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 '좀비'가 산다

남궁민 기자 입력 2018. 3. 22. 05:38 수정 2018. 3. 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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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이 바닥으로 왔다.

경찰청이 지난 1월 대구의 횡단보도 6곳에 시범 설치한 것이다.

횡단보도 위에 멈춰 서서 스마트폰을 하던 또 다른 시민의 뒤로는 차가 빠르게 지나갔다.

이어 상반기 내에 시내 250개 횡단보도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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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300명 중 '스몸비' 46명..빨간불에 건너려다 경적 소리에 멈추기도
/사진=남궁민 기자

신호등이 바닥으로 왔다. 경찰청이 지난 1월 대구의 횡단보도 6곳에 시범 설치한 것이다. 이유는 '스몸비'(Smombie·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 때문.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숙이고 길을 건너는 이들의 교통사고가 잦아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대구에 이어 수원·양주시도 시범 도입을 앞뒀다.

경찰청이 지난 1월 대구시내 횡단보도에 시범 설치한 '바닥 신호등'./사진=경찰청

'바닥 신호등'이 등장할 만큼 스몸비 문제는 심각한 걸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머니투데이가 21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광화문 광장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 결과 300명 중 46명(15.3%)이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건넜다. 7명 중 1명이 '스몸비'였다.

21일 광화문광장 인근 횡단보도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시민 뒤로 차량이 빠르게 지나갔다. /사진=남궁민 기자

도로 위 스몸비는 위험천만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을 보던 한 시민은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려 했다. 놀란 자동차 운전자가 경적을 울린 뒤에야 발걸음을 멈췄다.

횡단보도 위에 멈춰 서서 스마트폰을 하던 또 다른 시민의 뒤로는 차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는 차가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에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광화문 일대에서 보행지도를 하던 안전요원 한모씨(70)는 "매일 지켜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건넌다"며 "이런 사람들은 반응속도도 느려 사고당할 위험이 높아 보인다. 운전자 입장에서도 꼴불견"이라고 말했다.

스몸비가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민경복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2016년 8∼9월 대학생 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중독군의 교통사고 경험률은 2.7%로 정상군(0.8%)보다 3.4배가량 높았다.

서울시에서 설치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주의 표지판 /사진=남궁민 기자

지자체와 경찰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서울시는 횡단보도 보행 중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22일 공포할 예정이다. 이어 상반기 내에 시내 250개 횡단보도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스몸비를 강하게 처벌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는 지난해 10월25일부터 보행 중 스마트폰을 하다 적발되면 최대 99달러(약 10만6000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곽명훈 경찰청 교통운영과 경감은 "'바닥 신호등'은 현재 시범 운영 중으로 일단 실효성을 파악하고 있다"며 "스몸비 대책도 보행자 사고 감축의 일환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벌금 부과는 시행할 경우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도로교통공단 황정현 과장은 "스몸비 사고 예방을 위해 일정 구간에서 스마트폰을 못쓰게 하거나 경고음을 내는 기술도 연구 중"이라며 "결국 안전을 위해 도로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serendip15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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