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 사실상 종전선언 포석

강태화 2018. 3. 22.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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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서 첫 언급
"이번에 핵·평화 문제 매듭" 발언도
트럼프·김정은과 교감 여부가 변수
"남북 정상회담 합의 국회 비준 받아
정권 바뀌어도 계속 추진되게 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진전 상황에 따라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이번 회담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들을 통해 한반도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 2차 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세계사적인 일이며 장소에 따라선 더욱 극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가 보지 않은 미답의 길이지만 우리는 분명한 구상을 가지고 있고, 남·북·미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3국 정상회담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그는 이어 연쇄회담의 목표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와 북·미 관계의 정상화, 남북 관계의 발전, 북·미 간 또는 남·북·미 간 경제 협력 등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3국 정상회담을 꺼낸 건 종전(終戰) 선언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다. 한 여권 인사는 “북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 같은 포괄적 합의가 성사된다는 전제하에 3자 정상회담을 통해 6·25전쟁의 종전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문 대통령의 남·북·미 회담 제안은 그동안 서울을 사이에 두고 진행돼 왔던 남·북·미 3각 대화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에도 3자 내지 4자가 참여하는 한반도 종전 선언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1953년 휴전협정 당사국은 한국·미국·중국·북한인데 이번 3자 정상회담 제안에선 중국이 빠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중국은 아직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공감대를 이루고 나온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과의 교감에 대해서도 “지금 이러한 제안을 하고, 남북 또는 북·미 정상회담 혹은 한·미 사이에 얘기를 하면서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자신의 통일론도 거론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고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은 미국의 보장이 있어야 한다”며 “목표와 비전, 전략을 미국과 공유할 수 있도록 충분히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위해 “(남북) 회담 자료를 준비할 때 중립적 입장에서 각각의 제안이 남북과 미국에 어떤 이익이 되는지, 또 그 이익들을 서로 어떻게 주고받게 되는지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번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앞선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기본 사항을 담아 국회 비준을 받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10·4 선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세계가 극찬했으며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지지 결의까지 나왔지만 결과가 어땠나”라며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정치 상황이 바뀌어도 합의가 영속적으로 추진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을 이행하려면 국가 재정도 투입되는 만큼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보수진영이 수용하기 힘든 내용이 포함된다면 국회 비준 과정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청와대는 실무 차원의 남북 고위급 회담을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개최하자고 북측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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