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무대 오른 '미투'.. 사회 부조리 짚는 주인공들

권준협 기자 2018. 3. 22.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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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번지면서 공연계에 당찬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여성이 겪는 사회적인 폭력과 차별을 조명한 뮤지컬과 연극에도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미투 운동으로 혁명적인 각성이 일어났다"며 "관객들이 지금까지 무감각했거나 알고도 눈감았던 현상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가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인식을 일깨우는 작품을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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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드북'·연극 '아홉소녀들' 등 여성주의 공연 눈길
최근 공연계에는 여성들이 겪는 아픔을 조명한 작품이 꾸준히 만들어져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뮤지컬 ‘레드북’의 한 장면. 바이브매니지먼트 제공
연극 ‘아홉소녀들’에 출연하는 배우들. 프랑코포니 제공

▨ 英 빅토리아 시대 ‘레드북’
평론계 거장 동침 요구에 女주인공 현장 벗어났지만 사회는 피해자에게 책임 씌워
▨ 오늘 국내 초연 ‘아홉소녀들’
소녀 9명 이야기 짓기 놀이… “성폭행 피해 짧은 치마 탓” 일상 속 부조리 고스란히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번지면서 공연계에 당찬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여성이 겪는 사회적인 폭력과 차별을 조명한 뮤지컬과 연극에도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은 초연 뮤지컬 ‘레드북’. 오는 30일 폐막을 앞둔 이 작품의 주인공 안나(아이비 유리아)는 영국의 가장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에 살면서 고군분투한다. 약혼자에게 첫 경험을 고백했다가 파혼당하고 집에서 쫓겨난다. 안나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을 소유할 수 없고 소설을 쓸 수도 없는 시대에 야한 상상을 담은 소설을 잡지 레드북에 내면서 논란을 낳는다.

안나는 당시의 ‘미투 운동가’인 셈이다. 안나가 소설을 내자 평론계 거장이 평론을 써준다며 하룻밤 동침을 요구한다. 안나는 권위와 구조로 만들어진 성폭력 현장을 뿌리치고 달려 나오지만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오히려 책임의 화살을 돌린다. 안나는 극 중 노래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의 가사처럼 ‘내가 나라는 이유로 죄가 되고 벌을 받는 문제투성이 세상에 하나의 오답으로 남길’ 바라며 차별에 맞선다.

레드북은 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 21일 종합뮤지컬 순위 6위, 창작뮤지컬 순위 2위(3월 기준)를 기록했다. 상위 순위가 대부분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인 것을 감안하면 꽤 높은 인기를 보여준다.

연극 ‘아홉소녀들’도 여성주의 색채를 띤다. 극단 프랑코포니의 창단 10주년 공연으로 22일 개막하는 이 작품은 국내 초연이다. 2011년 나온 프랑스 희곡이 바탕이다. 소녀 9명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놀이를 하는데 아무래도 부모나 어른에게서 들은 내용을 말하다 보니 일상적으로 퍼진 부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거울처럼 드러낸다. 이야기는 모두 23가지인데 여기에 여성주의와 성폭력 등 사회 문제가 담겼다.

배우들이 순진한 어투의 아이로 변해 미처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객에게 일상에 퍼진 차별과 폭력을 느낄 기회를 마련했다. 작품 관계자는 “이를테면 한 소녀가 ‘그 여자가 그날 밤 성폭행을 당했대’라고 하니 다른 친구가 ‘어째서 짧은 치마를 입고 나갔대’ ‘까만 드레스를 입었으니 성폭행당한 거 아니냐’고 대화하면서 부조리를 드러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초 막을 내린 국립창극단의 창극 ‘소녀가’는 성을 둘러싼 사회적인 편견에 일침을 가하는 의도가 담긴 작품이었다. 역시 이달 초까지 공연한 연극 ‘5필리어’는 옴니버스 방식으로 폭력을 다뤘다. 사연 중에는 꿈을 안고 연예계에 입성한 배우가 권력에 희생당하는 내용이 있다. 배우 고(故) 장자연씨를 떠올리게 한다. 또 다른 사연에는 데이트 폭력으로 파국을 맞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투 운동으로 여성주의 색깔 공연이 갑자기 몰려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객의 관심과 집중이 달라졌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미투 운동으로 혁명적인 각성이 일어났다”며 “관객들이 지금까지 무감각했거나 알고도 눈감았던 현상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가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인식을 일깨우는 작품을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고 진단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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