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부에서 거부가 된 김여진 대표, 다음 행보는?

박수호 2018. 3. 2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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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106] 은행원 남편 근무지가 싱가포르로 발령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살게 된 주부 김여진 씨. 이때만 해도 여느 새댁처럼 맛집, 유명 관광지 등을 돌아다니며 현지에 적응하느라 여념이 없었답니다. 그러다 한 카페에 들어갔는데 '이거 대박 맛있다' 싶더랍니다. 대만이 본사인 '공차'의 싱가포르 지점이었습니다. 밀크티 같은데 그 안에 말캉말캉 씹히는 독특한 버블티에 완전 빠졌다네요. '한국에서도 먹히겠다'는 확신이 든 김씨. 그 길로 '은행 일로 고생하는 남편을 돕기 위해 카페라도 하나 차려보자'는 막연한 생각으로 본사가 어디인지부터 알아봤답니다. 대만 브랜드였는데 그냥 메일로 사업을 하고 싶다고 보내니 '노답'이더랍니다. 그래서 직접 대만까지 날아갑니다. 일이 커지는 듯했지만 이왕 시작한 거, 한국 판권을 따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문제는 자금이었습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준비해 갔다네요. 사실상 전 재산이었다는데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실행력 갑'인 그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대만 본사(로열티타이완)는 이런 그의 저돌적인 추진력에 혀를 내둘렀고 결국 사업권을 내줬답니다.

2012년 공차코리아 대표 명함을 판 그는 대만 현지 공차 매장에서 설거지부터 차 마시는 법, 우려내는 법, 서비스, 매장 운영 등을 직접 몸으로 배워 나갔답니다. 이후 한국으로 와 본격 사업을 벌인 끝에 2년 만에 전국 240개 매장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회사로 키워냈습니다. 이를 눈여겨본 사모펀드(PEF) 유니슨캐피탈은 김 대표 부부가 보유하고 있던 공차코리아 지분 65%를 2014년 10월 340억원에 사 갔습니다. 화려한 학력이나 경력이 없는 주부였고, 매각 당시 32세에 불과했다는 점 때문에 숱한 화제를 낳았지요.

이후 그는 한동안 언론에서 사라졌습니다. 사업하면서 등한시했다 싶었던 육아(아들 한 명)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그가 다시 언론에 등장한 건 매각 후 약 1년 만이었습니다. 이번엔 체육 관련 시설 스타트업 대표 명함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영감은 싱가포르에서 받았다는데요.

어릴 때 '봉봉' 혹은 지방 따라 '방방'으로 불리던 기구 기억하시나요(이러면 연식 나오려나)? 이걸 트램펄린이라고 한답니다. 싱가포르에서 6살 된 아이와 함께 실내체육관에 가 트램펄린을 활용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순식간에 2~3시간이 훌쩍 가더랍니다. 김 대표 아들은 "한국에 이런 시설이 있느냐"고 물었다는데 순간 또 '노답'이었답니다. 그 길로 한국으로 들어와 만든 게 경기도 용인시 죽전역 인근 '바운스 트램펄린 파크'였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놀아줄 수 있고 더불어 체력도 키우는 스포츠 테마파크 수요가 분명히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답니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의 촉(?)은 맞았습니다.

애초 1320㎡(약 400평) 규모의 죽전점으로 시작한 사업은 지난해 말 기준 서울 반포, 잠실, 구로에 이어 대구 신세계까지 5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지점마다 적잖은 공간이 필요하다 보니 공격적으로 많은 지점 문을 열진 못했지만 지점별 영업이익률은 꽤 높았다네요.

이를 주목한 곳은 상장사 아이에스동서였습니다. 아이에스동서는 아파트 건설 외에도 공간 사업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프리미엄 독서실로 유명한 그린램프라이브러리를 인수한 것도 보다 공간 효율성과 경제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였지요. 바운스 역시 이런 맥락으로 235억원(지분 100%·유상증자 액수 포함)에 인수한 겁니다. 김 대표 입장에선 아들과 더 신나게 놀아주면서 체력도 키워주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일이 또 한 번 홈런을 친 격이 된 겁니다.

매각 소식이 알려진 후 김 대표는 뭐하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여전히 국제학교를 다니는 아이 뒷바라지 때문에 싱가포르에 있다는 김 대표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기자는 내심 인터뷰와 더불어 사심 제안으로 운을 띄웠습니다. 여타 기자들처럼 '인수·합병(M&A) 대박' 얘기부터 꺼내면 거부감이 들 것 같아서였습니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성실캠프(창업자들에게 성공보다 실패 이야기를 듣고 반면교사로 삼고자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에 특별 강연자로 모시고 싶다고 제안했는데요. 김 대표는 "당장은 사업 외에 다른 활동까지 해서 아이한테 시간이 부족해질 것 같아 시기상조"라며 저를 애타게 만들었습니다. 그 대신 "아이가 조금 더 크고 사업 경험을 조금 더 쌓아서 그때 제 경험을 공유해드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희망고문(?)성 발언으로 재치 있게 제 첫 제안을 부드럽게 넘겼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근황을 물어보자 여느 아이 키우는 집 부모와 마찬가지라며 "애엄마는 애 눈치가 제일 무섭습니다. 초등학생이라 이제 불만 표현도 많고…."라며 말꼬리를 흐리기도 했습니다. 아직 미취학 꼬맹이(딸)를 키우는 입장에서 기자 역시 이 부분에 '핵공감'을 했지요.

그런 와중에 "늘 사업을 정리하며 그동안 소홀히 한 '좋은 엄마'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다짐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며 흐트러짐을 반복 중"이란 말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며'가 꽂혔습니다. 이를 놓치지 않고 어떤 사업인지 물어봤습니다.

"바운스 사업하면서 시작했던 거라 계속 진행 중입니다. 제가 아무래도 시작 병이 있는 듯합니다. 초등학생들 문구 사업에 관심이 생겨 제작 중입니다. 예쁜 제품들 나오면 론칭하고, 아니면 접어야 할까 고민 중입니다. 제작은 또 처음이라 쉽지 않더라고요 좋은 제품들 나오면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하아~. 이분 정말 '연쇄 창업가'란 말이 딱 맞겠다 싶습니다. 소재도 멀리서 찾는 게 아니었습니다. 김 대표는 "생각의 한계가 저도…"라며 웃더니 "아이가 커나가면서 계속 저희 아들 쓰는 것들에만 눈이 가다 보니 구매하게 만들고픈 제품들 만들어 보겠다"고 하더군요.

김 대표와 대화하면서 창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IT 기술 집약적이고 거창한 것도 좋지만 일상 생활에서 필요한 것 혹은 불편한 것, 아니면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떤 것을 찾다가 해외에 있으면 가져 들어오고, 없으면 만들어보는 데서 출발한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 더해 필요한 건 저돌적인 의지, 생각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화를 마치면서 당장 저도 집에 가자마자 딸아이와 놀아주면서 뭐가 부족한지 찾아보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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