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잃은 中 톈궁 위성, 韓 공장에 떨어지면?..보상 받을 수 있나

전승민 기자 2018. 3. 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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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보유국이 '절대책임'.. 보상규모, 시기는 행정부처 통해 외교라인 거쳐야
톈궁 1호의 모습.

지상으로 추락 중인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1호’를 놓고 ‘혹시 한국에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전체 추락 예상 구역 중 남한이 차지한 넓이는 3600분의 1 정도라 한반도에 톈궁 1호가 추락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러나 최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어 정부 역시 22일 대책회의를 진행하는 등 예의 주시하고 있다.

만약 톈궁 1호가 서울 도심 한 복판에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위성 보유국가가 절대 책임

“우주물체의 추락 등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보유국가는 피해국에 절대적 책임을 진다.”

이 조항은 1972년 유엔이 제정한 ‘우주책임협약’의 일부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 우주발사체 등 우주로 쏘아 올렸던 물체를 ‘보유’한 국가가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규정이다. 우주물체가 추락해 피해가 일어난 경우 모두 이 조약을 기본으로 판단하고 배상하게 된다.

비슷한 조항은 또 있다. 1967년 체결한 우주조약 6조도 ‘조약 당사국은 정부기관의 활동이나 비정부기관의 활동을 막론하고 자국의 우주활동에 대해 국제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여러 조약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아래와 같은 보상책임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의 한 기업에서 고가로 인공위성을 구매했는데, 그 위성에 기계고장이 생겨 일본 도심에 추락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보상책임은 위성을 보유한 국가, 즉 한국이 져야한다. 물론 한국은 미국을 대상으로 ‘이번 사고는 미국 위성의 불량으로 인한 것’이라며 재차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에선 손해배상을 받을 국가는 어디까지나 한국인 셈이다.

이런 국가적 책임은 민간 기업이 쏜 우주물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만약 미국의 민간 기업이 쏜 로켓이 한국에 떨어졌다면, 그 보상 책임이 미국 정부에 있다. 우주물체의 종류나 기한, 보험가입여부도 일체 관계없다. 이런 경우 흔히 ‘관할권’ 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늘을 날던 우리나라 비행기는 영토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한국이 관할한다. 배나 비행기는 민간 기업에 우선적인 보상 책임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우주물체는 무조건 국가가 1차로 관할하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우리나라 도심에 떨어져 큰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액은 전액 중국이 배상해야 한다. 만약 피해를 입은 사람이나 기업이 직접 가입했던 화재, 사고보험 등으로 한 차례 민간에서 보상을 받는다하더라도 다시금 중국에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 톈궁 1호, 보험처리는 어려울 듯

2013년 1월 30일 오후 4시 정각, 나로호가 발사되는 모습. 나로호는 발사당시 피해보상을 위해 보험에 들었다.

인공위성, 우주정거장 등 우주물체를 쏘아 올릴 때엔 보험을 드는 경우가 많은데, 관련 규정은 국가별로 상이하다. 국내에서는 우주발사체를 쏠 때 손해배상법 5조에 의거해 ‘최대 2000억 원’까지 보험에 들어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나로호 발사 당시 보상규모 2000억 원 상당의 보험에 가입했다. 프랑스는 최소 보상액 5000만 유로 (약 662억 원)를 보험을 통해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에 든다고 해도 보통 발사 후 며칠, 길어도 1년 정도까지만 유효하며, 몇 년 이상 그 효력이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12년 1월 러시아가 발사했다 추락한 우주탐사선 ‘포보스-그룬트’ 호의 최대 보상액은 2억 달러 (약 2144억 원) 정도. 당시 러시아는 위성발사가 실패해 계속 지구 주위를 돌다 추락할 것에 대비해 발사일로부터 1년 (365일) 동안 생긴 사고를 모두 보상받는 방식으로 계약한 바 있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정책팀장은 “중국의 경우 보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설혹 가입했다 해도 발사 후 이미 7년이 경과한 톈궁 1호의 보험 효력이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개인이 배상청구 어려워… 외교절차 신청하고 기다려야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레이저로 인공위성 추적 시스템의 모습. 정부는 이같은 시스템을 한층 더 발전시킨 한국형 우주감시시스템 개발할 계획이다.

문제는 피해를 입은 개인이 외국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온전히 신청하긴 어렵다는데 있다. 우주물체 추락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소방서나 경찰서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외교부를 통해 가해외국과의 협상이 종료되길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국가간 보상을 받게 돼 있는 사항이라, 우리나라 정부는 피해 당사자 대신 가해국가와 협상을 하고 보상을 받아줄 의무가 있다.

만의 하나 우주물체 추락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피해를 입인 우주물체의 보유국가, 즉 어느나라 우주물체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만약 톈궁 1호라면 중국이 대상국가다. 현실적으로는 피해를 입기 이전에 가해국가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등에 따르면 현재 기술로 적어도 24시간 이전에는 추락 시간을, 1시간 이전까지는 추락 위치를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 대피할 시간과 가해국가를 확인할 시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국가간 배상협의가 수일 이내에 빠르게 종료되길 기대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반도체 공장 등 고가의 중요 시설에 떨어져 보상액이 엄청날 경우, 두 국가가 보상액 규모를 놓고 협상이 점점 더 길어질 확률이 높다.

이럴 경우 양 국가 중 한 곳이 ‘청구위원회’의 설립을 제안해 중재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청구재판은 1년 이내에 끝내도록 돼 있지만 조사 등으로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합의 하에 1년 간은 연장이 가능하다. 결국 인공위성이나 로켓 등, 우주물체로 피해를 입는다면 배상을 받을 때 까지 최대 2~3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이 팀장은 “만약 민간의 피해가 광범위하고 극심하다면 정부에서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1차로 보상한 후, 중국에 다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면서 “우주물체의 민간 피해는 전례가 없는 만큼 국가간 협상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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