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전 이유로.. 밤새 갇히는 여대 도서관

한소범 2018. 3. 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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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서울여대에 다니는 김모(24)씨는 얼마 전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극심한 복통을 느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 학부모 우려도 많고 여학생들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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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생들 출입통제 불편 호소

“어쩔 수 없는 조치” “경비 보강을”

서울여대는 오후 11시30분 이후로 학교 내 모든 건물의 출입이 통제된다. 불 꺼진 서울여대 건물과 출입통제 시스템 안내.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에 다니는 김모(24)씨는 얼마 전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극심한 복통을 느꼈다. 병원에 가려 했지만 굳게 잠긴 문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결국 구급차를 부르고 경비원을 긴급 호출하는 소동을 벌인 뒤에야 비로소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새벽 시간이면 출입이 통제되는 서울여대의 정책 탓에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 측은 여학생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강조하지만, 단순히 학생을 학교 안에 가둬둔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학생들 생각이다.

22일 서울여대에 따르면, 이 학교 내 모든 건물은 밤 11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6시 무렵까지 출입문이 폐쇄된다. 이 중 학생들이 특히 불편함을 호소하는 건물은 중앙도서관. 각 1층과 4, 5층 열람실은 24시간 이용이 가능하지만 밤 11시4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30분까지 출입문이 잠기다 보니 학생들이 도서관 안에 갇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식품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0)씨는 “새벽이면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밤늦게 도서관에서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늘 밤샐 준비를 하고 담요랑 먹을 것 등을 챙겨간다”고 귀띔했다.

이런 출입문 폐쇄 조치는 학생 설문조사 등에서 늘 불만으로 지적돼 온 사항이지만, 안전 문제에 민감한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게 학교 입장이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 학부모 우려도 많고 여학생들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안전에 예민한 건 여대의 공통 특성이다. 심심치 않게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져 일부 학생은 학교 입장을 수긍한다. 실제 2012년 숙명여대에서는 심야시간 여장을 한 30대 남성이 도서관에 잠입해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여대에서도 지난해 한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게 해달라며 기숙사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침입한 바 있다.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에 다니는 우모(20)씨는 “안 그래도 학교 내 공원을 이용하는 외부인이 많아 불안한 게 사실이라, 적어도 새벽시간에는 안과 바깥 출입을 모두 막는 초강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비 인력을 보강하거나 폐쇄회로(CC)TV 설치를 늘리는 등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지, 단순히 출입 통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불편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감금 조치가 아닌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mailto: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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