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자율주행차량 사망사고, 인간 운전자라면 피할 수 있었다"

2018. 3. 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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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분석한 전문가들, 레이더 등 감지장치나 운영체제 기술상의 의문도 제기
"자율주행 기술 개발 공개·공유돼야" 주장 제기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자율주행 중이던 우버 차량의 보행자 충돌 치사 사고 당시의 영상을 검토한 교통사고 감식 전문가들은 인간 운전자였더라면 상황에 더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보행자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블룸버그 닷컴이 23일 전했다.

우버 자율주행 차량이 자전거를 끌고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치기 직전 영상

다른 전문가들은 사고 시각이 밤 10시로 어두웠어도, 보행자가 갑자기 차도에 뛰어든 게 아니라 차에 치이기 전 최소한 한 개의 빈 차로를 자전거를 끌고 건너 이동한 상황임을 들어 우버 자율차량의 감지장치들이 보행자를 알아채지 못한 것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 상황을 재구성해 분석하는 경력이 10년 이상인 웩스코 인터내셔널의 재커리 무어는 "일반적인 인간 운전자라면 제때 보행자를 알아채고 반응해 브레이크를 밟음으로써 그 보행자의 약 8피트(2.4m) 앞에서 차량이 멈췄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버 자율주행 차량 보조운전자가 사고 직전 알아채고 깜짝 놀라는 장면

자율주행 차량을 연구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법학 교수인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는 "문제 차량에 탑재된 레이저광 레이더와 일반 레이더는 당연히 보행자를 탐지해서 정지 물체가 아닌 것으로 분류했어야 했다"며 기술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스미스는 영상만으로 사고 전모를 알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 영상은 우버 자율주행체제의 결함과 운전자 주의 태만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말했다. 물론 사망 보행자 측의 책임도 있다.

영상을 보면, 우버 차량은 약 4초간 주행하다 보행자를 치었다. 보행자는 영상 속에서 정상적인 보행 속도로 몇 걸음 걷는 장면이 포착됐다. 차량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회피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 상황은 2가지 가능성밖에 없다. 감지장치들이 탐지에 실패했거나, 차량의 결정 프로그램이 차량을 세울 이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자율주행 기술 분석가 마이크 램지는 설명했다.

우버 자율주행 차량에 탑재된 레이저광 레이더는 최소한 100m까지 탐지할 수 있고 특히 주간보다는 야간에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데 차량이 아무 반응을 하지 않은 것은 "불가해 하다"고 램지는 덧붙였다.

사망 보행자가 영상에서 자전거를 끌고 길을 건너는 모습이 우버 차량의 전조등 빛에 드러난 시간은 충돌 직전까지 약 2초.

"이 시간은 인간 운전자의 평균적인 반응 시간과 유사하다. 즉 영상이 당시 시야를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라면, 전방을 주시한 운전자라면 최소한 운전대를 좌우로 틀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시도라도 했을 것"이라고 스미스는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분석 결과는 현지 경찰이 충돌 영상을 검토한 후 보행자가 갑자기 차량 앞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어떤 주행 방식이었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한 것과 배치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교통사고 분석가 무어는 차량 대시보드 카메라(블랙박스) 영상은 인간 운전자들의 눈보다 취약하다면서, 사고 영상에선 보행자가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면 이 영상보다 보행자를 더 잘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교통사고 분석가인 숀 알렉산더도 인간 운전자였다면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무어의 의견에 동의했다. "인간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그 제동 시간 동안 보행자가 시간을 벌어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현지 경찰도 나중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과실 책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조사를 완료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영상엔 또 인간 보조운전자가 약 10초 동안 아래를 보고 있다가 영상이 끝나기 1초 직전에 고개를 들어 깜짝 놀라는 장면도 나온다.

마이크 램지는 "보조운전자가 제대로 앞을 보고 있었더라도 자율주행체제가 상황에 맞춰 대응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즉각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이 언제 컴퓨터의 자율주행에 개입해야 할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워싱턴대의 로봇과 인공지능 전문 법학 교수인 라이언 칼로는 아직 결론을 내리긴 이르지만, 영상으로 볼 때 충돌이 불가피했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이 영상으로 우버의 책임이 면제된다는 생각은 완전히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카메라는 보행자를 제때 감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왜 레이저광 레이더마저 보행자를 감지하지 못했나? 왜 자율주행 프로그램은 보행자가 계속 길을 건너갈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나?"라고 그는 물었다.

전국안전협회(NSC)의 데버러 허스먼 회장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게 거의 없다"며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광범위하게 공유돼야 이번 사고로부터 배우는 게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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