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콘서트] 김윤옥 여사와 에르메스..명품 뇌물의 사회학

전종환 앵커 2018. 3. 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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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콘서트] ◀ 앵커 ▶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입니다.

어느 날, 친구에게 선물 받은 명품 가운을 서재에 걸어놓고 보니까 다른 가구들이 초라해 보였다고 합니다.

그는 결국 다른 가구들을 다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예전의 낡은 가운은 자신이 주인이었는데, 언젠가 명품 가운에 지배당하기 시작했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물건 하나를 산 뒤에 그 물건에 어울릴만한 물건을 계속 사게 되고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 '디드로 효과'라고 불립니다.

"상품의 기능보다 상품이 상징하는 권위를 구매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구별 짓기를 꾀한다"

제 옆의 가방, 한번 보시겠습니다.

에르메스 명품 백입니다. 다들 아시죠.

말 안장을 만들어 프랑스 왕실에게 팔던 창업주의 이름을 딴 브랜드입니다.

샹송 가수 제인 버킨,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을 딴 '버킨 백', '켈리 백'이 있고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 등이 이 백을 든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한 개에 1천만 원부터 8천만 원에 이르는데요.

비싸서 안 살 것 같나요? 없어서 못 팝니다.

관련 보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샤넬이나 에르메스 등이 한정판을 판매할 때면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대기자 명단까지 만들어집니다.

이 같은 한정판 마케팅에는 일부 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는 전략이 숨어있습니다.

[이준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기업은 크게 수량-시간-공간을 통제함으로써 희소성의 효과를 발생시킬 수가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금전적, 시간적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그 상품을 반드시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특별한 것을 소유하고 싶고, 남보다 돋보이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계속되는 한 공급을 줄여 구매자들을 안달 나게 만드는 한정판 열풍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 앵커 ▶

이 에르메스 백이 요즘 화두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이죠, 김윤옥 여사가 뇌물로 받은 의혹 때문입니다.

돈다발이 담긴 백이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파문은 더 커지고 있는데, 이 문제를 제기한 정두언 전 의원의 발언 들어보겠습니다.

[정두언/전 의원(어제 CBS 라디오)] "그 당시에 저는 그렇게 들었어요. 그렇게 확인을 했어요. 그러니까 에르메스 가방인지는 그 당시 몰랐고 명품백에 3만 불을 넣어서 줬다. 그런데 그거를 가지고 그냥 차에다 처박아놓고 있다가 두 달 만에 조금 얘기가 들리니까 돌려줬다. 이렇게 제가 확인한 거죠. 이거 이런 일이 있는데 한번 확인해 봐라. 그랬더니 놀랍게도 저는 설마 했죠. 한 20,30분 후에 전화가 왔는데 '사실입니다'라고 답이 왔어요."

뇌물 에르메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건넨 뇌물, 에르메스였습니다.

대우조선 비리로 구속된 홍보대행사 대표 박수환 씨는 로비 대상자의 부인들에게 에르메스 핸드백을 바쳤습니다.

'학력 위조 사건'의 신정아 씨도 정·관계 인사들에게 에르메스를 선물했습니다.

이번 김윤옥 여사의 경우 다른 사건들과는 좀 차이가 나는 게 있습니다.

에르메스 명품 백이 뇌물 자체가 아니라 돈다발을 폼나게 만드는 포장지처럼 쓰였다는 점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명품 백도 받고 돈도 받는 '일석이조'라거나, '뇌물의 진화'라는 자조 섞인 얘기부터, '에르메스의 망신'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뇌물로 쓰인 에르메스.

그 누구보다 에르메스 백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 낸 장인의 입장에선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닐 겁니다.

명품 가방을 뇌물로 받은 사람은 결코 명품이 될 수 없는 이치이기도 합니다.

전종환이 바라본 시선이었습니다.

전종환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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