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판 든 장관, 가방 멘 장군..변화하는 국방부

유충환 입력 2018. 3. 22. 20:37 수정 2018. 3. 22. 21: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데스크] ◀ 앵커 ▶

군대에서 장성들이 누려온 특권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엔 국방 장관이 식판에 밥을 담아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가방을 멘 장군들은 관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특권을 없애고 예산과 병력을 줄인 국방개혁 차원에서 벌어진 현상인데요.

유충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국방부 청사의 점심시간.

평소와 다름 없이 식사를 하던 직원들이 갑자기 술렁거립니다.

송영무 국방 장관이 직원들과 함께 배식대 앞에서 밥을 푸기 시작합니다.

반찬은 가자미 구이와 김칫국.

5천 원짜리 식단으로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합니다.

[송영무/국방부 장관] "해군은 접시에다 밥을 푸는데…"

원래 국방부 청사 10층에는 장성급만 이용하는 고급 간부 식당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송 장관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간부 식당을 이번 주 폐쇄하고, 조리병 등 병사들을 일반부대로 보냈습니다.

[최현수/국방부 대변인] "(장관은) 어떤 직급에 있든 간에 우리가 누리는 기본적인 것은 동일한 수준에서 함께 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갖고 계십니다."

베레모를 눌러쓴 군인들이 국방부 서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가방을 멘 군인을 쫓아가 확인해보니 정진경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2성 장군이었습니다.

관용차 대신, 대전 계룡대에서 KTX를 타고 용산역에서 내려, 국방부까지 걸어온 겁니다.

장군이면 무조건 운전병과 관용차가 나왔던 과거엔 볼 수 없던 장면입니다.

최근 운전병을 줄이면서, 배차신청을 해야 되자 대중교통을 이용한 겁니다.

전투병 위주로 군을 재편하고, 장성들의 특권을 없애는 국방개혁은 이렇게 시작됐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국방부 육군회관엔 이른바 '장군탕'이 있습니다.

[육군회관 직원] "목욕하실 거에요? (네)"

깔끔해 보이는 탕으로 가려 하자 직원이 막아섭니다.

[육군회관 직원] "계급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그냥 일반인인데…) 이쪽은 장군탕 이거든요. (일반 병사나 일반인은 사용 못 해요?) 이쪽은 직급이 장군탕이라서 장군 되시는 분들만 사용하시거든요."

체련단련장에도 '장군용'이 따로 있습니다.

일반 체력단련장에는 러닝 머신을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하지만, '장군 전용'은 텅텅 비어 있습니다.

화장실 안에도 특권은 존재합니다.

국방부 의장대 건물 화장실엔 간부 전용 변기가 따로 있습니다.

이런 구분을 갑자기 없애면 권위가 무너지거나 하급자가 불편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권위는 특권에서 나오지 않고, 하급자가 불편한 건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많습니다.

[박정훈/서울시 노원구] "지속적으로 꾸준히 관리가 돼서 정착이 된다면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국방부의 실험이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제도 개혁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유충환입니다.

유충환 기자 (violet1997@mbc.co.kr)

[저작권자(c) MBC (www.im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