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자들, 의원 성추행에 '취재 보이콧'

박승희 기자 2018. 3. 2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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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언론 매체들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이 여성 기자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자행하고 있다며 취재 거부를 시작했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라디오 방송국인 모스코에코와 RBC 미디어 그룹, 민간 독립 TV방송 도즈드 등 주요 언론들은 레오니드 슬러츠키 외교위원장의 성추행에 반발하며 더이상 국가두마 취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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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에도 윤리위원회 "문제없다" 결론..분노 폭발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건물.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러시아 언론 매체들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이 여성 기자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자행하고 있다며 취재 거부를 시작했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라디오 방송국인 모스코에코와 RBC 미디어 그룹, 민간 독립 TV방송 도즈드 등 주요 언론들은 레오니드 슬러츠키 외교위원장의 성추행에 반발하며 더이상 국가두마 취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언론사는 앞서 의회에 슬러츠키 위원장이 여기자들에게 음란한 성적 농담을 하고 이들의 신체를 더듬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전날 열린 국가두마 윤리위원회는 슬러츠키 위원장의 행동 중 윤리 규범을 위반하는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오히려 윤리위원회는 슬러츠키의 추문을 문제 삼은 언론사들이 지난 대선을 준비하는 시점에 이러한 화제를 폭로했다며 의혹을 지적했다. 윤리위원회 청문회에서 유출된 녹음에 따르면 한 의원은 "이 문제를 제기한 언론인들은 서구 언론인들이고, 그들은 정치적 미디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이에 분노한 러시아 기자들은 "언론인들은 안전과 존엄성에 대한 헌법적 권리가 있다"며 국가두마, 특히 슬러츠키 위원장에 대한 취재를 보이콧하겠다고 나섰다.

알렉산드라 페레폴로바 도즈드 편집장은 "여성이 국가두마를 취재하는 것이 정말 위험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코메르산트 비지니스 데일리 등 일부 매체는 국가두마를 취재하더라도 슬러츠키에게는 의견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정부 온라인 포탈인 렌타조차 "슬러츠키의 존재를 무시하겠다"며 "그의 성추행 문제 외에는 그와 관련한 모든 기사를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러시아에서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투 운동이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라며 "국가가 언론을 통제하는 러시아에서 이러한 보이콧 캠페인이 일어난다는 것은 굉장히 희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마초 문화'가 만연한 러시아에서는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해도 문제를 호소하기 어려우며 성추행을 규정하는 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강간 사례조차 재판까지 가는 일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메르산트지는 이번 보이콧 사건을 보도하며 남성적인 이미지에 자부심을 가진 푸틴 대통령이 2006년 모셰 카차브 대통령을 언급하며 "정말 대단한 남자다! 여자 10명을 강간하지 않았는가. 정말 부럽다"며 체력을 칭찬했다고도 전했다.

se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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