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태국 정치 바꾸겠다" 나선 30대 억만장자..'군부 염증' 태국 국민 희망될까

최민지 기자 2018. 3. 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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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통치 중인 태국에서 최근 새로운 정당 하나가 탄생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방콕에서 출범을 알린 ‘새 미래당’이다. 눈에 확 띄는 선명한 오렌지색 바탕에 흰 삼각형의 로고를 상징으로 하는 이 당이 군부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태국의 억만장자 타나통 주앙그룽루앙낏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방콕에서 정당 ‘새 미래당(Future Foward Party)’ 출범을 발표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방콕|AP연합뉴스

새 미래당은 환경과 복지,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 인권 등 광범위한 문제를 다룬다. 창당 멤버는 총 27명으로 대부분 진보 성향의 젊은 학자와 기업가, 노동자, 활동가 등으로 구성됐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창당 주역인 39세의 억만장자 타나통 주앙그룽루앙낏(사진)이다. 그는 태국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태국 서밋 그룹’의 부회장 겸 총 책임자다.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는 활동가로도 일했다. 2006·2014년 일어난 군부 쿠데타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타나통은 군사정권에 반감이 큰 태국의 젊은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인기 끌고 있다. 억만장자라는 배경 외에도 큰 키와 잘생긴 외모, 카리스마 있는 성격 또한 그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타나통은 창당식에서 “우리에게 총을 통한 통치는 필요하지 않다”며 “조국의‘잃어버린 10년’을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태국 군부는 2014년 5월 극심한 정치 분열과 혼란을 이유로 쿠데타로 집권했다. 이후 정당들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군부는 당초 민정이양을 위한 총선을 올 11월 치르기로 약속했지만 지난달 내년 2월 전까지 하겠다며 연기했다.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최근 군부를 상대로 한 항의 시위를 계속 벌이고 있다.

태국 내 공식 정치 캠페인이 여전히 금지돼 있는 탓에 새 미래당은 아직 어떤 정책도 내놓지 못했다. 사실 이날 창당식도 ‘커피를 마시면서 하는 비공식 모임’이라는 이름을 달고서야 치러질 수 있었다. 또한 군부가 총선을 언제 또 미룰 지, 또 다시 쿠데타를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미래를 낙관하기만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견제는 이미 시작됐다. 타나통은 군주제에 비판적인 기사를 실은 지역 언론을 후원한다는 이유로 군주정치 반대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외교전문매체 더 디플로매트는 이같은 견제를 긍정적 신호로 해석한다. 매체는 지난 15일 ‘태국은 최연소 총리를 맞을 준비가 됐을까’라는 기사를 통해 “타나통의 기소 사실은 그의 여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오히려 증명하고 있다”며 “도시의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타나통이 자신의 정당을 시골 소외 계층과 어떻게 연결시킬 지가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평가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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