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검사 성폭력' 감찰하고도..황교안·김진태, 징계않고 봉합 의혹

입력 2018. 3. 22. 05:06 수정 2018. 3. 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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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2015년 구체적 피해 파악
전 검찰 고위간부 아들인
가해 검사 사표만 받고 종결

당시 지휘라인 황교안·김진태
"징계법 위반 직무유기에 해당"

황교안 '채동욱 혼외자' 의혹때
직접 감찰 지시했던 것과 대비

[한겨레]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발생한 검사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대검 감찰본부가 당시 감찰에 착수해 피해 여검사를 조사했음에도,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는 가해자인 ㅈ 검사(41)의 사표만 받고 이 사건을 흐지부지 매듭지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사 징계청구권자는 김진태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장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었다. 당시 감찰이 이뤄져 최소한 검사징계법상 징계청구가 당연해 보이는 사안인데도 이들은 징계에 나서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이들이 검사징계법을 위반한 직무유기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진상조사단·단장 조희진)은 ㅈ 전 검사를 지난 12일 피의자로 조사하기에 앞서 대검 감찰본부에 보관돼 있던 피해 여검사의 진술조서 등 감찰기록 일체를 넘겨받았다. 애초 이 사건은 피해자 조사 등 감찰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2015년 사건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검 감찰본부가 피해 여검사를 불러 조사하고, 조서도 작성했다”며 “진상조사단은 대검에서 넘겨받은 이 기록을 토대로 가해자인 ㅈ 검사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피해 여검사는 2015년 감찰조사 때 부서 회식에 이어 벌어진 자신의 피해 사실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번 ㅈ 검사 조사를 앞두고는 피해 여검사를 추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당시 대검 상황을 잘 아는 다른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검사여서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다, 사건의 ‘수위’가 높았고 ㅈ 검사가 과거 검찰 고위직을 지낸 인사의 자제라는 점에서 당연히 총장 보고사항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검의 감찰조사는 더 나아가지 않았다.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가 가해자인 ㅈ 검사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만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황교안 장관은 퇴직하려는 검사에게 징계 사유가 있는지를 대검에 확인해야 하는 의무(검사징계법 제7조의 4)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ㅈ 검사가 성폭력 혐의로 감찰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면 사표가 수리됐을 리 없기 때문이다. 감찰 업무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대검 감찰에는 퇴직 검사의 징계 사유 유무를 묻는 법무부의 문의가 아주 자주 내려온다. 그건 거의 자동 처리되는 업무라서 법무부에 보고되지 않을 수 없다”며 “법무부가 몰랐다면 대검이 덮었다는 뜻이고, 법무부가 알고도 사표를 수리했다면 장관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진태 총장도 검사가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때 장관에게 징계를 청구하게 돼 있는 조항(검사징계법 제2조·7조)을 위반한 혐의가 짙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그 사건은 검사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 전 단계인 총장 경고 같은 경징계로 끝낼 사안이 아니었다”며 “설령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이 다르더라도 ㅈ 검사를 징계위에 회부하지 않고 사표 수리로 끝낸 황 장관과 김 총장의 행위는 징계를 적극적으로 회피 내지 포기한 직무유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이 황 전 장관과 김 전 총장의 직무유기 혐의까지 수사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직무유기죄와 관련해 대법원은 2014년 한 판결에서 “(한 기관의 징계 개시 유보와 관련해) 그러한 유보가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방임이나 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직무유기죄가 성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황 장관은 그 전해인 2014년 9월 ‘혼외자 의혹’에 휩싸인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직접 지시한 바 있다. 그때도 이유는 체면과 품위 손상이었다. 검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채 총장의 혐의가 ㅈ 검사의 혐의와 비교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진상조사단은 ㅈ 전 검사를 피의자로 조사한 뒤 아직 신병처리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 ㅈ 전 검사는 2016년 1월 한 대기업에 취업했다가 서지현 검사의 폭로 뒤인 이달 6일 사직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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