을 생업으로 하던 곳이었다. 농업 비중이 미미했던 것은 논밭이 드문 척박한 땅이어서가 아니라 굳이 논밭을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현장은 학자인 그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줬다. 첫 번째 여행지 쓰시마섬에서 그는 한반도로부터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한반도를 향해 만들어진 한반도식 산성을 본다. "바다 세계의 교류를 단절시키려는 '국가'의 의지를 강하게 느낀 것도 이때였다. 한반도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쌓은 한반도식 산성, 바로 여기에 한반도와 쓰시마의 가깝고도 먼 관계가 상징적으로 드러나 있다."(41쪽) 후에 '아미노 사학'이라 불리는 농업 중심 사학을 넘어 해민사 중심 중세사가 잉태된 순간이었다.

"이건 미담이자 쾌거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원소유자의 칭찬에 저자는 안도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문서 반납의 중요성과 그간 연구자들이 벌인 실책을 함께 깨달았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문서를 돌려주지 않은 연구자들은 현지에서 '고문서 도둑'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연구자들에게 고문서 소장자를 소개해준 현지의 뜻있는 사람들은 도둑을 안내해준 '앞잡이'로 매도됐다. 이는 후배 학자들이 고문서를 빌리기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50년에 걸친 이 거대한 실패의 기록은 연구자가 사회에 어떤 빚을 지고 있으며, 어떤 책임감을 지녀야 하는지를 밝힌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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