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7억이 취약계층? 로또아파트 특별공급은 금수저들 놀이터였다

김태윤 2018. 3. 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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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8단지 재건축 특별공급에 만19세 당첨 논란
부모 자산 많은 '금수저의 놀이터' 전락 비판
사회적 보호 계층 배려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아
고가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 되느냐 논란 많아
신혼부부 소득 기준 완화하고 자산 기준 마련해야
주거 안정 취지 맞게 전매 제한 기간 연장할 필요

━ 금수저 논란 ‘특별공급제’…자산 기준 마련하고 전매 제한 연장해야 만 19세 청년이 분양가가 최소 10억원이 넘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되면서 주택 특별공급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청년 외에도 20대 13명이 당첨되면서 10~20대가 부모나 외부의 도움 없이 최소 7억원에 달하는 중도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는 내용이다. 이른바 ‘금수저 논란’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배려한다는 특별공급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크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청약을 받은 특별공급 당첨자는 444명이다. 이 중 30세 이하는 전체의 3.2%인 14명이다. 논란이 된 만 19세의 당첨자는 장애인 특별공급 기관 추천을 받은 경우다. 이 외에 20대 4명도 기관 추천으로 특별공급에 당첨됐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된 20대는 9명이었다.

10~20대가 당첨된 것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아니다. 당첨 과정에서 부적격자가 걸러지기 때문에 청약 자격은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기관 추천에는 119가구 모집에 141명이 신청했는데 부적격자가 다수 발생해 105명만 당첨됐고 나머지 14가구는 일반분양으로 전환됐다. 당첨자 중에서도 계약·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정이 있어 계약을 포기할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0대라 하더라도 청약과정에서 위법 요소가 없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며 “8·2 대책 이후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됐기 때문에 당국이 자금 출저를 철저히 조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특별공급 접수를 시작한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에서 예비 청약자들이 줄을 서 있다.
정부 역시 디에이치자이 개포 특별공급 당첨자를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 김헌정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23일부터 자금조달계획서 등 관련 서류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증여세 탈루가 의심되거나 위장 전입 등 부정 당첨 여부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강남권에서 특별공급된 단지 중에도 위장 전입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특별공급제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회계층 중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 청약 경쟁 없이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 가구, 국가유공자, 북한 이탈 주민, 장애인 등이 적용 대상이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이나 학교·기업의 종사자도 특별공급으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 특별공급은 한 가구당 평생 1회로 제한한다.

특별공급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민영주택의 분양 물량 중 10% 범위에서 공급한다. 자격은 혼인 기간이 5년 이내이고 자녀가 있어야 한다.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은 6개월 이상이다. 소득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여야 한다. 맞벌이 신혼부부의 경우 합산 소득이 120% 이하여야 한다.

다자녀 가구 특별공급의 경우 소득 제한은 없고, 태아나 입양 자녀를 포함해 미성년인 자녀가 3명 이상인 무주택 가구가 대상이다. 노부모를 부양하는 가구에는 민영주택의 3% 범위에서 특별공급한다. 만 65세 이상의 부모를 3년 이상 부양한 무주택 세대주가 신청할 수 있다. 지역이나 주택에 따라 가입 기간이 6~24개월 지난 청약통장이 있어야 한다. 기관 추천 특별공급은 국가유공자나 장애인, 10년 이상 장기복무 군인, 북한 이탈 주민 등을 대상으로 각 담당 기관의 추천을 받아 당첨자를 선정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주거복지로드랩을 발표하면서 특별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8·2 대책과 11월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특별공급을 더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대상을 신혼 기간 7년으로 늘리고 민영 분양주택의 특별공급 물량을 기존 10%에서 20%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특별공급 당첨자를 선정하고 남은 주택이 있는 경우 기존처럼 일반 분양으로 전환하지 않고 선정되지 않은 특별공급 신청자에게 우선 공급한다. 여기에서도 남은 주택은 일반 분양 신청자에게 공급한다. 또한 미성년이나 영유아 자녀가 많을수록 배점을 가중해 자녀가 많은 가구가 우선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지난 9월 특별공급이 완판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견본주택 현장.
하지만 특별공급제에 허점과 맹점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분양가가 1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까지 특별공급을 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뜨겁다. 분양가 10억원이 넘는 데다 중도금 대출도 되지 않는 디에이치자이 개포에 특별공급 청약을 신청할 정도면 사회적 보호 계층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특별공급의 대상이 되느냐는 대해 정부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특별 공급의 소득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119가구였다. 30대가 102명, 20대와 40대가 각각 9명, 8명 당첨됐다. 그런데 신혼부부가 특별공급을 받으려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맞벌이 120%) 이하여야 청약할 수 있다. 올해 주택청약에 적용되는 지난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4인 가구가 584만6903원이다. 3인 가구는 500만2590원이다. 맞벌이 4인 가족의 경우 120%를 적용하면 675만7000원인데, 한 푼 쓰지 않고 17년 정도를 모아야 디에이치자이 개포 84㎡ 분양가(약 14억)를 낼 수 있다.
지난해 9월 분양해 특별공급이 완판된 신반포 센트럴자이 견본주택 모습.
더욱이 특별공급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다시 말해 결혼 5년 이내 신혼부부 중 7~8억원의 현금을 모아 놓은 가구만 1순위 청약을 노릴 수 있는 셈이다. 부모에게 증여를 받을 수 있는 소위 금수저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맞벌이 신혼부부의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소득은 없는데 부모 자산이 많은 이들의 청약을 제한하기 위해 최저소득 기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공급 청약자와 그 부모의 자산을 선정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성근 한국부동산정책학회장(경희대)은 “국토부가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과 협의해 특별공급분에 한해 자산 커트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근용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사회적 보호 계층을 배려한다는 취지에 맞게 일정 자산 이상이 넘는 가구에는 특별공급을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에 맞게 특별공급분은 전메 제한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공급의 경우 전매 제한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근용 선임연구위원은 “특별공급은 사회적 약자나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이 목적이기 때문에 일반 분양과 다르게 입주 후 전매 제한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근 학회장은 “특별공급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서 사각지대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별공급을 확대하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선정 기준을 정교하게 다듬고 자금조달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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