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人]'트럼프 정조준' 뮬러 특검, '해임설' 피해갈까

이준기 2018. 3. 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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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뮬러' 비판수위 높이는 트럼프..뮬러 해임설 띄우기
수사대상 제한 없고 시한·예산 규정도 없어..특검 '무소불위'
'소극대응' 법무장관 경질?..측근 앉혀 뮬러 해임 수순 밟나
뮬러, 공화·민주 고른 지지.."트럼프, 닉슨의 전철 밟을 수도"
사진=AP뉴시스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사진) 특별검사 ‘해임설’이 미국 정가를 강타하고 있다. 뮬러 특검의 칼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턱밑까지 다다르면서다. 백악관은 “뮬러 해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최근 외교·안보·경제를 망라한 백악관·행정부 내 인사 ‘줄 경질’과 맞물리면서 뮬러 해임설이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까지 “뮬러의 해임은 대통령직 종말의 시작”이라며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연일 “처음부터 뮬러는 임명되지 말아야 했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뮬러 특검팀이 최근 트럼프의 법률팀에 질문 리스트를 보냈다고 보도하고, 이후 CNN방송이 20일 양측이 지난주 첫 회동에서 트럼프에 대한 조사방식과 내용 등을 협의했다고 전한 이후 뮬러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18일 트윗을 통해 ‘뮬러’의 이름을 처음으로 직접 언급하며 “특검팀은 왜 13명의 민주당원 강경파와 큰 거짓말쟁이 힐러리(클린턴) 지지자들, 그리고 0명의 공화당원을 갖고 있느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다만, 뮬러가 공화당원이라는 점은 적시하지 않았다. 19일엔 “엄청난 이해충돌과 함께하는 완전한 마녀사냥”이라고 썼고, 21일엔 뮬러를 비판하고 자신을 옹호한 유명 법학자 앨런 더쇼비치 교수의 말을 인용한 2개의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가 ‘뮬러’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떨고 흥분하는 건 미국 특유의 ‘특검제도’에서 기인한다. 미 특검은 수사대상으로 지목된 자와 관련된 ‘모든 사건(all related matters)’을 수사할 수 있다. 수사 대상에 제한이 없는 셈이다. 시한과 정해진 예산 규정도 없다. 해임되지 않는 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이다. 1994년 임명된 케네스 스타 특검이 무려 5년간 4000만달러를 써가며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을 집요하게 파고든 게 대표적이다. 실제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개입 의혹뿐만 아니라 이를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등 사법방해 혐의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개입 여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전 주미 러시아 대사 간 통화에 대한 트럼프의 인지 의혹, 트럼프의 가족회사인 트럼프 그룹과 러시아 간 커넥션까지 뮬러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트럼프와 관련된 모든 의혹이 조사 대상인 것이다.

뮬러의 칼끝이 언제 어떻게 자신의 자금줄로 파고들지도 트럼프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트럼프를 분석한 ‘화염과 분노’의 저자 마틴 울푸는 “백악관 사람들은 특검 수사가 대통령 자금에 가까이 가면 트럼프는 침몰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돈’ 문제와 엮이지 않았을 리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해임된 FBI의 매케이브 전 부국장이 국장대행 시절 트럼프와의 대화를 기록한 메모를 뮬러 측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코미 전 국장도 곧 회고록을 곧 출판할 예정인 점도 트럼프를 전전긍긍하게 하고 있다. 이미 2020년 대선 출마까지 선언한 트럼프에게 뮬러의 존재는 눈엣가시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바로 뮬러를 해임할 수는 없다. 미국 연방규정 제28편 제600장에 따르면 특별검사 임면 권한은 법무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CNN이 최근 트럼프의 다음 경질 1순위에 세션스 법무장관이 올랐다고 보도한 건 의미심장하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가 세션스 장관을 “나이가 많고, 근시안적인 인물”이라고 묘사했다고 썼다. 특검 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눈 밖에 난 세션스를 경질하고 후임에 측근을 기용, 뮬러 해임 절차를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는 물론 백악관 안팎에서도 트럼프의 오판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자칫 하야의 길을 택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당시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했던 아치볼드 콕스 특검을 해임하고자 닉슨은 법무부 장관과 차관을 압박했지만, 이들 모두 지시를 거부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른바 ‘토요일 밤의 학살’(Saturday Night Massacre)이다. 미 의회 1인자인 공화당의 라이언 하원의장은 20일 “특검은 절대로 방해받지 않고 마음껏 수사를 끝내야 한다”고 밝힌 이유다. 실제 해임설이 현실화하더라도 미 의회가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다. 뮬러가 초당적인 자세와 강직한 품성으로 공화ㆍ민주 양당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어서다. 뮬러는 조지 W 부시 정권 당시 FBI국장에 올라 역사상 두번째로 긴 12년간 재임한 인물로, 버락 오바마 정권 당시 그의 임기 연장안은 단 한 표의 반대 없이 통과됐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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