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방기밀비, 정권 비자금 쓰였나.. 일본판 특활비 파문

장지영 기자 입력 2018. 3. 22. 05: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본판 특수활동비라고 할 수 있는 관방기밀비(官房機密費) 내역이 일부지만 처음으로 공개된 뒤 일본 사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국가정보원의 특별활동비를 불법적으로 요구해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일본에선 관방장관이 국정운영과 관련해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관방기밀비가 정권 유지에 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정보공개 소송으로 월 10억원대 내역 처음 확인 90% 영수증 없이 맘대로 써
민주당으로 정권 넘기기 前 기밀비 25억원 전액 빼낸 일도

일본판 특수활동비라고 할 수 있는 관방기밀비(官房機密費) 내역이 일부지만 처음으로 공개된 뒤 일본 사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국가정보원의 특별활동비를 불법적으로 요구해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일본에선 관방장관이 국정운영과 관련해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관방기밀비가 정권 유지에 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오사카 시민단체 ‘정치자금 옴부즈맨’의 변호인단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서 공개한 관방기밀비 사용 내역(사진)을 보면 액수가 월평균 1억엔(약 10억원)에 이르지만 90%가 영수증도 없고 용도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자금 옴부즈맨은 2007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관방기밀비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긴 소송 끝에 올 초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정부에 일부 내용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정식 명칭이 내각관방보상비인 관방기밀비는 총리를 보좌하는 관방장관이 국정 운영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다. 정책적으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추진비’, 정보제공자에 대한 사례나 모임 비용 등으로 쓰이는 ‘조사정보대책비’, 정보수집을 위한 선물이나 경조사비 등의 ‘활동관계비’ 3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관방기밀비에 대한 사용내역을 전부 비공개로 하면서 대부분 자금을 총리의 비자금으로 활용해 왔다. 이런 사실은 2002년 야당인 공산당이 처음으로 관방기밀비 사용실태 문건을 입수해 폭로하면서 표면화됐다. 당시 공개된 1991∼92년 가토 고이치 당시 관방장관 시절 문건에서 관방기밀비가 정치인 후원회 파티참가권 구입을 통한 정치헌금으로 쓰이거나 자민당 간부들의 양복값, 총리실과 관방장관실 수당 등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공산당 폭로 이후 관방기밀비 자료를 공개하라는 여론이 높아졌지만 일본 정부는 계속 거부해 왔다. 이후 정치자금 옴부즈맨이 소송을 냈고 최고재판소는 관방기밀비의 이월액과 총 잔액, 월별 사용액 관련 일부 문서를 공개토록 판결했다. 그리고 3개 항목 중 조사정보대책비와 활동관계비는 정부의 편을 들어 비공개 원칙을 견지했지만, 상대적으로 비밀 유지 필요성이 적은 정책추진비의 경우 지출액 문서 중 일부를 공개토록 했다.

정치자금 옴부즈맨이 자료를 분석한 대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관방장관으로 재직했을 당시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2005년 11월∼2006년 9월)의 11억엔(약 110억원), 아소 다로 내각의 가와무라 다케오 전 관방장관 시절(2009년 9월)의 2억5000만엔(약 25억원), 스가 요시히데 현 관방장관 취임 직후인 2013년 13억6000만엔(약 136억원) 등이다.

특히 아소 내각 말기인 2009년 9월 8일 2억5000만엔이 국고에서 빠져나왔고, 당시 가와무라 관방장관은 이틀 뒤에 이 돈을 전액 정책추진비로 썼다. 그 시기가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기 불과 엿새 전으로 적정한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자금 옴부즈맨 변호인단은 “관방기밀비 내용을 일부지만 공개하기까지 무려 11년이 걸렸다”면서 “이번에 공개된 정책추진비도 영수증조차 없이 사용된 것이 드러났다. 관방기밀비의 90%가 ‘눈먼 돈’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도 관방기밀비의 많은 부분은 알 수가 없다”면서 “앞으로 적절히 지출했는지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