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돈 벌고 싶으면 주 40시간, 쉬고 싶으면 28시간.. 獨, 유연근무 실험

베를린/김강한 특파원 2018. 3. 23. 03:09
번역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온 근로시간 단축]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만 정하고 세부사항은 노사 자율협상 보장

독일 베를린에서 자동차 업체 판매원으로 일하는 우도 슈타인마이어씨는 지난해 9월 가족과 함께 한 달간 이탈리아로 휴가를 다녀왔다.

원래 휴가는 20일이지만 자신의 '근로 시간 저축 계좌'에서 열흘의 휴가를 꺼내쓴 것이다. 1~8월 동안 초과 근무가 많았던 덕분이다. 슈타인마이어씨는 "하루 8시간을 초과한 근무시간을 저축 계좌에 적립하는데, 8시간이 되면 휴가 일수가 하루 늘어난다"면서 "사용 기한은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년이며 노사 합의에 따라 기한이 아예 없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전체 기업의 44%, 대기업의 89%가 노사 합의에 의해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초과 근로를 임금이 아닌 휴가로 보상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독일의 유연한 노동정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성장이 정체되며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다시 발돋움한 비결로 정부 개입보다는 노사의 자율 협상을 최대한 보장하는 정책을 꼽는다.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기준시간 주당 40시간)만 정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기업과 근로자의 자율적인 협상에 맡기면서 지역·업종·기업별 특성에 적합한 근로시간 모델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독일 노동 경쟁력은 연방 정부 정책 때문이 아니라 정책이 오히려 부족했던 결과"라며 "독일은 임금 협상, 근로시간 조정 등을 노조와 기업이 만나 직접 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기업과 노조는 이런 자율성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근로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벤츠·보쉬 등 글로벌 기업의 근거지인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지난달 선택적 주28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앞으로 이 지역 근로자 중 원하는 사람은 2년간 주 28시간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자녀 육아나 자기 계발을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사람들은 임금도 이에 비례해 줄어든다. 반면 돈을 더 벌기를 원하는 근로자는 지금처럼 최대 40시간까지 그대로 근무할 수도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기준을 근로자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검색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