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카스텐의 얼굴 하현우.. 보석 같은 보컬

홍장원 2018. 3. 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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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카스텐의 하현우 /사진=매경DB

[스쿨 오브 락-50] 남자 가수 중에 누가 가장 화려한 고음을 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릴 것 같다. 김경호 박완규를 비롯한 고음 보컬과 함께 '더 크로스'의 보컬로 유명했던 김경현, 앞서 소개한 주니퍼의 박준영과 '원킬'이라는 예명으로 유명한 곽동현의 이름이 떠오른다. 질문을 한번 바꿔보자. 국내 가수 중에 가장 표현할 수 있는 음의 범위가 넓은 보컬은 누구일까. 다른 건 몰라도 이 질문이라면 답변의 범위가 매우 좁혀진다. 엄청난 고음을 자랑하면서도 바리톤 못지않은 굵직한 저음도 내야 한다.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보컬 중에서는 딱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오른다. 록보컬의 혜성으로 급부상한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주인공이다.

하현우는 수많은 별들이 떴다 지는 가요계에서도 감히 보석 같은 존재로 불릴 만한 재능을 가졌다. 하현우의 말하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노래 부를 때 들리는 엄청난 고음이 무색하게 상대적으로 굵직하고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울림이 좋은 전형적인 남자의 목소리다. 톤 자체가 엄청나게 높은 김경호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르다. 성대결절을 겪기 전, 스스로가 "계집애 같은 목소리가 싫었다"며 자조했던 박완규와도 전혀 다르다.

이는 하현우의 타고난 소리의 원천이 테너보다는 바리톤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고음은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그의 어린 시절 일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는 중학교 시절 재기발랄한 지금 모습에서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내성적인 아웃사이더였다고 한다.

지난번 글을 통해 한번 설명한 바 있지만 내성적인 것과 외향적인 것은 겉모습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쓰고, 골방에 틀어박혀 에너지를 충전한다. 따라서 수줍었던 소년 하현우와 가요계를 휘젓고 다니는 지금 하현우 사이에 어쩌면 본질적인 차이는 없는지도 모른다. 그때는 뭐에 재능이 있었는지 모르던 '각성전' 하현우였고, 지금은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꽃을 피운 '각성 후' 하현우가 있을 뿐이다.

상처받기 쉽고 예민했던 하현우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고 한다(그냥 헤어진 게 아니라 다른 학생에게 뺏겼다고 한다. 뺏겼다는 표현이 적당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때 엄청난 충격을 받은 하현우는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본다. 그는 미술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미대를 가기 위해 미술학원을 다녔는데 당시 선생이 "남자가 멋있을 때는 한 가지 일에 몰입하고 있을 때다"라는 충고를 듣는다. 멋있어지고 싶었던 하현우는 멋있어 보이기 위해 노래를 선택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노래방을 다니며 피를 토할 정도로 노래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축제에 나가 고음 보컬의 끝판왕 곡이라 불리는 '쉬즈 곤(She's Gone)'을 불러 엄청난 환호를 받는다(도대체 어떤 노력을 했길래 연습으로 이 곡을 부를 수 있게 되었는지는 물어보고 싶다. 타고난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하현우의 타고난 목소리는 결코 그리 높지 않은데도). 이때 하현우는 상처받았던 마음을 상당 부분 치유받았을 것이다. 아버지의 반대로 음악의 길로 본격 접어들지는 못하지만 이미 이 당시 하현우의 인생길은 결정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대에 진학한 하현우는 별로 재미없는 대학생활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대학 밴드에 입문하게 되고, 여기서 그의 재능이 본격 꽃피게 된다. 고등학교 때 그가 불렀다는 '쉬즈 곤'의 음악파일은 지금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면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음악대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지금과 비교해서는 당연히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아마추어 고등학생이 불렀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조금만 다듬으면 바로 데뷔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이런 거물 보컬과 함께 했으니 그가 속한 밴드가 단숨에 승승장구했을 것 같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했던 모양이다.

오랜 시간 무명의 시기를 겪으면서 안산 일대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험난한 시절을 보냈다. 내성적으로 보였던 그가 세상 풍파를 겪어나갈 내공은 이때 닦은 게 아니었을까. 지금 방송에 나와서 얘기하는 하현우를 보면 예능을 전문으로 하는 연예인 못지않게 재치가 넘치고 유머가 풍부하다.

1981년생인 하현우가 몇 번의 밴드를 거치고, 음악을 포기할까 생각했다가 다시 마음을 잡고 다시 음악에 매진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국카스텐 정규 1집을 내놓은 시점이 2008년이다. 2008년 싱글 앨범 국카스텐(Guckkasten)을 내놓게 된다. 다니던 대학까지 때려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9년이나 지난 시점이다(이후로도 국카스텐은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널리 알려진 밴드는 아니었다. 소수의 매니아를 상대로는 '엄청난 밴드가 나왔다'며 칭송받는 존재였지만 음악프로그램에 나와 활동하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이보다 몇 년 뒤의 시점이다. 하현우와 국카스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만큼 국카스텐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서술하기로 한다).

