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 철강관세 면제국에 한국은 포함되고 일본이 빠진 이유

심재우 입력 2018.03.23. 04:31 수정 2018.03.2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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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포함한 7개국 면제대상
김현종 본부장 "4월말까지 유예"
한미FTA 개정협상과 연계 불가피

‘급한 대로 한숨 돌렸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의 ‘관세폭탄’ 대상에서 일단 제외된 것에 대한 통상 전문가들이 반응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험난하다.

AFP 등은 22일(현지시간) “기존에 일시면제 혜택을 받았던 캐나다ㆍ멕시코 외에 한국ㆍ유럽연합(EU)ㆍ아르헨티나ㆍ호주ㆍ브라질 등 7개국이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세계 무역시장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EPA=연합뉴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정무역을 위한 대책 마련을 진행하는 가운데 일시적인 관세 부과 ‘중단(pause)’ 조치를 승인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기준에 따라 면제국을 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세한 기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의 철강수출 이모저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행정명령은 15일 뒤인 2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 정부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외교통상라인이 워싱턴에 총출동해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등을 상대로 철강 관세 면제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전방위 설득전을 펼쳐왔다.

가만히 있었으면 23일부터 고율의 관세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미국이 관심을 보일만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 일정부분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대안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이 한국을 경유해 수입된다는 오해도 어느 정도 풀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이 관세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 “한국산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4월 말까지 ‘잠정 유예’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구면제를 위해 미국 통상당국과 조건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중앙포토]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진행중인 캐나다ㆍ멕시코가 철강관세 대상에서 빠진 것과 같은 이유로, 한국의 경우 또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철강 관세 영구 면제를 연계한 협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한미FTA 개정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25% 철강 관세 대상에 다시 포함될 수도 있기 때문에 김 본부장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철강 관세와 한미FTA 개정협상이 연계돼 한국이 철강 관세의 최종 면제국에 포함되려면 자동차 산업 등에서 미국이 강렬히 원하는 무언가를 양보해야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자동차 산업은 미국이 한국에 가장 공격적으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분야다. 특히 미국산 차가 한국시장에 좀더 용이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한국의 까다로운 자동차 안전ㆍ환경 기준의 문턱을 대폭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미국산 자동차에 국내 안전기준 미적용 쿼터를 2만5000대 할당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 쿼터를 늘리거나 아예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철강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UPI]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및 부품산업이 거둔 대미 흑자는 177억5000만 달러인데, 이는 전체 대미 무역흑자(178억6000만 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이 늘어나면 디트로이트 일대를 포함하는 ‘러스트 벨트’ 일대에서 지지세력을 좀더 규합할 수 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로 하여금 철강관세와 한미FTA 협상을 연계해 좀더 강도높게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의 공장 철수와도 연계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면제 대상국에서 일본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우방국에 포함되지만 FTA와 거리가 멀고, 미국을 상대로 여전히 무역흑자를 많이 담아가는 국가로 분류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챙기고 있는 만큼 막판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않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20일 "일본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은 미국 산업계에 꽤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품목별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철강 관련 조치의 상당수는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 무역 파트너들의 수출 정책, 불공정한 무역관행, 막대한 양의 과잉생산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며 “특히 중국은 단연코 철강 최대 생산 및 과잉 설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의 과잉 설비 규모는 미국 전체 철강 설비의 최소한 세 배 이상을 웃돈다”고 중국을 정조준했다.

윌버 로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잡으려고 내놓은 철강관세 행정명령에 여러 우방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자, 일시적으로 면제해주고 실리를 챙기는 ‘트럼프식 협상’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번 철강 관세 폭탄은 언뜻 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생각지못한 '강수'가 날라올지 모르는 일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