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은 유령도시, 피가 말라..대책 마련 약속 지켜라"

김봉수 2018. 3. 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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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 공청회 열려..주민들 '대책 마련' 호소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 변경안 공청회에서 한 과천 주민이 항의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과천은 유령도시가 됐다. 한강 다리에서 뛰어 내리고 싶다."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개최된 행정안전부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세종시 이전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한 과천 주민의 말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정부가 세종시 이전으로 텅 비게 된 과천 지역 활성화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최소한 청사 신축이 끝나는 2022년까지는 행안부ㆍ과기정통부를 그대로 놔두고, 정부가 그동안 말만 해놓고 지키지 않은 약속들을 실행하라는 주장이었다.

이 자리에서 최창선 과천문화원 사무국장은 박준하 행안부 정부청사관리소장의 이전 계획 보고에 대해 "과천 지역에 대한 지원 대책이 빠졌다"고 질타했다. 최 사무국장은 "정부가 부처 이전이 본격화된 2012년부터 설명회를 하고 대안을 얘기했고, 2013년에는 용역까지 했지만 여태 약속한 것이 하나도 이행이 안 됐다"며 "지난 대선때도 5개 정당 모두가 과기정통부 세종시 이전을 공약하면서 충부한 사회적 협의를 약속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선대책 후 공청회를 했어야 한다, 그게 사회적 협의다"라며 "최소한 정부 차원의 TF팀을 다시 가동해 이낙연 총리가 직접 주재해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강식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강남 지역과 연계한 과천 지역 발전 정책 수립을 강조했다. 그는 "부처 이전으로 과천 지역에 대한 경제적 영향이 매우 크다"라며 ""한편으로는 그동안 정체됐던 지역 발전 계기도 될 수 있다. 과잉 밀집된 강남 지역의 개발 계획을 수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과천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판기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 연구원도 과천에 들어설 대체 시설로 공공기관보다는 민간 산업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경기도 평촌이 있던 공공기관들이 혁신도시로 이전했지만 이후로 오히려 더 경제가 활성화됐다"며 "꼭 공공부문보다는 강남에서 유출되는 산업이 반영되면 지금보다 나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시가 위치한 충남 지역에서도 정부가 충분한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찬동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과기부가 이미 이전 대상으로 정해져 있어 옮기는 게 맞다"면서도 "정책으로 인한 지역 피해 발생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정할 수 있는 자원을 동원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 주민 30여명도 이날 공청회에 참석해 정부청사 이전으로 인한 피해와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한 여성 주민은 "한강대교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너무 힘들다. 천국같던 과천이 하루아침에 지옥이 되서 병원 가서 우울증 약을 타서 먹고 있다"며 "말로만 하지 말고 문서로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울부짖었다.

한편 전날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의 '수도' 관련 조항 명문화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남성 주민은 "현 시점에서 과기부의 이전은 분명히 목적이 있다"며 "수도 이전을 원활히 하기 위한 요식 행위다. 과천 시민들은 수도 성문화와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수현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국회ㆍ청와대가 서울에 있다보니 행정비효율성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며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해서 헌법적 토대에 의해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세종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해양경찰청의 인천 환원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사무처장은 "인천 시민들이 서운하시겠지만 해경 공무원들도 세종에서 일하길 원한다. 모든부처가 집약돼 있는 세종시에 있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인천 시민들은 "바다를 산에서 지키라는 거냐", "대통령의 약속이다", "해경의 기능을 고민해봤냐"고 반박했다.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3층에서 열린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 변경안 공청회.

이날 토론에 대해 김희겸 행안부 기획조정실장은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다 와서 들었으니 보고가 될 것이며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주민 대표들을 행안부가 면담했고, 요구한 5개안에 대해 지난 15일에도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에서 검토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좀더 적극적으로 대책을 검토할 것이며, 실제 이전하는 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있으므로 주민들의 요구 사항을 검토해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행안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세종시로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이 229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올해부터 2021년까지 행안부ㆍ과기정통부 청사 신축에 1995억원이 소요된다. 또 건물을 짓기 전 사무실 임차료 및 이전 비용도 295억원이 든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과기정통부와 행안부를 내년 8월까지 세종시로 이전한다. 청사 신축(2021년) 전까지는 민간 건물을 임차해 사용한다. 해경청은 업무의 특수성 및 시급성 등을 고려해 올해 안에 인천으로 옮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소재 옛 해경청사(현 중부청)로 옮긴다. 행정비효율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영상회의시스템 확대 등의 대책도 마련한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해 10월24일 '행복도시법' 개정에 따라 이전제외 대상 기관에서 삭제됐다. 국가균형발전 및 지방분권 강화, 기관간 업무 연계성 및 특성에 따라 옮기는 게 낫다는 취지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05년 법 제정 및 최초 고시 당시 이전 대상 기관으로 정해졌지만 2014년 우정사업본부만 세종시로 옮겼고 과천 시민들의 반발에 따라 아직 과천에 잔류하고 있는 상태다.

행안부는 이날 공청회가 끝남에 따라 이달 말까지 이전 계획 변경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고 관보에 고시할 계획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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