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구속]MB, 구속 예감한 듯 페북에 "국민 눈높이에 미흡했다"
[경향신문] ㆍ영장 집행에 말없이 응해…검찰 차량 타고 구치소행
ㆍ“언젠가 내 참모습 되찾고 할 말 할 수 있으리라 기대”
ㆍ일부 측근들만 자택 방문…‘구속 반대’ 지지자 안 보여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대기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77)은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검찰이 마련한 차량을 타고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동해 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자택을 나서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거 잘못된 관행을 절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오늘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며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발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서 수령해 원본을 들고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순순히 검찰의 구속영장 집행에 응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날 서류심사만을 거쳐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밝힌 상황에서, 피의자 없이 검찰과 변호인만 출석한 채로 심문을 진행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8층에 위치한 영장전담판사 사무실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제출한 방대한 기록을 살펴보며 구속영장을 발부할 사유가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8만쪽이 넘는 수사기록을 제출했다. 총 157권에 달하는 분량이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날 서류심사로 결정된 직후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1000쪽 분량의 의견서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구속 필요성을 밝혔다.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가 사실관계에 맞지 않아 구속영장 발부의 대전제인 ‘범죄혐의 소명’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의견서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불구속 상태로 변호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택에 머물며 법원의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1년 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66)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1002호에서 구속영장 발부 결과를 기다렸다. 전날 법원에 구인장을 반납한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검찰청사 등에 유치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 측과 자택 대기를 협의했다.
이 전 대통령 자택은 창문을 전부 커튼으로 가려놓는 등 외부 노출을 철저히 경계하고 배제하는 모습이었다. 자택 주변은 경찰과 경호인력의 삼엄한 경비와 통제로 긴장된 분위기였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임태희 전 비서실장, 이재오 전 의원, 자유한국당 권성동·김영우 의원 등이 이날 자택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영우 의원은 “이것은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정치활극”이라면서 “오늘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검찰이 또 하나의 적폐를 만든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3월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1000여명의 지지자가 몰려든 것과 대조적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택 주변에 모여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던 시민단체 회원들 사이에서 ‘와’ 하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서울중앙지검 한동훈 3차장검사와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 등 수사팀은 이날 검찰청사에 머무르며 법원의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수사팀은 이날 서면심사 진행 중에도 여러 차례 추가 의견서와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박광연·이재덕·조미덥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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