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등돌리는 여성들, 이유는 '행복'
[경향신문] ㆍ통계청 ‘2017 사회지표’
여성들의 가정생활 만족도가 남성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여성이 남성보다 적었다.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혼인율의 원인으로 청년실업과 높은 집값 부담이 꼽히지만 여성이 가정과 직장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저출산 해법이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6년 51.9%로 2년 전(56.8%)보다 4.9%포인트 낮아졌다. 전반적으로 결혼에 대한 의무감이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것은 여성의 시각이다. 미혼 남성 42.9%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미혼 여성은 31.0%에 그쳤다. 반면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혼 여성(6.0%)은 남성(3.3%)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가족관계에 대한 만족도도 여성이 더 낮았다.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하는 비율은 남성이 71.3%, 여성이 58.5%였다. 배우자 부모와의 관계에서 남성의 57.4%가 만족한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은 46.7%만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반면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에 만족하는 비율은 남성(63.4%)과 여성(64.4%)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자신의 형제자매와의 관계는 여성(54.7%)이 남성(51.7%)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정초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은 “가부장적 가족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이 기혼 여성의 결혼생활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미혼 여성의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확산시키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이 결혼 후 ‘며느리’로서 겪는 어려움을 그린 웹툰 ‘며느라기’가 큰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기혼 여성은 직장생활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통계청의 2017년 상반기 고용조사를 보면 경력단절 여성은 181만2000명으로 기혼 여성의 20%에 달한다. 경력단절 여성의 수는 1년 전보다 9만4000명(4.9%) 줄었지만, 육아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전년보다 7000명(1.3%) 증가했다.
아이를 낳지 않아도 기혼이라는 사실만으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결혼한 7년차 직장인 박서연씨(가명·30)는 “이직을 준비하는데 면접 때마다 ‘조만간 임신 계획이 있느냐?’고 묻는다. ‘없다’고 대답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 같다”며 “결혼이 취업에 이렇게 불이익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변화된 가치관과 여성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해법이 나올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혼부부 주택청약 등의 정책들은 신혼부부를 제대로 지원하는 것도 아니면서 결혼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을 갈라놓는다”며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어떤 삶도 자유롭게 택할 수 있고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이 가정을 꾸리는 비율도 늘어날 것”이라 말했다. 정 연구원도 “결혼정책, 출산장려정책이 아니라 성평등·노동 정책을 포괄한 전반적 가족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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