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모든 건 내 탓" 이명박, 동부구치소 구속 수감..다음달 기소

이보라, 이영민, 한정수, 이상배 기자 2018. 3. 2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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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종합) MB "내 구속으로 가족 고통 덜어지길"..국정원·軍 정치개입-경찰 종교계 사찰 등 추가 수사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논현동 자택을 나서 검찰 차량으로 서울동부구치소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결국 구속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해 3월31일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66)과 함께 1년 만에 전직 대통령 2명이 수감된 셈이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건 이번이 4번째다. 검찰은 다음달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법원 "범죄 소명…증거인멸 염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6기)는 22일 밤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판사는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국고손실,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초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321호 법정에서 박 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고 검찰도 구인장을 반납하자 법원은 심문 일정을 취소했다. 법원은 고심 끝에 영장실질심사 대신 서류심사만으로 구속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의 영장심사가 이뤄지는 동안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 머물렀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자택에는 측근들이 대거 집결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백용호 전 공정거래위원장,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장제원 한국당 의원이 잇따라 자택으로 들어갔다.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조사 당시 그를 수행했던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 합류가 무산된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해진 전 의원, 이재오 전 의원, 김영우 한국당 의원도 자택을 방문했다.

김 의원은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인 이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검찰의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이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기 위해 측근 거의 100여명을 소환 조사해왔다"며 "이것은 명백한 정치보복이고 정치활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의로운 적폐청산이라면 노무현 정부,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의 적폐도 함께 조사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그동안 검찰은 그 두 정권의 적폐에 대해서는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왔다”고 했다.

◇MB "모든 것은 내 탓…가족 고통 덜어지길"

이어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이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친필로 쓴 입장문을 공개했다. 21일 새벽 작성한 입장문에서 이 전 대통령은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며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구속 이후 부인 김윤옥 여사 등 가족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자제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의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검사와 송경호 특별수사2부장검사, 검찰 수사관들을 이 전 대통령의 자택으로 보내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이들은 22일 밤 11시54분쯤 K9, K5 차량과 승합차 한대를 타고 이 전 대통령 자택에 도착했다. 신 부장과 송 부장이 이 전 대통령을 데리고 나오기 위해 자택으로 들어갔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자택에 집결했던 측근 20여명은 자택에서 나와 이 전 대통령이 탈 차량 옆에 일렬로 늘어섰다. 검은 외투와 정장 차림을 한 이 전 대통령은 23일 자정 즈음 담담한 표정으로 자택 밖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조 전 의원 등 측근들과 악수를 나눈 뒤 손을 흔들고 검찰이 준비한 K9 차량에 탑승했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자정 직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출발, 약 15분만인 새벽 12시18분쯤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구치소에 도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동 중 차내에서 얼굴을 가리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정원·軍 정치개입-경찰 종교계 사찰 등 추가 수사

구치소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즉시 입소 절차에 들어갔다. 구치소에 들어가 신분을 확인하고 간단한 건강검진과 신체검사 등을 받았다. 휴대한 물품과 의복, 신발 등은 구치소가 보관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 몸을 씻은 뒤 수의를 입고 수인번호를 받았다. 이어 구치소 내의 생활 규칙 등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받고 '머그 샷'(mug shot)이라 불리는 수용기록부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절차가 모두 끝난 뒤 이 전 대통령은 세면도구와 식기세트 등을 지급받은 뒤 수감될 방으로 이동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방과 비슷한 규모인 11㎡(3.3평) 크기의 독거실(독방)을 배정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수용된 독방은 12㎡(3.6평) 규모다.

한편 검찰은 구속 수감된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피의자 조사를 추가로 진행한 뒤 다음달 중 기소할 계획이다. 구속기간이 최대 20일이고, 통상 중요 사건에선 구속기간을 모두 채운 뒤 기소가 이뤄진다는 점에 비춰볼 때 기소 시점은 다음달 10일 즈음이 될 전망이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 기소를 위해 법원에 제출할 공소장에는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것 이외의 혐의들이 추가될 수도 있다. 예컨대 이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의혹이 있는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등 정치개입 사건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의 국정원 수사팀 관계자가 앞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구속 피의자 신분에서 조사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에서 2억원대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의 재산 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대표의 수십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도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이 공범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다. 또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청와대 문건들 가운데 국정원과 경찰이 법조계와 종교계 등을 전방위 사찰한 내용의 자료들이 포함돼 있어 이에 대한 수사가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이보라, 이영민, 한정수, 이상배 기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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