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호찌민 주석에 예 갖출까?..과거사 언급 여부 관심

김현 기자 입력 2018. 3. 23. 05:30 수정 2018. 3. 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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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 주석 묘소 헌화..주검 앞서 어떤 예우 보일지 주목
과거 노무현 대통령, 10초 가량 묵념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인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3.2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하노이=뉴스1) 김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찌민 주석의 묘소를 찾아 헌화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베트남 하노이시 바딩 광장 중앙에 위치한 호찌민 주석 묘소를 찾아 헌화를 할 계획이다.

1992년 12월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 이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베트남을 방문한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호찌민 묘소를 찾아 헌화를 해 왔다.

1998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베트남 방문 계기에 호찌민 주석 묘소에 헌화를 했다.

다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했지만, 군사정권 이후 들어선 정부였던 탓에 이데올로기적 측면 등을 고려해 묘소를 찾지 않았었다.

무엇보다 관심은 문 대통령이 호찌민 주석 묘소 내부 유리관 속에 안치된 호찌민 주석의 시신을 살펴보고 어떤 예우를 보일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호찌민 주석은 베트남에서 국부로 추앙받고 있지만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베트남전 파병을 결정하면서 총부리를 겨눴던 터라 보수 진영에선 여전히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찌민 주석 묘소 입구에서 헌화하는 데만 그쳤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호찌민 주석 시신과 관련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역사와의 화해'라는 의미가 부각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화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묘소 안으로 들어가 '짧은 묵념'을 했다는 내용만 전해진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10월 베트남을 찾았을 당시 베트남 의장대의 인도로 헌화한 뒤 묘소 내부 2층으로 올라가 유리관 속에 안치된 호찌민 주석의 주검 앞에서 약 10초간 간단히 묵념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쩐 득 렁'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우리 국민들은 베트남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 마음의 빚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베트남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우회적으로 사과의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처럼 유리관 속에 안치된 호찌민 주석의 시신을 본다면 어느 정도 예우를 갖추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사견을 전제로, "묘소 내부에서 대통령의 동선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호찌민 주석 시신을 본다면 그에 맞는 예우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과거사와 관련한 언급을 내놓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베트남 방문 당시 쩐 득 렁 당시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고, 노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와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거사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호찌민시 응우엔후에 거리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개막식에 보낸 영상축전을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에둘러 베트남전 참전과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긴 했지만, 공식석상에서 관련 언급을 직접 할지 관심가는 대목이다.

다만, 베트남 정부측에서 내부 문제가 부각될 것을 우려해 과거사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문 대통령이 관련 언급을 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 중 과거 베트남 파병에 대한 유감 표명이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쟁의 현장에서 겪은 민간인의 피해나 군인들간의 불행에 대해 의사 표시를 했으면 하는 게 저희의 기본입장"이라면서도 "베트남 자체 내에서 과거의 전쟁이나 과거 불행했던 역사가 부각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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