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리포트+] "여자 많으면 곤란해"..국민은행, 남성 지원자 점수만 올린 이유는?

송욱 기자 2018. 3. 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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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의 채용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2015년 상·하반기와 2016년 하반기 신입 행원을 뽑는 과정에서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백 명의 점수를 올려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금융감독원이 의뢰한 채용 비리를 수사하면서 이 같은 점수 조작의 정황이 새롭게 드러난 겁니다.

물론 직무 성격에 비춰 불가피한 경우에만 성별을 고려해 채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지만, 일반적인 은행 업무는 이 경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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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의 채용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뽑겠다며 지원자격에는 전혀 제한이 없다고 명시해뒀습니다. 그런데 지난 6일, 이 은행의 인사팀장 오 모 씨가 업무방해 혐의와 함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도대체 이 은행의 채용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여자 많으면 곤란해서"…남성 지원자 수백 명 점수 올린 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지난 2015년 상·하반기와 2016년 하반기 신입 행원을 뽑는 과정에서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백 명의 점수를 올려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남성 지원자의 점수만 임의로 올린 것은 1차 서류전형 심사 단계였습니다. 이렇게 서류전형에서 점수가 올라간 남성 지원자는 각 공채 때마다 100여 명씩, 총 300명이 넘습니다.

남성 지원자의 점수가 올라가자 여성 지원자의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이 가운데 일부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 검찰이 금융감독원이 의뢰한 채용 비리를 수사하면서 이 같은 점수 조작의 정황이 새롭게 드러난 겁니다. KB국민은행 측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성적을 '조작'한 게 아니라 '조정'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자 행원 숫자가 너무 많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남자를 배려하는 차원이었다는 겁니다. SBS 취재진이 KB국민은행에 공식 해명과 함께 최종 합격자의 남녀 비율을 요청했는데요. 은행 측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답변하기 어렵지만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서는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만 해명했습니다.

■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국민은행 인사팀장 구속된 이유는?

남녀고용평등법에는 남녀를 차별해 채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물론 직무 성격에 비춰 불가피한 경우에만 성별을 고려해 채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지만, 일반적인 은행 업무는 이 경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장호 노무사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남녀고용평등법은 공기업뿐만 아니라 사기업도 당연히 적용되는 규정"이라며 "합리적인 사유 없이 성별 또는 혼인 여부에 따라서 차별을 하지 말라는 조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KB국민은행 측이 채용과정에서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담당자들을 재판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이런 채용 행태에 대해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기회를 빼앗긴 사례가 수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질 전망입니다.

■ 채용과정에 만연한 성차별…투명성 높이기 위한 방법은?

채용과정의 이런 성차별은 사실 은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차별이 현행법을 명백하게 어긴 것인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오랜 관행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겁니다. 시중 은행들은 계속 남녀 차별이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대형 은행들의 정규직 채용 현황을 보면 남녀 비율이 7대 3에서 많게는 8대 2까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은행 측은 기본적으로 남성 지원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지원자 성비 공개는 거부하고 있습니다.

공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경우 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권 여성 지원자들을 탈락시켰다 적발됐습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채용과정에서 성차별을 막기 위해 여성 채용 비율이 동종 업계 평균의 70%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까지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관리 대상 사업장 2,005곳 가운데 993곳이 기준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공공기관들도 절반 이상 기준에 미달했습니다.

(취재: 김흥수, 정연, 김혜민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송욱 기자songx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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