앞서 하현우의 음폭이 엄청나게 넓다고 얘기한 바 있다. 공연에서 그가 들려주는 음정의 변화 폭은 상상 이상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이 정도의 변화무쌍한 목소리를 선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하현우의 목소리를 두 번에 걸쳐 한 번은 저음, 한 번은 고음부를 녹음하면 중저음의 남성 보컬 파트와 초고음의 소프라노 파트를 한 사람이 부르는 듀엣곡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이 정도의 엄청난 음폭을 자랑하는 보컬은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전성기의 임재범 정도가 이 한계를 깨뜨린 보컬이다. 임재범은 타고난 저음 성대를 가지고 있는데, 가성구를 잘 발달시켜 그가 가진 원래의 음역 한계치를 한 옥타브가량 넘어버리는 엄청난 고음을 손에 얻게 된다. 또 임재범은 가성으로 불러도 진성처럼 들리는 소리를 내는 희귀한 성대를 가진 주인공이다. 그가 목소리를 내는 메커니즘 역시 매우 희귀하다. 고음으로 올라갈 수록 바위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지는 파도처럼 음을 표현한다. 그래서 듣는 이를 더 전율시키는 특성이 있다).

하현우의 보컬은 전 음역대를 통틀어 그가 선보이는 엄청난 성대접촉률에 기인한다. 초고음에서 성대 끝만 살짝 붙여서 소위 '반가성' 스타일로 고음을 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빽빽한 고음을 찍어내듯 표현한다. 3옥타브를 훌쩍 넘는 고음역에서 따발총처럼 고음을 쏟아내도 음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카스텐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무대를 뛰어다니는 상황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방송 출연 노래에서 부른 고음은 최고 '3옥타브 라'정도로 보이는데, 이는 쉬즈 곤의 3옥타브 솔보다 더 높은 것이다. 여자 노래인 소찬휘의 '티어스'보다도 높다.

반대로 저음 영역에서는 저음인 0옥타브 구간도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소화한다. 그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돈 크라이(Don't Cry)'를 들으면 알 수 있는데, 그는 1절 도입부를 부를 때 원곡에 비해 한 옥타브 낮은 음정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런데도 가장 낮은 음정 부위에서 음이 전혀 뭉개지지 않고 완벽한 발성과 발음으로 노래를 소화했다. 이 곡의 가장 높은 음은 3옥타브 파에 달한다. 한 곡에서 최저음과 최고음의 차이가 3옥타브 넘게 벌어지는데 이를 모두 완벽하게 표현한 것이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저음에서 고음으로 뛰어오를 때나 고음에서 저음으로 뛰어 내리는게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성구전환을 하기 위해서 살짝 발음이 뭉개진다거나 왜곡되는 단계가 있을 수 있는데 하현우는 원래 자신이 이렇게 목소리를 타고 난 것처럼 음표를 위아래로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는 기량을 과시한다.

게다가 하현우는 관객 귀 바로 옆에서 노래하는 듯한 엄청난 성량까지 갖췄다. 저음이나 고음이나 둘 다 풀파워로 소리를 지를 수 있다. 특히 고음을 낼 때는 너무 힘이 들어가게 되면 발음이나 음정이 잘 컨트롤 되지 않기 쉽다(선천적으로 고음을 타고난, 즉 타고난 음역대가 남성치고는 원래 높은 미성 보컬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고음을 낼 수 있게 된 노력파가 통상 이 같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그런데 하현우는 전 음역대에서 성대를 딱 붙인 듯한 엄청난 파워로 쉼 없이 고음을 쏟아낼 수 있다. 이 역시 쉽게 찾아보기 힘든 하현우만의 특성인데, 굳이 이렇게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을 꼽자면 생각나는 사람은 앞서 소개한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 정도다. 디오 역시 '파사지오 파괴자'로 불리며 저음부터 중고음까지 똑같은 음색과 파워로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꽉 찬 목소리를 과시했다. 하현우는 여기에 디오에게는 없는 초고음의 샤우팅까지 갖췄다(그렇다고 해서 '하현우>디오' 등과 같은 도식적인 서열 매기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현우가 엄청난 보컬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디오가 헤비메탈 보컬의 창시자로 불릴 만큼 역사에 길이 남은 전설적인 보컬이라는 것 역시 변하지 않는 팩트다).

하현우 역시 파사지오가 없는 듯한 엄청난 역량을 자랑한다. 앞선 글에서 파사지오를 자동차 기어를 변속하는 것에 비유한 바 있는데 하현우는 마치 닛산의 'CVT 무단변속기'처럼 변속 충격이 없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남들이 쥐어짜고 힘든 고음을 진성 발성처럼 쉽게 내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보니,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음악 장르의 폭도 무척이나 넓다. 샤우팅을 기본으로 한 록은 물론 발라드, 댄스까지 목소리를 자유롭게 변화시켜 낼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하현우가 가진 목소리의 특성 몇 가지와 국카스텐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이어갈 예정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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